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V-리그 통합우승을 향해 날아오르던 비행기 날개가 꺾였다. 상처는 깊고, 마음은 아렸다. 약 한 달간 휴가를 마친 뒤 팀에 복귀한 대한항공 선수들을 만났다(5월 16일). 힐링캠프 최초 단체 손님, 김학민 한선수 곽승석 백광현이다.
PART 1. 백광현 OST 프리스타일 ‘수취인불명’
너무도 힘들다고 말하려 했어
내가 지금 뭘 어찌해야 할지
왜 이런 거죠 내가 왜 이럴까요
아무렇지 않은데 왜 내가 힘들까요
#패배_후유증 #처음부터_다시_시작 #정규리그_우승은_칭찬해
정규리그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지난 시즌. 선수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광(광현) 챔프전 처음 올라가봤는데 큰 경험이 되었어요. 형들과 같이 뛰다 보니 부담감을 떨치고 평소처럼, 리그 때처럼 임할 수 있었어요.
선(선수)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지난 시즌은 특히 기대가 컸고, 이루고자 하는 게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어요. 그래도 다음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즌이었어요.
학(학민) 후유증이 좀 심했어요. 경기 다 끝나고 나서 의욕도 없고 한동안 정체성을 잃었던 것 같아요.
승(승석)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더 올지 모르는데 그걸 놓쳤다는 게 제일 아쉬웠죠. 현대캐피탈에 2승 3패로 졌잖아요. 두 번 이긴 건 칭찬해 줄만 해요. 근데 2차전을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한 게 컸어요. 저희가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이길 수도 있었는데 기회를 걷어찬 것 같아요.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 경기 이후 분위기가 넘어가고 끝내 5차전에서 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한선수 선수는 5차전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코트에 쓰러져 한참을 울었어요.
선 그만큼 간절함이 컸던 거겠죠. 힘들게 준비해왔으니까요. 정말 좋은 기회였고요.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아요.
김학민 선수는 가장 선배 축에 속하는데 동생들을 어떻게 다독였나요?
학 이미 끝난 거 어쩔 수 없잖아요. 다시 잘 준비해서 다음에, 내년에 또 잘해보자고 했어요. 할 말이 그것밖에 없었어요. 저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곽승석 선수는 공격수지만 팀을 위해 리베로 출전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팬들이 마음 아파했는데요.
승 그때가 5차전이었어요. 이 경기만 이기면 저희가 처음으로 우승하는 거니까 어떤 포지션이든 괜찮았어요. 승리에만 집중했어요. 정상에 서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고생했고, 그 한 경기에 모든 게 달려있었잖아요. 리베로든 뭐든 일단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백광현 선수는 정규리그 때보다 챔프전에서 더 잘 버텨준 것 같아요.
광 챔프전도 리그 때 치른 수많은 경기 중 하나라고 여겼어요.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 했어요. 형들이 뒤에서 제가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잘해줬어요. 경기를 안 뛰는 형들까지도 모두가 저를 도와줬어요. 덕분에 조금 잘 된 듯 해요.
챔프전 마친 후 회식 자리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선 돌이킬 수 없잖아요. 계속 슬퍼한다고 해서 결과를 바꿀 순 없는 거니까요. 다들 힘들었을 거예요. 선수들끼리 수고했다고,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했어요. 무사히 한 시즌을 치른 것에 대한 회포를 풀었어요. 분위기를 즐겁게 바꾸려 했지만 상처가 없어지진 않겠죠. 계속 생각날 테고요. 그래도 티 내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지난 시즌 행복한 순간도 많았잖아요.
학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한 게 가장 뜻 깊었어요. 6개월 동안 장기레이스를 하면서 선수들 컨디션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잘 이겨내고 우승해서 좋았어요.
승 저도요. 시즌 동안 성적을 잘 유지하면서 꾸준히 1등을 유지했던 우리 팀, 다 칭찬해주고 싶어요.
광 홍익대 재학 시절에도 우승을 한 번밖에 못 해봤어요. 프로 팀 입단 후 처음 해보는 우승이라 기분이 남달랐어요.
