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2017~2018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이달 25일 오후 2시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다. 그간 아마추어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프로 팀 부름을 받기 위해 마지막 단장에 여념이 없다. 드래프트 참가자들 중 지명이 유력한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본다. 본 기사는 선수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가상의 자기소개서다. 첫 번째 주인공은 홍익대 세터 김형진이다.
#세터는_내운명 #발상의_전환 #해피_엔딩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4학년 세터를 맡고 있는 김형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토평초 4학년 때 공격수로 배구를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전국체전을 20여일 앞두고 팀 사정상 세터로 포지션을 변경했습니다. 그 이후로 남성중-남성고-홍익대까지 쭉 세터 길을 걸었습니다. 세터는 본인이 게임을 조율하고 운영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부심도 있고, 책임감도 큽니다. 그래도 ‘세터 하길 잘했다’ ‘운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창시절부터 저는 무척 정직했습니다. 훈련이 힘들어도 잔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든 대충하는 법 없이 제대로 하는 성격입니다. 다만 경기 중에 조금 소심하다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올해 흔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공격수들이 못하거나 팀이 안 풀리면 다 제 탓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짐이 너무 커도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이제는 조금 가볍게 생각하려 합니다. 마음을 바꾸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힘든 순간이 와도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고비를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라고 되새깁니다. 매 경기 매 순간이 귀중한 경험이 되어주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 결말은 대부분 ‘해피엔딩’입니다. 최근 홍익대가 우승을 하지 못 하고 있지만, 1위는 아니더라도 배우는 건 많다고 느낍니다. 패배했기에 그만큼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 홍익대가 대학리그 예선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정상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선수로서 더 보완하고 싶은 점은 ‘수비’입니다. 항상 더 잘하고픈 욕심이 생깁니다. 유광우(우리카드) 형처럼 세터지만 리베로만큼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왼쪽부터 김형진과 박현우. 박현우는 현 홍익대 동료이기도 하다.)
#나르샤_김형진 #전설의_서브왕 #롤모델은_크게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CBS배 중고배구대회에서 우승했던 것입니다. 그 해 남성고는 우승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했습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다수였습니다. 그런데 본선에 오른 뒤 4강에서 진주동명고를 세트스코어 3-2로 꺾었습니다. 결승전 때는 남성고 학생들이 대회가 열린 전남 영광으로 단체 응원을 왔습니다. 그때 저희가 경북체고를 3-1로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그렇게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 대회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남성고 재학 시절 팀 동료였던 박철형(현 OK저축은행), 김종철 형과 워낙 친했습니다. 셋이서 ‘나르샤’라는 모임을 결성할 정도였습니다. 날아서 모든 공을 받아내자는 뜻입니다. CBS배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르'를 맡은 종철 형이 최우수선수, '나'인 철형 형이 리베로상, 그리고 '샤'인 제가 세터상을 받았습니다. 팀도 나르샤도 잘 돼 기뻤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기록도 한 가지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 서브가 정말 좋았습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고등학교 2~3학년 때쯤 남성고가 서브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해 팀 서브 득점이 총 107개였는데 그중 53개가 제 서브에이스였습니다. 여자부 김미연(IBK기업은행) 선수처럼 달려가서 감아 때리는 서브를 구사했는데 잘 통했습니다. 대학 와서 조금 약해졌지만 프로 팀에 입단해 서브를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해외배구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를 보다가 한국이 속한 2그룹 외에 한 단계 더 높은 1그룹은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여러 경기를 보다 보니 프랑스 팀 세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벤자민 토니우티(Benjamin Toniutti)입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였습니다. 자연스레 이 선수를 롤모델로 삼게 됐습니다.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플레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선수가 되면 실력을 쌓아 이 선수처럼 발전하고 싶습니다.
#밝고_희망차게 #모두가_기억하는_선수 #9회말_2아웃
저를 뽑으셔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세터 김형진은 매우 열정적이고 성실한 선수입니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읽기 시작해 재독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의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라는 책입니다. 읽어 보면 희망찬 내용이 가득합니다. 저도 이 책처럼 팀을 밝게, 생기 있게 만드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선수로서 목표를 세울 수 있다면 제 꿈은 하나입니다. 은퇴할 때 모두가 기억해주는 선수입니다. 배구를 알고, 배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로는 ‘9회말 2아웃’을 말하고자 합니다. 야구에서 마지막 정규이닝인 9회말 2아웃에는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게 됩니다. 방어하는 팀 투수는 무조건 경기를 끝내려 하고, 공격하는 팀 타자는 반드시 점수를 내 경기를 뒤집으려 합니다. 모든 선수가 항상 필사적인 순간이 9회말 2아웃입니다. 그 순간 마운드에 선 투수의 마음으로, 타석에 선 타자의 마음으로 드래프트에 임하겠습니다.
대학리그 성적
2017년 리그 세트 1위 / 8경기 26세트 세트당 평균 11.577개(9월 6일 기준)
*2017 1차대회 세트 1위 세트당 평균 11개
*2017 2차대회 서브 5위 세트당 평균 0.36개
2016년 리그 세트 1위 / 10경기 35세트 세트당 평균 11.057개
2015년 리그 세트 3위 / 13경기 47세트 세트당 평균 10.638개
2014년 리그 세트 2위 / 10경기 35세트 세트당 평균 12.200개
대학리그 수상 이력
2015년 대학배구 2차대회(해남) 세터상
경력 사항
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표팀
2016 1월 한국남자대표팀 강화훈련
2016 국제대학초청 배구대회 대표팀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표팀
2014 아시아청소년남자선수권대회 대표팀
사진/ 더스파이크 DB, 선수 제공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