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어서와! 한국은 오랜만이지, 월드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정고은 / 기사승인 : 2017-07-04 2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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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가 2년 만에 월드그랑프리 국제대회 무대를 밟는다. 그저 참가에만 의미를 둘 수는 없다. 여러 어려움 속에 복귀한 그랑프리 무대, 그 속에서 한국여자배구는 빼낼 수 있는 모든 소득을 챙겨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본격적인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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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 재등장한 한국여자배구
지난해 8월25일 서울 시내 한 중식당에서 의미 있는 요청이 있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주최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단 회식 겸 해단식 자리. 이 자리에서 김연경은 당시 서병문 전 회장에게 월드그랑프리대회 출전을 건의했다. 이후에도 김연경의 이런 의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면서 협회 내부 논의도 본격화됐다. 그리고 9월15일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랑프리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최근 2년간 한국 여자배구는 월드그랑프리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비난도 받았다. 협회의 부실지원 논란 속에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그랑프리에 불참한 지난 2년의 기억이다.


딱 꼬집어 말하면 재정적 원인이 가장 크다. 월드그랑프리 대회 참가비는 20만 달러 수준이다. 또 자국에서 개최되는 경기는 TV 중계를 필수적으로 한 뒤 개최비용을 국제배구연맹(FIVB)에 지급해야 한다. 당시 협회는 예선 라운드 중 한 주 동안 국내 개최를 염두에 두고 FIVB와 줄다리기를 했다. 국내 개최를 해야 후원사를 이끌 수 있고 대표팀 운영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FIVB는 10년 동안 개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독일에 예선 라운드 개최권을 줬고, 협회도 스폰서 물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협회는 결국 참가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출전만을 위해 참가비 20만 달러와 대표팀 운영비용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협회는 유소년 배구 육성 등 다른 현안 사업들이 밀려있어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참가를 포기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어렵다고 해도 남자부 월드리그는 지원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연경이 도화선을 당겼다. 서 전 회장에게 회식자리에서 직접 월드그랑프리 참가를 요청했다. 리우 올림픽 후 여자배구는 큰 관심을 받았다. 지상파 3사는 한국 경기를 모두 중계했고 김연경은 ‘걸크러시’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서 전 회장으로선 월드그랑프리 복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게 당연했다. 동시에 FIVB가 한국 참가를 다시 요청해왔다.



덧붙이자면 재정적 문제와 함께 참가하지 않아도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여자부 구단들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V-리그를 치른 뒤 곧바로 대표팀 소집에 응하면 소속 선수들의 재활과 휴식 기간 등에 지장을 주고 팀 전력운용에도 차질이 생긴다. 협회가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2015년부터 3년간 출장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배구협회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협회 측은 “FIVB에 직접 확인까지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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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그랑프리는 어떤 대회인가
월드그랑프리(FIVB Volleyball World Grand Prix)는 국제배구연맹이 주관하는 국제여자배구 대회다. 월드리그가 남자부 대회라면 여자부가 바로 월드 그랑프리다. 1993년 제1회 대회가 시작됐으며, 여자 배구 선수들의 세계 대회 참가 기회 제공과 함께 TV 중계를 통한 국제적 보급 및 글로벌 흥행을 목표로 개최된다. 예선 라운드는 3개 그룹이 3주 간에 걸쳐 실시하고 결승 라운드에는 개최국과 예선 라운드 상위 팀이 출전해 우승을 놓고 승부를 벌인다.



올해는 참가국이 28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었다. 브라질이 23회 출전해 우승 11회, 준우승 5회, 3위 2회로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한국은 2014년까지 총 17회를 참가해 1997년 3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에 출전했던 2014년 대회는 8위였다.



올해 그랑프리 무대에 복귀한 한국은 제2그룹(12팀)에 속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폴란드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카자흐스탄이 2그룹에 속해있다.



1그룹(12팀)은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세르비아 터키 브라질 중국 일본 태국 도미니카공화국 미국이며, 3그룹(8팀)은 알제리아 카메룬 호주 프랑스 헝가리 멕시코 베네수엘라 트리니다드토바고로 편성돼있다.


제2그룹 예선 라운드는 7월7일부터 1주차 일정을 시작해 3주차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7월23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은 1주차 경기를 위해 불가리아 루세로 날아가, 7월7일 오후 10시40분(이하 한국시간) 독일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9일 새벽 2시10분 불가리아, 9일 오후 10시40분 카자흐스탄과 대결한다.


2주차는 폴란드 오스트로비에츠 시베엥토크시스키로 이동해, 7월15일 아르헨티나, 7월 16일 페루, 7월17일 폴란드(3시25분)와 일전을 벌인다.
3주차는 안방에서 열린다. 경기도협회와 수원시협회가 주관해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르게 됐다. 7월21일 오후 4시 카자흐스탄, 22일 오후 2시 콜롬비아, 23일 오후 2시 폴란드전이다. 결선 라운드는 개최국인 체코와 2그룹 예선 상위 3팀이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7월29~30일 치러진다.


