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소년 배구 교실과 인연을 맺은 지 이제 3개월 여. 아직은 어설픈 자세에 볼은 이리 튀고 저리 튀기 바빴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쪼르륵 달려와 어떻게 하면 배구를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아이들. 어설프면 어때, 열정만큼은 최고였던 서울 한산초등학교다.
서울 한산초가 유소년 배구 교실을 시작하게 된 건 올해 3월.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성희숙 교장은 “강동교육청 복지과장님 중 한 분이 자기가 교장으로 있을 때 배구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며 우리학교에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사실 이런 게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무조건 좋다고 했다.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고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매주 4학년 체육 시간을 할애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배구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5, 6학년들은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그리고 방과 후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날이 몹시 화창하던 지난 6월 12일 오후 3시 무렵 한산초를 찾아갔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 둘 학교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학교 건물 뒤 위치한 강당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집에도 가지 않고 체육관을 찾은 이유는 하나. 바로 배구 수업을 듣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되자 이순열 지도자가 아이들을 한 데 모았다. 둥그렇게 모여 있는 아이들 속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유인즉 이니셜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친구들은 스포츠클럽 대회를 앞두고 있는 5, 6학년 여자 친구들. 그 외 친구들은 파란색 조끼를 착용했다.
시작은 간단한 준비운동. 이순열 지도자가 “딸기!”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일제히 앞으로 한 발짝씩 전진했다. 이어 바나나, 포도 등 소리에 맞춰 뒤로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구호에 이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순열 지도자도 “정신 안 차릴래”라며 목소리를 키웠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협동심을 강조했다.
“가르칠 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협동심과 집중력이다. 아이들이 배구를 처음 접하니 자신을 향해 지적하는 게 아니면 귀담아 듣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강조한다.” 다시금 집중력을 가져간 아이들은 어떤 구호에도 척척 일사불란해졌다.
이날 수업은 팔뚝연결 연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하나 둘 공을 손목에 튀기기 시작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공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공을 받는 시간보다 공을 주우러 다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을 뒤쫓고 있었다.
이어 서브연습에 나섰다. 아이들은 야무지게 쥔 주먹으로 공을 힘차게 때렸다. 그러나 볼이 네트 넘어 날아가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근처에도 가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면 이 지도자는 자세를 교정해주며 아이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연습을 마치고는 간단한 미니게임을 가졌다. 네트를 두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비참가 아이들로 나뉘었다. 처음에는 서브에이스(?)가 속출했다. 그러나 서서히 감을 익힌 아이들은 랠리를 이어가기 시작했고 아직 서툴기는 했지만 경기를 펼쳐갔다. 프로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었지만 파이팅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포인트가 나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수업은 4시 30분여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일렬로 모인 아이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 후 뿔뿔이 흩어졌다. 모두가 집으로 향하던 그 때 한 여자아이가 이순열 지도자를 찾았다. 그리고서는 “어떻게 하면 서브를 잘 넣어요?”라고 물었다. 아까 서브 연습 시간에 잘 못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린 듯 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이 지도자는 “세게 힘을 실어서 때려봐”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 지도자의 말에 따르면 배구 수업에 대한 아이들 반응은 뜨겁다고. 수업이 없는 때에도 자발적으로 배구를 즐긴다고 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배구 자리 있냐고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다. 더 많이 가르치고 싶지만 대회를 준비하느라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나중에는 주말에도 운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소 산만한 아이들 때문에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지만 이순열 지도자는 “아이들이 밝고 즐겁게 했으면 한다. 그리고 배구를 통해 협동심을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협동심뿐만 아니라 배려심, 인내심을 강조하고 싶다. 그 3가지만 지켜주면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어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Mini Interview
성희숙 교장
Q. 아이들 반응이 궁금하다
수업을 듣고 있는 4학년 아이들이 수업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 역시도 좋아한다. 운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체력단련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심성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로 교육적인 효과가 높은 것 같아 올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에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배구 수업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첫 번째로는 신체적인 부분이다. 요즘 아이들은 보통 수업을 마치면 학원가기 바쁘다. 그런데 이 나이 때는 뛰어 노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기회가 있는 만큼 아이들이 체력단련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배구는 혼자 할 수 없는 만큼 같이 어울리면서 함께 무언가를 이루며 협동심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체육은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여러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것 같다.
Q.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수의 아이들만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 마음껏 누리고 열심히 해서 체력증진에 더 힘썼으면 좋겠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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