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배구 한류의 시작, 한국 - 태국 올스타 슈퍼매치

정고은 / 기사승인 : 2017-05-30 11:32: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배구 한류를 위한 첫 걸음, ‘월드스타’ 김연경(29)이 이끈다. 그 전초기지는 태국이다. 6월 3일 태국 방콕에 있는 후아막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한국배구연맹(KOVO)이 준비한 국가대항전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소개한다. 분명 한국배구에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rla540.jpg


왜 태국인가
시작은 V-리그 주관방송사인 KBS N 스포츠와 KOVO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V-리그의 해외진출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고민하던 중 태국 원정 A매치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모두가 무릎을 탁 쳤다. 지난해 논의 과정에서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김연경(29)과 세터 눗사라 동꼼(32)이 떠올랐고, 회의내용은 급진전했다.



1월말 KOVO 실무진이 태국으로 떠나 태국배구협회에 제안을 했고, 태국 측에서도 수익적, 세부적 측면에서 수용할만한 안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KOVO가 태국을 선택한 것은 여자배구 인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태국은 여자배구가 ‘국기’로까지 여겨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다. KOVO 제안에 태국 현지 메이저 방송사까지 뛰어들었다. KOVO 관계자는 “태국에서 여자배구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정도 인기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양국 올스타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가능성이다. ‘아시아 배구의 경쟁과 발전’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국내에 한정된 수익모델 외에 배구한류의 시발점이 될 수 있고, 향후 중국과 일본을 끌여 들여 4개국 배구대회로 성장시킬 수 있는 시금석도 될 수 있다. 일본은 여자배구가 전통의 인기종목이고, 중국은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로 여자배구의 신드롬이 인 국가다.



사실 더 큰 그림도 그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국가대항전 외에 K-POP 스타 콘서트까지 융합한 일종의 한류축제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연예기획사 측과 논의도 거쳤고, 흥미로운 사업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일을 추진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태국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이 향년 88세로 서거했고,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1년간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국민들은 한 달간 검은 옷을 입고 애도를 표했고, 국가차원에서 금주령까지 내렸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스타 콘서트까지 결합된 대규모 이벤트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KOVO는 이 점을 상당히 아쉬워했다.



구자준 KOVO 총재는 “V-리그의 글로벌 마케팅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휘한 교두보로 이번 대회를 추진했다”라며 “한국과 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스타가 모두 출전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V-리그가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했으면 한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찬닛 웡프라섯 태국배구협회 회장도 “이번 슈퍼매치가 아시아 배구발전을 위한 발판이 됐으면 한다”라며 “앞으로 양국간 정기전으로 대회가 성장하길 바란다.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서 태국과 한국 배구팬에게 의미 있는 경기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이런 자리가 태국에서 마련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코트 안의 그들은 전쟁이다
한국과 태국의 배구축제지만 승부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올스타전 형식으로 사실 승패에 의미를 두기보단 즐기면 되겠지만,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태극마크를 달고 맞붙는 국가대항전이라는 것이다. 다소 여유롭게 운용하다 패한다면 은근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코트안 선수들은 진지하게 나서야 할 필요도 있다.



KOVO도 이 점을 알고 정예멤버를 구성했다.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을 단장으로 선임한 뒤 2016~2017시즌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대표팀을 구성하고 방콕으로 떠난다.



김연경(FA 신분)을 필두로 박정아(도로공사), 이재영(흥국생명), 강소휘(GS칼텍스)까지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 자원이 총출동하고, 아포짓스파이커에 김미연(IBK기업은행)과 한수지(인삼공사)가 참가한다.



세터에도 이효희(도로공사)와 염혜선(IBK기업은행)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미들블로커에는 김희진 김수지(이상 IBK기업은행), 배유나(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이 거미손을 자랑할 예정이다. 리베로 포지션에는 김해란(흥국생명)과 나현정(GS칼텍스)이 참가한다. 몇몇 선수들은 이번 오프시즌 FA로 이적하면서 소속팀이 바뀌었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사랑은 달라진 게 없다.



태국 역시 100% 정예멤버로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의 ‘국민 세터’ 눗사라 동꼼이 조율사로 나서고, 프림짓 틴카우, 오누마 시티락까지 승리를 위한 전력을 위해 꼼꼼히 후보선수까지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력 핵은 페네르바체 소속인 눗사라다. 김연경 동료이자 주전 세터로 맹활약한 선수다. 1985년생으로 태국 배구스타로 익히 알려져 있다. 대표팀 소속으로만 40회 이상 국제경기를 치렀을 정도로 노련미가 넘친다.



16세 때인 2001년 프레전트 타일랜드 컴피티션 아시안챔피언십에서 첫 국가대표로 참가한 뒤 아직까지도 대표팀 핵으로 코트에 서있다. 2007~2008년 아시안클럽챔피언십 베스트 세터를 수상했고, 2010년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는 최고수훈선수(MVP)상을 받았다. 또 2011~2012년에는 연속으로 베스트 서버상도 수상했다. 월드리그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수상목록만 20여회에 이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 주역이다.