수원 개최, 그 의미는
예선 라운드 3주차가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것은 그간의 행보를 보면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협회가 운영비용을 해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회장의 공석으로 행정상 절차의 신속성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이상의 불참상황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수원 개최는 국제무대에 한국여자배구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협회의 재정해결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동시에 시기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V-리그 남녀부 경기가 분리 운영되기에 앞서 여자배구의 흥행을 위한 촉매제가 필요하다. 코보컵 전에 열리는 월드그랑프리대회의 수원 개최는 비 시즌 동안 여자배구의 존재감을 알리는 좋은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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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진호 목표 - 2020 프로젝트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6월 7일부터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에 나섰다. 멤버는 꾸릴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이다.



윙스파이커에 김연경(상하이) 황민경(현대건설) 박정아(도로공사)가 뽑혔고 아포짓스파이커에 김희진과 김미연(IBK기업은행)이 나선다. 미들블로커에는 한수지(KGC인삼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이, 세터에는 염혜선(IBK기업은행)과 이소라(도로공사), 리베로에 김해란(흥국생명)과 김연견(현대건설)이 선발됐다.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은 부상으로 빠졌고 강소휘는 위벽 종양 제거수술을 받아 황민경으로 교체됐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코치로 대표팀을 맡았던 홍성진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내다보고 대표팀을 채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세터다. 경기를 이끌어 나갈 세터의 성장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숙자 김사니 이효희 등을 이을 세터 발굴이 급선무다. 일단 이번 월드 그랑프리에서는 염혜선과 이소라에게 그 짐을 맡겼다.



홍 감독은 “올해 30% 정도 만들어 놓고, 2018년에는 좀 더 정교한 세트플레이를 완성시켜 팀 전력을 60~70%로 끌어올린 뒤 2020년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팀은 2그룹에 편성되면서 일단 전력상 편하게 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아와 FIVB 랭킹 공동 10위인 한국은 2그룹에서 가장 높은 순위이다.


독일(13위) 폴란드(22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을 위협할 팀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는 1999년 월드컵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7번 맞붙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7승 모두 세트스코어 3-0 완승. 페루(29위)에게도 압도적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부터 2016년 리우올리픽 예선 때까지 25승11패로 우세를 차지했다. 1989년 일본 월드컵 때 2-3으로 패한 게 마지막 패전의 기억이다.



카자흐스탄(21위)과는 역대전적 15승4패, 불가리아(17위)와도 역대 5승2패로 앞서있다. 콜롬비아(30위)와는 대전 전적이 없다.



다만 독일 폴란드는 주의해야 한다. 독일과는 역대 17승5패로 앞서있지만 최근 5경기로 한정하면 2승3패로 뒤진다. 2011년 월드그랑프리(부산) 때는 3-1로 승리했지만 그 해 일본 월드컵에서 0-3으로 패했다. 2012년 오사카 그랑프리에서도 0-3으로 패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화성에서 치른 그랑프리 무대에선 3-1로 승리했다.



역대 전적으로 볼 때 폴란드가 경계대상 1호다. 1963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2012년 중국 그랑프리 무대까지 14번 맞붙어 4승10패로 열세다. 2011년 그랑프리 때는 3-0으로 승리했지만 2012년에는 셧아웃으로 완패했다. 폴란드 리그는 터키 러시아에 이어 세계 정상급 리그다. 또 이번 대표팀은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됐다. 팀을 이끄는 노장 1988년생 아포짓 스파이커 베레니카 톰시아는 한때 김연경과 팀 동료 사이로 한국음식을 나눠먹을 정도로 친분이 깊다.



국제무대에 복귀한 한국여자팀은 이번 월드그랑프리 무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릴지 알 수 없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첫 발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월드그랑프리 일정
예선라운드


1주차 불가리아 루세


7월 7일 22:40 한국 vs 독일
7월 9일 2:10 불가리아 vs 한국
7월 9일 22:40 카자흐스탄 vs 한국


2주차 폴란드 오스트로비에츠시베엥토크시스키


7월 15일 0:25 아르헨티나 vs 한국
7월 16일 0:25 한국 vs 페루
7월 17일 3:25 폴란드 vs 한국


3주차 한국 수원
7월 21일 16:00 한국 vs 카자흐스탄
7월 22일 14:00 한국 vs 콜롬비아
7월 23일 14:00 한국 vs 폴란드

2그룹 결선 7월 29일-30일


체코 + 2그룹 예선 상위 3팀 체코 오스트라바


※ 한국시간 기준



*2017 월드그랑프리 여자 대표팀 명단(12명)
윙스파이커


김연경(상하이)
황민경(현대건설)
박정아(도로공사)


아포짓스파이커


김희진


김미연(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한수지(KGC인삼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세터


염혜선(IBK기업은행)
이소라(도로공사)


리베로


김연견(현대건설)
김해란(흥국생명)



글/ 권기범 스포츠월드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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