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제천/최원영 기자] 위기는 곧 기회로 이어졌다. 황경민이 본인에게 닥친 큰 고비 하나를 넘어섰다.
경기대가 26일 대학배구 제천대회 B조 예선에서 경희대를 세트스코어 3-1(23-25, 25-20, 25-12, 25-17)로 꺾고 6강 진출을 확정했다. 황경민이 경기 최다인 19득점을 터트렸다.
여기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를 결정할 때 승수 다음으로 ‘점수득실률’을 따진다. 그런데 경기대 선수들은 ‘세트득실률’로 알고 있어 오해가 생겼다. 세트득실률로 계산하면 B조(경기대 경희대 충남대 홍익대)에서는 홍익대가 가장 유력한 1위 후보였다. 반면 경기대는 경희대에 무조건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이겨야만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운명의 1세트. 경기대는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은 예선 탈락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지막 경기를 후회 없이 치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3학년 윙스파이커 황경민은 더더욱 그랬다. 2세트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그는 “한 세트라도 내주면 6강에 못 올라간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예선에서 탈락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1세트를 지고 나니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리그 때 경희대에 졌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승리 후 선수들은 시원섭섭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누군가 경기대가 6강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세트득실률에서는 밀렸으나 점수득실률에서는 경기대(1.13)가 경희대(0.97)를 제친 것.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마친 선수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황경민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결사로서 팀을 이끌던 그였다. 그러나 올해는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 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겨울에 발목을 다쳐 세 달을 쉬었다. 동계훈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 해 몸이 안 올라왔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니 더 잘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 겪는 슬럼프에 위축되기도 했다. 그는 “’에이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다. 그동안 내가 에이스 역할을 맡고도 못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 한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극적으로 6강에 오른 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고 싶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황경민은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고 싶다. 정상에 오르겠다. 대학 와서 신인상 등을 받긴 했지만 최우수선수상(MVP)이 없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해서 그 상을 받고 싶다”라는 각오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경기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팀이 그랬듯 황경민 역시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설 것이라 기대해본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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