초반 8경기중 6경기가 세트스코어 3-2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8-7. 야구경기에서 팬들이 가장 재미있게 즐긴다고 하는 ‘케네디 스코어’다.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이 좋아했던 스코어로 전해지고 있다. 거의 매회 점수가 나는 셈이니 관중들이 열광할만도 하다. 축구에선 3-2 스코어를 꼽는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점수를 주고받으며 한골차로 끝나는 승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배구경기에서 팬들을 가장 흥분시키는 스코어는 무엇일까. 당연히 갈데까지 간 3-2, 5세트 접전일 것이다. 지난 주말 개막한 2017~2018 도드람 V-리그에서 거의 매 경기 풀세트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배구 팬들이 개막 초반부터 손에 땀을 쥐고 열광하는 이유다.
18일까지 진행된 8경기 가운데 6경기가 세트스코어 3-2로 승패가 갈렸다. 공식 개막전인 남자부 현대캐피탈-대한항공(3-1), KB손해보험-현대캐피탈(3-0) 2경기만 5세트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팬 입장에서 승패가 뻔한 경기에 관심을 보내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추이만 보면 흥행의 기본요소인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조건이 갖춰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양팀이 세트를 주고받는 3-2 스코어. 이같은 진땀 승부가 초반부터 이어진 이유에 대해 배구 전문가들은 맨 먼저 전력 평준화를 꼽는다. 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FA,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을 옮겨 ‘역대급 이동’이란 말이 나왔다. 남녀부 공히 각 팀마다 공격적으로 전력 보강에 나서자 배구코트에 변화 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여자부 4경기 모두 3-2, 전력 균형의 상징
특히 올 시즌 여자부는 전력이 몰라보게 평준화됐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는 실전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지만 또 다른 우승 후보 한국도로공사는 다크호스 GS칼텍스를 맞아 2-3으로 덜미를 잡혔다.
황민경을 영입하며 리시브라인을 강화한 현대건설도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과 원정경기에서 연속 3-2 승리를 따냈다. 비록 첫 패배를 안았지만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선 흥국생명은 2015~2016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심슨(당시 등록명 테일러, 24, 190cm, 미국)이 지난 14일 열렸던 IBK기업은행전에서 48득점을 터트리며 화력을 과시했다. 이재영까지 몸상태가 충분히 올라온다면 막강한 원투 펀치를 형성할 수 있다.
KGC인삼공사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 득점 1위(854득점)에 빛나는 알레나(27, 190cm, 미국)가 여전한 기량으로 팀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한송이의 가세로 힘을 얻었다. 지난 시즌 윙스파이커쪽에서 신장의 한계를 느꼈던 서남원 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한송이를 품에 안았다. 한송이는 첫 경기였던 지난 15일 블로킹 2개 포함 13득점을 올리며 알레나(44득점)의 뒤를 받쳤다
도로공사 역시 이바나(29, 190cm, 세르비아)와 박정아 합류로 전력이 강화된 만큼 첫 경기 패배는 언제든 털고 일어날 힘을 갖췄다. 김종민 감독은 17일 경기 종료 후 “박정아가 이적 후 첫 경기라 초반에 너무 경직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정아는 17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34.69%에 그쳤다. 박정아가 성공률을 끌어올린다면 강력한 쌍포를 구축할 수 있다.
V-리그에서 세트스코어 3-2가 주는 또다른 매력은 균형이다. 승리 팀에겐 승점 2점, 패배 팀에게도 승점 1점을 부여한다. 완벽한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아니다.
여자부의 경우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연승한 현대건설만 승점 4점을 가져갔을 뿐이다. 지난시즌 챔피언 기업은행은 1승1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1라운드를 지나봐야겠지만 여자부 순위표 싸움이 한층 흥미진진해진 이유다.
구관 뺨치는 새 외인거포, 남자부 박빙승부 주역
남자부는 4경기중 2경기가 3-2 스코어로 결말이 났다. 역시 새로운 외인거포의 등장에다 주축선수 이동이 불러온 판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뉴스타의 등장과 기존스타의 이동은 팬들이 보기에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올시즌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남자부 외인선수들은 7개팀중 4명으로 한결같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 안드레아스(28·200cm·그리스), OK저축은행 브람(28·206cm·벨기에), 한국전력 펠리페(29·204cm·브라질), KB손해보험 알렉스(26·200cm·포르투갈)는 첫 경기부터 팀 주포로 자리했다. 한경기 20점은 거뜬히 뽑아내는 팀 해결사로 존재하기에 올시즌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보기 어렵게 됐다.
팀을 옮긴 박상하(삼성화재), 유광우(우리카드)같은 스타선수도 팀간 전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각팀 감독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요인이 어우러진 시즌 초반에 박빙 승부가 자주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상현 감독은 "5세트 경기가 많아 질 것으로 예상한다.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다. 전력 평준화가 된 것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KBS N 이숙자해설위원도 '전력평준화'를 언급했다. 이어 "선수 간 이동이 많아 아직까지는 확실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대표팀 선수들도 늦게 합류하면서 선수들 간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 이제 3경기를 치른 것이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올 시즌 박빙인 경기가 늘어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보면 볼수록 흥미만점인 3-2 스코어. 시즌내내 박진감 넘친 경기가 이어진다면 3-2는 ‘KOVO 스코어’로 불릴지 모른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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