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문기자에게 듣는다, 3대 프로리그가 프로배구에 보내는 조언

이광준 / 기사승인 : 2017-06-13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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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러 프로스포츠들이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발전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각기 다른 토양에 뿌리를 내린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늦게 출범한 프로배구는 그런 측면에서 ‘형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위치다.




첫 번째, '프로야구'가 보내는 조언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산업으로 큰 프로야구가 프로배구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프로배구가 이 노하우를 적절히 받아들인다면, 최근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프로야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룬 ‘압축 Know-How’를 전한다.



글/ 김태우 OSEN 기자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로 발돋움한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해 올해로 36번째 시즌을 맞는다. 출범 배경이야 어찌됐건, 국민 여가와 팬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최고 인기스포츠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근에는 10개 구단으로 확대됐고, 그 기세를 타고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여전히 적자 구조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스포츠로 뽑힌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프로야구 성공 요소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철저한 지역연고를 통한 프랜차이즈 육성, 선순환 고리를 만들며 선수들을 쏟아내고 있는 2군 리그 육성, 수없는 손질을 거치며 이제 막 정착 단계에 들어선 드래프트 방식, 메이저리그(MLB)라는 좋은 선례를 아낌없이 받아들인 선진화 기법, 국제대회에서의 선전 등이 대표적이다. 프로배구가 참고할 만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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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고’
프로야구의 알파이자 오메가



프로야구는 출범 당시부터 지역 연고를 확실히 했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프로축구에 견줘 ‘지역’에 대한 색채가 강했다. 이는 프로야구 성장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한 요소로 손꼽힌다. ‘내 팀’이라는 의식은 자연히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팬 충성심을 만들었다. 그 토대 속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희박했던 프랜차이즈 개념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할 수 있었다. 이는 궁극적인 구매력, 그리고 모기업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며 프로야구 산업이 버틸 수 있는 알파이자 오메가가 됐다.



프로야구가 가지고 있었던 환경을 유리하게 활용한 결과였다. KBO 원로 관계자들은 “이미 고교야구라는 좋은 토대가 있었고, 그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쟁 구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영·호남 라이벌 의식은 프로야구 출범 전부터 컸다. KBO가 어떠한 지역연고 구도를 수립하고 실행했다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환경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떠올린다.



그런 지역연고는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며 완전히 정착 됐다. 몇몇 팀들은 프로 원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팬들과 호흡하고 있다. 이제는 프로스포츠를 넘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는 점에서 구단 가치도 커졌다. 이후 창단한 팀들도 이제는 안정적 지역연고 토대를 만들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을 버리고 서울 입성을 원했을 당시, 비난 여론이 거셌던 것은 프로야구가 지역연고라는 뿌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배구는 이에 비하면 지역연고 개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다. 프로야구는 고교야구라는 든든한 산파가 있었지만, 프로배구는 그런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출범 당시 연고지 배분은 어떠한 전통을 계승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이후 몇몇 팀들이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그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한 점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프로배구도 최근에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경우는 프로배구가 살길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프로스포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천안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고 그 결과 시민 배구단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 호응은 타 팀을 능가한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으로 업계에서는 야구나 축구가 없고 대중문화 시설이 부족한 ‘틈새’를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하고 있다.

2군 리그, 프로배구에게 줄 효과



야구는 배구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경기를 하고, 훨씬 더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때문에 선수단 규모가 더 큰 것은 당연하며, 그 선수단을 수용하기 위한 2군에 대한 필요성은 출범 초기부터 대두되어 왔다. 다만 2군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치솟는 선수 몸값에 비해 구단 매출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른바 ‘자체 육성’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팀들은 2군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대다수 구단들은 자체 2군 시설을 가지고 있다.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장·훈련장·숙소·부대시설 등을 통합한 자체 2군 시설을 가진 팀은 손에 꼽을 만했지만 이제는 없는 구단이 이상한 시대가 됐다. 2군 활성화로 생기는 부수적인 이득도 있다. ‘제2 연고지’를 창출한 것이다. 고양 다이노스(NC), 화성 히어로즈(넥센)는 프로야구단이 없는 도시에 정착해 추가적인 수익과 팬 충성심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로배구도 2군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리그 경기수가 많아지면서 예비 자원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이를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더 넓은 길을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비용 문제로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각 구단 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그러나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배구계 중론이다. 배구계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반대로 세대교체 흐름은 더뎌지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2군 리그 운영에 필요한 금액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한 단장은 “구단들이 합심한다면 1년에 3억 원 추가 비용이면 충분하다”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2군 활성화도 궁극적으로는 ‘선수단 운영 비용’ 문제로 시작했다. 프로배구도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통’드래프트 제도,
프로배구는 지름길 있다