선 저도 같습니다. 아, 이거 적극적으로 대답한 건데….
(백광현, 24세, 리베로)
PART 2. 곽승석 OST 한동근 ‘그대라는 사치’
힘든 세상이지만 곁에 그대가 있음을 깨닫고
또 감사해요 또 기도해요 내 곁에서
변치 않고 영원하길 기도 드리죠
#휴가는_가족여행 #아빠는_슈퍼맨 #총각은_말이_없었다
꿀맛 같은 휴가가 끝났어요. 각자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선 가족과 스위스 등 여행을 다녀왔어요. 휴가는 정말 금방 가요. 쉴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버리고 벌써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네요. 천천히 끌어올리려고요.
학 저도 체코와 홍콩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어요. 두 곳 다 정말 좋았어요. 여행은 항상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승 올해 2월 딸 서하가 태어났어요. 열심히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구단 행사 등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계속 아내와 집에 있었어요. 아이가 살짝 커서 제주도에 다같이 바람 쐬러 갔다 오기도 했어요.
광 고향 집에서 지냈어요. 거의 1년 만에 가는 거라 오래 머물렀어요. 전북 남원에서 경남 함양으로 이사했어요. 그곳에서 가족들과 대부분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은 어떻게 훈련하며 지내나요?
선 조직 적응 훈련이요. 강한 웨이트 트레이닝 보다는 보강 운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 여파가 남았는지 아직 몸이 안 좋아요. 목, 어깨, 무릎, 발목까지요.
학 저는 팔꿈치와 아킬레스건이 아파서 오전에는 재활하고 있어요.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요. 선수들 거의 체력 운동 위주로 하고 있어요.
곽승석 선수는 딸이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듯 해요.
승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어깨에 아내와 아이 두 명이 있으니까요. 형들도 그래요?
학 난 항상 느끼지. 넌 아니잖아~
선 승석이는 육아하기 바빠.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어.
승 열심히 운동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죠(웃음). 딸을 보면 입은 확실히 저를 닮았고요. 다른 부분은 아내와 비슷해요. 좋은 점만 쏙쏙 가져가길 바라요.
팀 내 유부남 선배들이 육아에 관해 조언도 해주던가요?
승 딱히 없었어요. 고생 시작했다고 하죠. 항상 ‘너도 애 낳아봐~ 힘들 거야’라고 했거든요. 이제 좋은 날 다 갔대요. 지금 형들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같이 여행갈 수 있는 게 부러워요. 저는 아직 몇 년 남았으니 그때만 기다려야죠.
김학민 선수는 아들과 친구처럼 잘 놀아주던데요.
학 아들이 초등학생이에요. 사실 제가 괴롭힘을 당하는 거죠. 자발적으로 열심히 놀아주는 거예요. 평소엔 운동하느라 많이 못 놀아주니까 쉴 때마다 되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근데 혼자서도 잘 놀아요 걔는. 원래 배구하고 싶다더니 요즘에는 태권도랑 축구를 해서 세 개 다 하고 싶대요. 때마다 계속 바뀌겠죠? 무엇이든 건훈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싶어요.
한선수 선수는 인형 뽑기, 가족 커플 아이템 맞추기 등에 중독됐다면서요.
선 요즘에는 뽑을 인형이 없더라고요. 집에 인형이 너무 많아요. 처리를 못 하고 있어요. 가끔 딸 효주도 이제 인형 좀 그만 가져오라고 해요. 커플 아이템 맞추는 건 중독까지는 아니고요. 예쁜 운동화가 있으면 가족 것도 다같이 사는 거죠. 지인들에게 즉흥적으로 선물을 하기도 해요. 굳이 어떤 걸 줘야겠다고 정하고 하는 건 아니고요.
백광현 선수는 형들과 인터뷰하려니 어려운가요?
광 아, 아뇨…
선 다리 좀 꼬고 있어.
광 아기 얘기하니까 저는 할말이 없어서요. 아직 애가 없잖아요(웃음). 전 군대 다녀온 뒤 서른 넘어서 결혼하고 싶어요. 유부남 형들 이야기 들어보니 결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든 것도 있다고요. 제가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 하고 싶어요.
