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기가 육상과 태권도인 학교. 그런데 학생부터 교사, 학부모까지 모두가 ‘배구’로 하나됐다. 스포츠 자체를 온전히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모였다. 배구로 대동단결한 김천 동신초등학교이다.
김천 동신초(교장 이형석)는 2002년 9월 1일 개교했다. 지난 2015년부터 한국배구연맹(KOVO)과 협약을 맺어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매주 월 수 금요일 5학년과 6학년을 대상으로 주간에 10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7시간, 방과 후 교육으로 3시간이다. 배구뿐 아니라 운동에 전반적으로 힘쓰고 있다. 학생들 심신을 고루 튼튼하게 기르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건강 달리기’로 운동장을 5바퀴씩 뛴다. 매월 ‘육상 꿈나무 전’을 실시해 순위를 매긴다. 주말에는 여러 종목이 포함된 스포츠 클럽도 운영한다.
이형석 교장은 “우리는 배구를 아주 좋아하는 학교다. 교사들은 ‘화요 배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실력 향상을 위해 개인 훈련을 다니는 분들도 있더라. 물론 어머니 배구도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이뤄진다. 아이들이 같이 하고 싶어서 따라 나온다. 유소년 배구교실을 향한 반응도 무척 긍정적이다. 아이들이 협동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정말 즐거워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특히 이 교장은 김천을 연고지로 하는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단 홈 경기를 모두 찾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화창한 날씨가 마음을 간질이던 4월 21일 오전 10시 50분. 수준급 학생들이 다수 속해있다는 6학년 5반 수업이 시작됐다. 김영숙 지도자가 차분히 아이들을 이끌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이후 두 명씩 짝지어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긴 아이는 도망가고, 진 아이는 열심히 달려 쫓았다. 이긴 아이가 잡히면 다시 가위바위보를 통해 술래를 정했다. 서로 잡고 잡히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몸을 풀었다. 마지막 준비 운동은 배구공 드리블이었다. 아이들은 바닥에 배구공을 튕기며 체육관을 두 바퀴 돌았다.
이날 수업은 팔뚝연결 연습이었다. 처음엔 공을 바닥에 한 번 튕겼다가 팔뚝으로 받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공을 던져 바닥에 닿게 하지 않고 곧장 받아내는 연습을 했다. 김 지도자가 돌아다니며 한 명씩 자세를 교정해줬다. 개인 운동을 마친 아이들은 두 명씩 한 조가 되어 마주보고 섰다. 한 명이 공을 던져주면 다른 한 명이 받아내는 동작이었다. 아직 숙달되지 않아 정확히 공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공은 어김없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아이들은 각자 훈련에 열중하다가도 서로 공을 주워주며 훈훈한 장면을 선보였다.
끝나갈 무렵 김 지도자가 아이들을 한 데 모았다.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잘한 학생 두 명을 차례로 앞으로 불러냈다. 각자 시범을 보이게끔 하고 칭찬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팔다리를 쭉 뻗고 앉아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수업이 마무리됐다. 다음 시간에는 체육관에서 다른 종목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아이들은 직접 네트와 지주를 해체해 차곡차곡 정리해나갔다. 초등학교 최고 선배인 6학년다웠다.
수업을 마치고 김영숙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이들이 기본기에 충실하며 배구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다들 굉장히 즐거워한다. 초등학생이지만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이 있다. 배구공을 만지면서 이를 해소하고, 나아가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게 하려 했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아이들이 됐으면 한다”라며 지도 가치관에 대해 들려줬다.
가장 보람찬 순간이 언제인지 묻자 “말썽을 피우거나 집중을 잘 못하고, 친구를 따돌리는 아이들이 있다. 조금 더 애정 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했다. 계속 잘한다고 칭찬을 해줬더니 아이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주고자 했다. 작년에 힘들어하던 아이가 올해는 많이 밝아졌다. 이제는 반대로 그 아이가 항상 나를 쫓아와 제일 먼저 인사하고 간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김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배구가 쉬운 운동이 아닌데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선생님 믿고 따라와주면 앞으로도,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재미있게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나도 노력하겠다. 항상 고맙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음은 이형석 교장(김천 동신초) 인터뷰
Q. 배구 매력은 무엇인가?
A. 팀플레이가 중요시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배구는 개개인 기량도 좋아야 하지만 팀원들과 호흡이 더 중요하다. 리시브-세트-스파이크로 이어지는 연결 과정에서 우리는 강렬한 스파이크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확한 리시브와 세트가 없다면 결코 좋은 공격이 나올 수 없다. 블로킹, 서브 등을 제외하면 배구는 혼자 힘으로 득점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동료들끼리 서로 도와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배구 매력이다.
Q. 배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도 있는가?
A. 학생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배구교실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배구선수 꿈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김천에는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이 있지 않나. 요즘엔 친구나 가족과 경기장을 찾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 더 활성화되면 김천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여럿 나올 것이라 믿는다.
Q.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매년 KOVO 유소년 배구대회에 참여한다. 좋은 성적을 내려는 마음보다는 배구 자체를 즐겼으면 한다. 몸과 마음이 튼튼해졌으면 좋겠다. 훌륭한 플레이를 한 친구는 칭찬해주고, 실수를 한 친구는 격려해주며 팀워크와 사회성을 기르길 바란다. 얘들아 모두 바른 학생으로 성장해보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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