프로야구 드래프트 제도는 수차례 손질을 거쳤다. 수많은 대립과 마찰이 있었다. 특정 선수 스카우트를 놓고 거액의 돈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고, 드래프트 방식도 바뀌기가 여러 번이었다. 가장 근래에도 1차 지명제도를 폐지했다가 몇 년도 되지 않아 부활시킨 전력이 있다. 2차 지명 순번도 올해부터 다시 바뀐다. 10개 구단 이해관계를 한 곳에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프로야구 드래프트 제도 골자는 지역연고에 기반한 1차 지명,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2차 드래프트가 핵심이다. 각 구단들은 연고지 내 출신 선수들을 배타적으로 1명씩 지명할 수 있다. 나머지는 2차 지명에서 골고루 나뉜다. 2013년 처음으로 열린 2차 드래프트는 팀내 잉여 자원들을 맞바꾸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를 종합적으로 관통하는 핵심은 ‘분배’다.



이에 비해 프로배구 드래프트는 특색이 없다.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뽑아간다. 프로배구에서도 지역 연고 고교를 관리하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으나 아직은 빈약한 저변 탓에 현실화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2차 드래프트와 같은 자원 재분배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한 구단 감독은 “당장 성적에만 매몰된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KOVO가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런 드래프트 제도는 아마추어 배구 성장과도 연관이 있다. 아마추어 풀이 굉장히 좁은 프로배구로서는 선택 폭이 넓지 않다. 그러나 각 구단들이 아마추어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KOVO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마추어 배구 프로그램, 혹은 전국단위 대회에 얼굴을 비추는 구단 관계자들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 무관심 부메랑은 10년 넘게 프로 구단들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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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시스템,
국제대회 성적도 중요하다



프로야구 성장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방송과 국제대회 성적이다. 미디어 노출이 많았던 프로야구지만, 막상 전 경기가 전파를 타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직접 가서 봐야 했을 경기가,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으니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부분은 프로배구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할 수 있다. 프로배구 중계권료 상승은 4대 스포츠 중 누구도 이뤄내지 못했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차제에 비시즌 기간에도 팬들이 배구와 호흡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대회 성적도 중요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지만 프로스포츠는 국제대회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프로야구는 아시아권과 올림픽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왔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폭제를 만나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는 2002년 한·일 축구월드컵 직후 프로축구에서도 충분히 확인된 내용이다. 어느 정도 안정세에 이른 현재는 국제대회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긍정적인 토양도 마련됐다.



프로배구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 선전으로 효과를 본 기억이 있다. 이는 여자부 경기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점이다. 반대로 남자대표팀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점점 선진화된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자아비판도 나온다. 이는 대표팀 운영 동반자인 대한민국배구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문제다.

프로야구의 교훈,
“미리 자생력 길러라”



프로야구가 이렇게 좋은 교훈, 좋은 선례만 남긴 것 같지만 고민은 있다. 바로 자생력이다. 프로야구단 운영비용은 구단 성장과 맞물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제는 대부분 구단이 1년에 400억 원 이상을 쓴다. 5~6년 사이에 100억 이상 불어났다는 것이 관계자들 공통적인 이야기다. 그만큼 매출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적자구조다. 모기업 지원이 없으면 운영하기가 힘들다.



국내 프로스포츠 맏형 격이라는 프로야구가 37년이 지나도록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고, 앞으로도 가장 시급하면서도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다. 이는 프로배구에도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의존도가 쌓이면 쌓일수록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모기업 중심 인사로 돌아가는 상황상, 구단 수뇌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로스포츠단 수익구조는 크게 입장수입, 중계권료, 상품판매로 나뉜다. 리그 전체 판을 키워야 입장수입과 중계권료가 늘어날 수 있다. 다양한 머천다이징 개발 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자생력은 결국 프로배구가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가 될 것이다.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이점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프로축구'가 보내는 조언



종목 특성이 다르고 처한 환경도 다르다. 옳다 그르다 판단을 쉽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참고할만한 좋은 예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1983년 시작된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영돼 온 프로축구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실패와 성공을 겪고 수정하고 개정하면서 제도적인 정비를 해왔다. 12년이 된 프로배구로서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배구가 프로축구에서 참고할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글/ 이정수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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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유스팀 운영을 통한
유소년 선수 발굴



프로축구 구단은 의무적으로 유스팀을 운영해야만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프로구단으로서 자격을 얻으려면 반드시 갖추도록 강제한 사항이기도 하다. 구단들은 18세 이하, 15세 이하, 12세 이하 등 산하 유스팀을 연령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 학원 팀과 계약을 맺어 운영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됐지만 구단이 직접 학교 유스팀을 창단하면서 관리하거나 클럽형태로 신설해 운영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축구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 프로팀 미래 자원으로 교육하는 것에서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교실을 만드는 것으로 변화해오고 있기도 하다.