(곽승석, 29세, 윙스파이커)
PART 3. 김학민 OST 에픽하이 ‘Fly’
나도 때론 괜한 겁이 나 천천히 가
왜 꿈을 쉽게 버리나 때론 낮게 나는 새도
멀리 봐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나
You can fly Higher 저 하늘 위에 새들보다
#몸관리는_김학민 #멘탈은_한선수 #대표팀_세대교체
본인만의 몸 관리 비법이 있나요?
승 약이나 비타민을 열심히 먹어요. 요새는 아기 보느라 계속 일찍 자요. 잘 챙겨 먹고 잠 많이 자는 게 좋아요.
학 원래 군것질은 안 해요. 저는 항상 누워있는다고 소문이 났어요. 제가 시체도 아니고 어떻게 가만히 누워만 있겠어요(웃음). 그리고 너희도 쉬는 시간에 다 자잖아.
승 안 자요.
선 형, 우린 앉아있어.
학 거짓말 하지마~ 게임 하는 거잖아.
선 이 형은 아홉 시 되면 자요.
학 아 뭘 또 아홉 시야~ 나 열한 시에 자. 다음날 피곤하니까.
승 이 형은 게임도 싫어해요.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있어요. 드라마는 애청해요.
학 야 드라마는 네가 더 많이 보잖아~ 얘는 버스 타면 항상 핸드폰을 들고 있어요. 저는 잘 안 봐요.
승 네. 알겠습니다.
선 저도 승석이 따라 좋은 걸 먹으려고 하는데요. 사실 약을 잘 안 챙겨 먹어요. 먹어도 몸이 좋아지는 걸 잘 모르겠고 귀찮아서요. 이젠 점점 약을 먹어야 될 것 같아요.
광 전 아직 젊어서 괜찮아요. 팔팔하진 않고요(웃음). 힘들긴 해요.
학 넌 점프 안 하잖아~
그럼 정신력이 제일 좋은 선수는 누구예요?
승 선수 형. 자기만 생각하니까. 칭찬이에요.
학 욕한 거 같은데. 지 밖에 모른다 이거죠.
승 고집이 있으니까요. 근데 선수라면 다 고집은 있잖아요. 학민이 형도 멘탈이 좋아요. 걱정이 없어요.
학 무슨 소리야 걱정이 얼마나 많은데. 난 항상 근심 걱정이야.
백광현 선수는 다소 위축돼 보여요.
광 성격이 약간 소심해요. 내성적이어서 표현을 잘 못 하니 그렇게 보이나 봐요. 파이팅을 좀 더 늘리려고요. 많은 리베로들이 롤모델로 여오현(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 선배를 꼽잖아요. 실력도 좋으시지만, 특히 파이팅을 본받고 싶어요. 일단 제 성격을 바꿔야죠. 좀 더 표출할 수 있게끔요.
팀에서 가장 장난꾸러기이자 사고뭉치는?
승 학민이 형 장난 많이 치잖아.
학 나 안 치는데 너한테?
승 뭐 딱히 당한 건 없어요. 저도 같이 장난 치니까. 아마 선수마다 다를 거예요. 밑에 후배들은 형들이 더 어렵겠죠. 저처럼 연차가 쌓이면 선은 지키되 편하게 하면서 지내요.
학 편하게 하지마. 어렵게 해.
김학민 한선수 곽승석 선수는 대표팀 단골 멤버였잖아요. 올해는 다들 빠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 세대교체가 잘 되고 있는 듯해요. 저는 ‘더 할 수 있는데’ 보다는 ‘몸이 안 따라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더 커요. 저 이제 노장이에요. 이번에 젊은, 좋은 세터들이 뽑혔잖아요. 황택의(KB손해보험) 선수는 신인으로 들어와서 대담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게 눈에 띄었어요. 신인치고 정말, 진짜 잘해요. 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 같아요. 노재욱(현대캐피탈) 선수는 챔피언까지 오른 세터이기 때문에 더 성장하고 있고요. 이민규(OK저축은행) 세터도 젊은데 높이도 좋고 차분해요. 셋 다 세트뿐 아니라 서브 블로킹 등 다른 부분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에요. 요즘 세터들은 다 잘해요. 저는 그저 연차가 쌓였다는 것뿐이죠.