미들블로커 프림짓 틴카우(34)도 경계대상이다. 방콕 글래스VC 소속으로 180㎝ 신장을 갖춘 베테랑이다. 눗사라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챔피언십 베스트서버와 블로킹상을 수회 수상했고, 역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다.



또 윙스파이커 오누마 시티락(31)도 건재하다. 2006년부터 태국 대표팀 부름을 받아왔고, 175㎝ 신장에도 파워풀한 스파이크와 서브가 장점이다. 현재 일본 JT마블러스 소속. 이외에 아제랄 바쿠 소속 177㎝ 아포짓스파이커 말리카 칸퉁(30)의 공격력도 대비해야 하고, 윙스파이커 위라반 아피니야퐁(33)도 여전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피니야퐁은 174㎝로 작은 신장이지만 펀치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역대 전적에선 27승 6패로 한국이 크게 앞서고 있다. 가장 최근 맞대결에선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2-3으로 졌다. 당시 태국은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한국은 본선 무대에 나가 8강에 올랐다.



대표팀의 철저한 상대분석은 5월 30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는 합숙훈련기간 중 함께 이루어질 전망이다. KOVO도 이 시기에 맞춰 태국 대표팀의 확정된 정예멤버를 100%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철 감독은 IBK기업은행 체육관에서 합숙훈련을 지휘하며 단기간이지만 승리를 위한 조직력을 높이기 위한 집중조련을 이어간다.


dhf540.jpg


 4박 5일간 일정, 연습 연습 또 연습
‘이정철호’는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가대항전인 만큼 신경이 쓰인다. V-리그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한 감독이고, 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다. 대표팀 일정을 보면 느껴진다.



대표팀은 5월 30일까지 합숙훈련을 한 뒤 31일 오전 태국으로 출국한다. 방콕까지 5~6시간 비행시간이 있어 사실 입국 절차를 거쳐 숙소에 도착하고 짐을 풀면 저녁시간이다.



6월 1일부터 연습과 미디어 홍보를 위한 일정이 이어진다. 오전 연습 이후 오후 2시 미디어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대표팀은 이후 다시 오후 연습을 갖고 저녁에는 테크니컬 미팅을 실시한다.



2일도 오전 오후 연습을 이어가고 저녁에는 태국 현지 열성적인 배구팬들을 위한 사인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3일 오전 연습 후 오후 2시 10분 공식 개시하는 슈퍼매치에서 태국 대표팀과 승부를 벌인다. 대표팀 선수단도 사실 방콕을 둘러볼 여유는 없다. 경기 당일 저녁과 출국 날 오전만이 자유시간이다. 이정철 감독의 스타일이다.



김연경의 큰 뜻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슈퍼매치는 김연경 참가가 가능했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KOVO는 세계적 공격수인 김연경이 슈퍼매치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눗사라와의 우정도 얘깃거리다. 국제적인 스타가 참가한다면 태국 내 미디어 관심도 올라갈 게 당연하고, 화제를 모으기 위해 김연경 참가는 필수였다. 그래서 김연경에게 제안을 했고 부탁했다. 김연경은 고민 끝에 V-리그와 아시아 배구 발전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꽤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너무나 바쁜 일정 탓에 휴식기가 거의 없는 까닭이다.



터키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5월 8일 귀국한 김연경은 지난해 10월부터 리그 경기는 물론 터키컵과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조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FA 자격을 취득해 새 둥지도 결정해야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및 행사로 바쁘게 지내왔고, 태국으로 출국해 태국 국가대표 선수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스페인으로 향했다. 라리가 중계권을 갖고 있는 SPOTV 초청을 받았고, 이에 김연경과 ‘절친’ 김수지가 함께 다녀왔다.



돌아온 뒤 곧바로 합숙에 참가한 김연경이고, 다시 태국으로 떠나 슈퍼매치에 참가하게 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그 이후에는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한다.



대표팀은 6월 7일부터 훈련에 돌입하는데, 2017 월드그랑프리, 8월 아시아선수권, 9월 그랜드챔피언스컵을 끝으로 2018 세계선수권아시아예선전에 참가한다. 또 그 과정에서 8월에는 직접 준비하고 있는 유소년 배구대회도 개최한다. 초등학교 주축의 클럽 팀을 대상으로 안산에서 대회를 열 계획이다.



그야말로 오프시즌 김연경의 행보는 쉴 틈이 없다. 이번 슈퍼매치는 이벤트 경기이고, 김연경이 출전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번 대회가 양국의 배구 발전을 위한 경기여서 눗사라 떰꼼과 함께 흔쾌히 참가 결정을 할 수 있었다”라며 “아시아 배구발전에 이바지하는 대회로 성장해갔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2017 한국-태국 올스타 슈퍼매치 한국대표팀 명단
세터 이효희(도로공사) 염혜선(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김희진 김수지(이상 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배유나(도로공사)
아포짓스파이커 김미연(IBK기업은행) 한수지(KGC인삼공사)
윙스파이커 김연경(페네르바체) 박정아(도로공사) 강소휘(GS칼텍스) 이재영(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 나현정(GS칼텍스)



글/ 권기범 스포츠월드 기자


사진/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