유스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우선적인 효과는 선수자원을 수월하게 수급하는 것이다. 유스 시스템을 잘 갖춰 오랫동안 운영해온 전남 드래곤즈나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등은 유스팀을 통해 프로팀 일원으로 성장할 선수들을 길러내고 있다. 프로팀을 거쳐 해외 진출에 성공한 지동원은 전남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였다. 포항은 신화용을 비롯해 프로팀에서 오랫동안 든든한 자원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유스 시스템을 통해 얻었다. 각 프로구단이 갖고 있는 철학을 유스팀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팀에 진출한 어린 선수들도 빠르게 팀 컬러에 적응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남 구단의 한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늘 프로팀 경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서로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보고 배우는 효과가 적지 않다. 중고등학교에서 함께 축구를 하던 형들이 프로팀에 가는 것을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동기부여도 확실하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프로 산하 유스팀 경우 프로구단의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선수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수준이 일반 학원 축구팀에 비해 좋다. 성장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프로산하 유스팀으로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유망주들을 발굴할 기회도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유망주들이 필요한 훈련을 받고 몸 상태를 관리 받으면서 차세대 스타로 성장해나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렇게 유스팀에서 성장시킨 선수들이 프로팀에 입단하게 되면서 각 구단은 선수영입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좋은 선수로 성장해 더 큰 무대로 나서게 된다면 구단에 남기는 이적료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유스팀 운영은 선수 육성 외에 저변확대와 팬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특정 프로구단 산하 유스팀에서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선수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해당 구단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이 연고지역과 더욱 가까워지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도 있어 연고지역의 축구응원 분위기 형성에도 효과가 있다. 그런 이유로 선수육성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고 저변확대를 위해 운영되는 유스팀도 있다. FC서울 경우 FOS(Future of FC Seoul)라는 흥미 위주의 유스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FOS를 통해 축구에 흥미를 갖고 축구선수가 되고자 하는 어린이들은 산하 유스팀에 입단해 운동을 지속할 수도 있다. 숨어있던 유망주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학부모들도 축구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팬 층을 확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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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리그 운영과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



프로축구는 R리그(Reserve League. 2군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R리그에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나누지 않고 총 12개 구단이 참가했다. 2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한 팀 당 22경기씩을 치르게 된다. 프로축구가 R리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실전감각을 유지하면서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특히 프로입단 후 경기출전 기회를 많이 얻기 힘든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새로운 선수를 발견하기 위한 테스트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운영취지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와 향상인 만큼 R리그 출전규정은 제법 까다롭다. 23세 이하 국내선수는 무제한 출전할 수 있지만 23세를 초과하는 선수는 5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구단 산하 유스팀 선수는 경기 중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입단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출전시킬 수는 없다. 국내 테스트 선수도 23세 이하 선수로 2명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규정으로 인해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부여해 실전에서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프로 1군으로 불러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확인하면서 불확실한 모험적 기용을 피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재산과도 같은 소속 선수들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R리그는 지난 2012년까지 운영되다 승강제 도입을 이유로 폐지됐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필요성을 공감하는 팀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리그를 운영하려던 시도가 있었고 지난 2016년 정식으로 부활했다.



R리그 운영은 프로축구 K리그가 도입한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선발 11명 선수 가운데 반드시 23세 이하 선수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7명 교체선수 명단에도 23세 이하 선수를 최소 한 명 포함해야 한다. 23세 이하 선수 선발출전 의무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경기 중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기회가 3회에서 2회로 줄어드는 페널티가 주어진다. 프로에 입단하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줄이고 각 구단이 젊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육성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의무규정을 두면서 구단마다 23세 이하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정도 기량을 갖춘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든지 팀 내에서 성장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규정은 몇 년 동안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강화돼 현재 형태가 됐다. 이로 인해 산하 유스팀도 강화되는 효과가 생겼다. 유스팀에서 곧바로 프로팀에 콜업할 선수가 있다면 의무규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스팀에서 선수를 육성해 2군리그에서 테스트해본 후 1군 엔트리에 포함하는 순환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자연히 유스팀에 관심을 더 쏟게 된다.