학 이번에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많잖아요. 해외무대에서 뛰어보면 좋겠지만 꼭 출전하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월드리그를 통해 쌓은 경험을 잘 받아들이면 분명히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백광현 선수도 성인 대표팀 가보고 싶죠?
광 뽑아주셔야 가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일동 뽑아달라고 빨리 말해. ‘김호철 감독님 꼭 가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광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하고요.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다음에 뽑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술이나 정신력 등 모든 면을 보완하겠습니다.
(김학민, 34세, 윙스파이커)
PART 4. 한선수 OST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은퇴는_마흔쯤 #챔피언을_향하여 #고맙고_고마웠어
만약 은퇴를 하게 된다면 김학민 한선수 곽승석 백광현 순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어때요?
학 전 2년 뒤로 예상해요. 계약기간이 2년 남았거든요(웃음). 그때 되면 한국 나이로 서른 일곱이에요. 그때까지는 기량을 유지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흔까지 하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2년 뒤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미련도 남겠지만 어쩔 수 없겠죠.
선 마흔쯤이 목표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막연히 마흔까지 해보고 싶다는 정도예요.
승 저도 마흔? 모르죠. 제가 잘한다고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여러 가지 타이밍이 잘 맞아야 오래할 수 있는 거고요.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장담은 못 하겠어요.
광 몸이 되는 데까지, 팀에서 필요로 할 때까지요. 정말 필요하다면 50살까지도요. 근데 그렇게 오래하고 싶진 않아요.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면 뭘 하고 싶어요?
광 돈이 많으면 건물주…아, 아뇨. 체육 선생님 하고 싶어요.
학 너 자격증 있어? 아 교육대학원 다녀?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광 학업 욕심도 있는데 지금은 배구에만 전념하려고요.
선 전 그때 가서 고민해볼래요.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 마음으로는 지도자는 안 할 거 같아요.
승 해야지. 대한민국 배구 발전을 위해서.
선 딱 은퇴하고 나면 진짜 쉬고 싶어요. 배구에서 잠깐 떠나있고 싶을 것 같아요.
학 얘 프로낚시꾼으로 전향한대요. 물론 잘하진 않아요. 선수야 자주 가면 잘할 수 있다니까.
선 안 돼. 못 가.
학 저는 배구랑 관련 없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지도자는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평생 배구계에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요. 무엇이든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좀 더 자유롭게.
승 저도 사업하고 싶은데요. 배구 외에 뭔가 새로 배우고 싶어요. 여태 인생을 배구에만 썼으니 은퇴 후에는 다른 직업을 갖지 않을까요?
팀 우승은 당연히 모든 선수들 꿈이니 기본 전제로 둘게요. 개인적으로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나요?
학 은퇴 전에 챔프전 우승 해보는 게 꿈이에요. 정규리그 우승은 했으니까 챔피언이 되어보고 싶어요.
승 예전에는 서브 1등 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근데 외국인 선수들도 있고, 제가 꾸준히 출전하는 것도 아니어서 깔끔히 접었어요. 수비 기록을 세우고 싶어요. 지금 1등이 오현이 형인가요? 형은 리베로라서 넘어서기 어렵겠지만 늦게라도 수비 1등 해보고 싶어요. 은퇴하기 전까지요.
학 너 수비 몇 개 했는데?
승 몰라요… (수비는 리시브+디그. 현재 1위는 여오현으로 11,045개를 성공했다. 곽승석은 총 4,619개로 전·현직 선수를 통틀어 9위에 자리했다.)
광 리그 때 개인 기록 1위를 해보고 싶어요. 리시브, 디그, 수비 등 다방면에서요.
학 기가 막히네.
선 우승할 수 있도록 부족했던 점을 더 보완해야죠. 최소한 지난 시즌보다는 잘하고 싶어요. 제 목표는 팀 우승이에요. 개인 기록은 상관 없어요.
승 뭐야 우승은 기본 전제 아니에요? 형들은 팀 우승이라고 했는데 저희만 개인 기록 말한 것처럼 나오면 안 되는데.