R리그 운영과 23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은 선수육성을 위한 노력이다. 이는 각 구단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좋은 선수를 육성해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선수영입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잘 키운 스타플레이어는 구단의 리그성적뿐 아니라 마케팅성적도 함께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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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
팬들도 같이 보면 어떨까



프로배구는 국내 4대 프로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판단을 돕기 위해 카메라가 찍은 영상 힘을 빌리면서 오심을 줄여나가고 있다. 프로배구가 비디오 판독이 갖는 순기능을 증명하면서 이제는 국내 다른 프로종목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축구가 비디오 판독 도입이 가장 늦었다. 축구 룰을 결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승인을 얻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발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몇몇 나라 프로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기술도입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었던 탓에 IFAB 결정이 지난 2015년에야 내려졌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렸던 FIFA 클럽월드컵부터 시범적으로 비디오 판독이 가동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는 올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올 시즌 초부터 시험가동을 해보고 있다. 축구에서는 VARs(Video Assistant Referees)라고 불리는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경기 양상이 크게 바뀌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5월 하순 국내 6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FIFA U-20 월드컵에는 VARs가 전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매 경기마다 4명 심판진이 경기장에 배치되고 영상을 분석하는 운영실에 2명 심판이 더 배정된다. 경기장에 있는 주심 판정이 우선이지만 득점 여부, 퇴장, 페널티 킥 등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판정을 할 때 참고할만한 자료가 된다.



축구에 도입된 비디오 판독의 독특한 면은 경기장 내 전광판을 통해 주심이 어떤 장면을 보고 판정을 내렸는지가 방송된다는 점이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간 A조 첫 경기에서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아르헨티나 공격수에게 레드카드를 줬다. 주심 판정이 내려진 후 아르헨티나 선수가 상대 선수 머리부위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장면이 전광판을 통해 재현 됐다. 경기장내 팬들도 주심이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배구를 비롯해 다른 종목들은 경기장 내에서 ‘비디오 판독중’이라는 알림은 하지만 어떤 장면에 대해 판독이 이뤄지고 있는지 영상을 통해 보여주지 않는다. 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라면 해설자와 진행자의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리플레이 영상으로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관전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친절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무엇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지, 판독 결과 주심 최초 판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공지해주고는 있지만 그 장면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함께 볼 수 있다면 흥미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프로농구'가 보내는 조언



글/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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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청탁을 받고 “네, 알겠습니다” 답했지만, 생각해보니 농구가 배구에게 조언을 할 처지가 되나 싶었다. 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농구는 정말 많이 고전하고 있고, TV 시청률에서도 남녀농구 모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정도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 프로농구단 사무국장을 지냈던 지인과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재직 당시 그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시청률’을 이유로 광고와 후원을 고사하는 기업들을 설득하는 일이라 했다. 객단가, 온라인 생중계 접속자 등 농구도 내밀 것은 있었지만 결국 ‘얼마나 경기를 보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프로배구는 1.0%대 경기가 종종 나왔지만, 프로농구는 시즌 중 1.0% 시청률이 기록되는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 지상파 중계에서도 농구는 명함을 못 내밀 지경에 이르렀으니, 농구전문기자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농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달라”는 게 전부가 아닐까도 싶었다. 아. 괜히 맡았다. 초라해지면 지는(?) 건데.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취재를 다니며 농구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프로배구선수들은 항상 표정이 밝다는 것이다. 경기 중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세리머니를 하고, 하이 파이브를 하며 벌이는 기(氣) 싸움 역시 인상적이다. 관중, 동료들은 힘이 나고 상대는 거슬리는 장면이다. 결국 어느 쪽이 더 많이 웃고 기뻐하느냐를 보면 승패도 알 수 있다. 농구는 그런 면이 부족했다. 언젠가 여자농구 김단비(신한은행), 박하나(삼성생명)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세리머니하다가 백코트를 안 하면 실점”이라 말한다. 생각해보니, 농구는 배구보다 좀 더 페이스가 빠르다. 세리머니를 할 틈이 없다. 그래서 양희종(KGC인삼공사)은 경기가 중단됐을 때 분위기를 돋우는 제스처를 많이 취하고, 은퇴한 주희정(삼성)은 동료들을 불러모아 대화를 나눈다 했다. 그것 역시 해결책을 다같이 찾는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상대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화면이 더 밝게 나오는 쪽은 역시 배구다. 농구는 벤치도, 코트도 항상 엄숙하다. 카메라가 벤치를 비출 때는 어김없이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관중을 끌어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다고나 할까? 경기 중에 치어리더를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과연 농구가 배구를 위해 해줄 말이 뭐가 있을까. 한 번 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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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 확대를 위한 2군 운영



프로농구는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마찬가지로 D-리그라 불리는 2군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2016~2017시즌에는 매주 월, 화요일에 고양 오리온의 홈 경기장(고양실내체육관)내 보조체육관에서 경기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기를 뛰며 실력을 향상시킬 좋은 기회가 됐다. 신인선수들은 ‘프로농구’를 배우는 장이었으며, 때로는 복귀를 앞둔 1군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키우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상무가 일방적으로 앞서간 싱거운 모양새였지만,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감독들은 “2군에서 열심히 하면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부산 KT에서 뛰고 있는 김우람은 2016년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와 계약기간 5년에 보수 1억 9천만 원 계약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김우람이 처음 뛴 프로농구 경기는 1군이 아닌 2군이었다. 2011년 2군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뒤 D-리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윈터리그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그는 당당히 한 팀을 이끄는 주전 가드가 됐다. 모든 선수가 김우람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스타 1~2명만 발굴된다 해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D-리그를 위해 2군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지금도 농구단 중에는 창원 LG와 안양 KGC가 2군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다음 시즌 불참을 검토 중인 팀도 있다.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엔트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정책이 바뀌면서 점차 D-리그에 대한 체육회, 연맹 차원에서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배구단도 같은 걱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때 KBL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연합팀’을 구상하기도 했다. NBA에서 빌려온 방식인데, NBA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끼리 연합하여 유망주들이 한 팀에서 뛰게끔 하는 방식으로 2군 리그에 참가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방법은 많다. 더 많은 선수들이 배구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유망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는 2군 리그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여자프로농구는 2군 리그격인 퓨처스리그 외에도 여름마다 ‘박신자컵 서머리그’를 개최하고 있다. 30세 이상, 혹은 주전급들을 제외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이 대회 목표는 1960년대 세계적인 여자농구스타였던 박신자 씨 같은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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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의 컨텐츠



6월 3일 오후 4시, 태국에서는 한국과 태국 간의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가 개최된다. 이 슈퍼매치는 배구뿐 아니라 농구계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태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 배구계에 새로운 컨텐츠가 생겼다는 점 등에서 농구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그 동안 농구도 중국 일본 등 뻔한 시장만 두고 ‘라이벌’을 외쳐왔지만, 팬들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대회를 열어 해외 대학팀을 불러왔지만 미처 준비가 안 된 팀들을 데려와 경기력은 형편없었고, KBL은 아시아프로농구챔피언십을 개최해 중국 뉴질랜드 프로 우승팀을 초청했으나 이 역시도 전력 불균형으로 화제가 되지 않았다. 이목을 끌만한 컨텐츠는 되지 못했던 것. 2014년 아시안게임을 의식한 듯, 필리핀 팀을 불러 필리핀 관중도 기대했지만 이 역시도 홍보, 마케팅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교훈만 얻었다.



그 와중에 태국으로 시선을 돌린 배구연맹의 이번 행보는 ‘새 시장 개척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돌이켜보면 배구는 비시즌에도 기자들이 이런저런 대회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농구든 배구든 챔피언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가 무섭게 대중의 관심에서 지워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들이 차지하던 지면은 야구 축구로 덮였다. 그런 면에서는 같은 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시즌에도 꾸준히 팬들 시선을 끌만한 ‘강력한’ 컨텐츠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마도 이러한 국제적인 교류전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가 함께한다는 점 역시 배구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아닐까. 여태껏 잘해왔지만, 이러한 비시즌 컨텐츠가 실속있고, 꾸준하게 제공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연고지를 위한 행사, 연고지 내 유망주들을 위한 행사도 중요하다. 프로농구도 최근 2~3시즌동안 연고지로 향하는 횟수가 많이 늘었다. 창원 LG,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 등은 ‘농구 전파’에 앞장섰다. 연고지 학교를 찾아 퀴즈로 농구를 알아보고, 같이 게임을 하면서 매력을 알렸다. 동부는 지역내 대학교 축제 현장에 ‘꽃미남’ 선수들을 파견(?)했다. 서울 SK는 등번호 5번을 쓰고 있는 김선형이 서울, 경기 지역내 등번호 5번 유망주들을 초청해 클리닉을 가졌다. 사실, ‘팬 프렌들리’는 프로배구선수들이 갑(甲)이라 들었다. 판이 깔리면 누구보다 친절, 다정, 재미있다고 말이다. 또 최근의 올스타전을 보면 구성과 기획 모두 배구가 더 뛰어났다는 평가다. ‘라인’ 캐릭터가 중심이 된 배구 올스타전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의 자세, 연맹 및 구단의 아이디어, 그리고 그 동안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화 하여 전달해온 그 노력이 전 구단,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 어떨까 싶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팬 미팅, 사인회 등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더스파이크> 기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행사가 모든 구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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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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