학 얘네는 치사하게 개인 기록 말했다고 꼭! 사실대로 써주세요.
광 (……)
(한선수, 32세, 세터)
훈훈하게 서로에게 덕담 한 마디씩 해볼까요?
학 우선 선수는 세터로서 많이 뛰어다니느라 고생했어. 주장 역할도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잘 이겨내 줬네. 다음 시즌도 잘했으면 좋겠어. 승석이는 팀을 위해 리베로 옷까지 입으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티 안내고 잘해줘서, 팀을 많이 위해줘서 고마웠어. 광현이도 어린 나이에 혼자 리시브하느라 힘들었지? 스트레스도 많았을 텐데 그래도 네가 한 시즌 잘 견뎌줘서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어. 다들 고마워.
선 학민이 형은 아픈데도 어쩔 수 없이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잖아. 비시즌 때 치료 열심히 받고 몸 관리 잘해서 같이 챔프전 우승해보자. 광현이는 열심히 하긴 하는데(웃음). 경기 때 표출을 못 하니까 앞으론 더 씩씩하게 하자. 승석이는 애 보느라 힘들지? 리베로 했다가 공격수 했다가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을 거야. 좀 더 힘내주고. 이게 더 좋은 날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고 여기자. 더 적극적으로, 밝게 해주길 바랄게.
승 나 완전 밝은데? 농담이고요. 다들 한 시즌 고생했어요. 학민이 형은 계속 아팠는데도 티 안내고 잘해줘서 고맙고요. 비시즌에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재활 잘해서 몸 상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수 형은 저희가 리시브 많이 흔들려서 힘들게 뛰어다니고 넘어지기도 하고, 혼자 제일 고생 많았어요. 지금이라도 약 잘 챙겨 먹고 치료도 잘 받아요. 정상 컨디션이 돼야 시즌을 준비할 수 있잖아요. 자기가 직접 잘 챙겼으면 하고요.
선 이제 누가 나 챙겨주나.
승 광현이는 시즌 내내 혼자 리시브 하느라 욕도 많이 먹고 고생했잖아. 한 시즌을 통째로 뛰었다는 게 큰 경험이 됐을 거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거라 믿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광 선수 형, 제 리시브가 너무 흔들려서 많이 뛰어다니느라 힘드셨을 텐데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학민이 형은 몸도 안 좋으신데 팀을 위해 뛰어주셔서 감사 드리고요. 승석이 형은 저 때문에 리베로 옷까지 입게 됐잖아요. 근데 항상 제게 잘해주시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 엎드려(웃음).
광 예…
마지막으로 나에게 대한항공이란?
선 저를 만들어준 팀.
학 아 내가 하려고 했는데. 그럼 저는 ‘나의 마지막 팀’이요. 이제 너희 할 거 없다~
광 꿈이 있는 팀. 챔피언 꿈이요.
승 애증의 팀.
Behind Story 1
기자의 인터뷰 소감을 밝힌다. 네 선수 다 성격이 달라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한선수는 투덜거리지만 꼬박꼬박 대답은 잘해줬다. 슬슬 그의 새침함에 적응이 되려 한다. 김학민은 정말 수다쟁이다. 입담이 아주 좋다. 덕분에 재미있었다. 곽승석은 말을 제일 잘해줘 고마웠다. 구세주 같았다. 백광현은 그냥 풀이 죽어있었다. 왠지 미안했다.
Behind Story 2
이들이 가장 어려워한 것은 노래 고르기. 김학민이 제일 먼저 과제를 끝냈다. 한선수는 브라운 아이즈 ‘벌써 일년’을 골랐다. 그리곤 인터뷰가 다 끝나고 나서 노래를 바꿔달라고 연락이 왔다. 백광현은 처음에 플라워 ‘애정표현’을 선곡했다. 김학민이 “애정표현이 뭐야?”라고 하자 나머지 세 명이 열심히 노래를 불러줬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이는 곽승석. 한선수가 “육아일기 이런 노래 없니?”라고 했지만 굴하지 않고 한동근 노래를 선택했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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