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해외 프로배구리그를 찾아서, 터키리그 & 중국리그

더스파이크 / 기사승인 : 2017-03-31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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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리그 변방에 머물렀던 터키리그와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리그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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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뛰는 터키리그는 어떤 곳


김연경은 지난 2011~2012시즌 임대 신분으로 터키리그에 진출했다. 그가 처음 터키리그로 건너 갔을 때만 해도 국내 배구팬들은 낯선 곳으로 여겼다.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등이 현역 선수생활을 했던 이탈리아가 유럽리그를 대표하는 곳으로 꼽혔다. 해외배구에 관심을 둔 팬들은 폴란드와 러시아리그까지를 ‘빅 리그’ 범주에 넣었다. 터키리그는 변방에 속했다.



하지만 김연경이 진출한 터키리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그는 터키리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 선수들과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선수 신분을 두고 지루한 다툼이 있긴 했지만 김연경은 임대가 아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페네르바체와 재계약했고 최고 선수라는 명성과 함께 이에 따른 연봉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김연경에 앞서 터키리그에서 활약한 주인공이 있다. 여자부가 아닌 남자부에서 한 시즌을 뛴 문성민(현 현대캐피탈)이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전력에 지명되었지만, 해외진출을 선언하며 지난 2009~2010시즌 터키 할크방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문성민은 김연경만큼 터키리그에서 주목 받지 못 했다. 몇 가지 이유는 있다. 터키리그는 유럽에서도 남자부보다 여자부가 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할크방크는 최근 터키리그 남자부에서 강 팀으로 평가 받지만 문성민이 뛰었을 당시에는 중위권 전력으로 꼽혔다.



문성민은 오히려 이전 소속팀이던 프리드히스하펜 시절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리드히스하펜은 독일 분데스리가 뿐 아니라 유럽 클럽 대항전 중 최상위 레벨인 챔피언스리그에도 단골로 출전하는 명문팀에 속한다. 또한 그는 해외리그 진출 첫 시즌이라는 프리미엄도 얻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터키리그로 건너갔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여자부가 그랬다. 러시아리그는 비교적 자국 선수들의 (터키리그를 포함한) 해외리그 유출이 덜해 규모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 폴란드 리그는 사정이 달랐다. 한때 최고 리그로 꼽혔지만 그곳에서 뛰고 있던 A급 선수들이 터키리그로 줄줄이 발걸음을 돌렸다.



서유럽 지역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급여 지급이 순조롭지 않게 되자 많은 선수들이 발길을 돌렸다. 터키리그가 반사 이익을 누린 부분이다. 또한 터키리그에서 ‘빅4’로 꼽힌 페네르바체, 에작시바시, 바키방크, 갈라타사라이 등이 서로 경쟁적으로 우수 선수를 데려왔다. 김연경도 그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페네르바체가 영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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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리그 후반부 관전 포인트


페네르바체는 터키리그에서 신흥 명문 팀으로 평가된다. 터키리그는 터키배구협회가 중심이 돼 지난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남자부 배구리그가 출범했다. 여자부는 이보다 늦은 1983년 시작됐다.



리그 출범 후 지난 시즌까지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한 팀은 에작시바시로 통산 17회 우승을 달성했다. 에작시바시는 리그 출범 원년이던 1983년부터 1989년까지 6연패,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연패도 각각 기록했다.



바키방크는 그 뒤를 이어 통산 9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페네르바체는 두 팀에게 밀리다 지난 2008~2009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2010~2011시즌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김연경이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은 뒤 페네르바체는 한동안 터키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 우승 이후 5년 만인 지난 시즌에야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터키리그는 김연경이 진출한 뒤부터 중계방송을 통해 국내에도 전파를 타고 있다. 또한 예전과 달리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페네르바체를 비롯한 터키리그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김연경도 개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해 팬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데 터키리그에서 뛰는 김연경을 보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그는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터키리그가 배구 팬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에서 중국을 금메달로 이끈 주역 주팅이 중국리그를 떠나 올 시즌 터키리그 바키방크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주팅은 ‘포스트 김연경’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한국과 중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아이콘끼리 맞대결만으로도 충분한 얘깃거리가 된다. 페네르바체와 바키방크는 정규리그에서 두 번 만난다. 터키리그 정규시즌 경기수는 한국 V-리그와 견줘 많지 않다. 1부리그에 속한 12팀끼리 두 번씩 만난다.



두 팀이 벌인 올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바키방크가 웃었다. 두 번째 만남은 3월 8일 예정됐다. 올 시즌 갈라타사라이 성적이 예전만 못하지만 터키리그는 페네르바체 바키방크 에작시바시 등 3팀간 순위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순위경쟁은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로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필수 요소다. 또 바키방크는 2월 22일 기준으로 17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페네르바체가 바키방크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지 여부도 정규리그 후반부 지켜봐야 할 부분 중 하나다.



터키리그 유럽 최상위 리그 도약을 노린다


터키리그도 출범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다. 팀 운영 자금이 모자라 시즌 도중 해체되는 팀도 있었고 시즌이 끝난 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운영 주체가 바뀐 팀도 여럿 나왔다.



터키배구협회는 자국리그 발전을 위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승강제를 도입했다. 1부리그 12개 팀 중 11, 12위팀은 다음 시즌 자동적으로 2부리그로 내려간다.



2부리그에서는 우승팀을 비롯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리그에 올라오는 팀을 결정한다. 승강제 시스템이 정착된 부분은 V-리그와 비교해 터키리그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유럽에서 리그가 활성화된 곳은 대부분 승강제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 V 프리미어리그도 마찬가지다.


터키배구협회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2부 리그에 변화를 줬다. 2부리그 참가팀을 늘렸다. 그전까지는 1부리그와 마찬가지로 12개팀이 2부리그에서 활동했지만 A B조로 나눠 각 조당 14팀씩 묶였다.



또 하나 특징으로는 유소년팀까지도 리그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유럽배구연맹(CEV)은 지난해 정기 총회에서 “터키배구협회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평가를 내렸다. 터키보다 앞서 체계화된 리그를 출범시키고 운영했던 이탈리아도 협회 차원에서 유소년 클럽까지 세세하게 관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국은 터키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프로배구 운영 주체가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아닌 한국배구연맹(KOVO)이기 때문이다. 성인배구가 프로와 아마추어로 이원화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터키리그 운영 방식과 시스템은 참고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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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리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연경의 차기 행선지는 터키 현지를 비롯해 국내와 해외에서도 관심거리다. 그는 명실상부한 여자배구에서 세계적인 윙스파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연경을 원하는 팀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선택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바로 높은 몸값 때문이다. 해외 에이전트 사이에서 김연경 연봉은 최소 금액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 달러(약 11억 4천만 원)부터가 입단 협상을 위한 기준점인 것이다.



중국은 최근 국제축구계에서 큰 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명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배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리그 광둥 에버그란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FA가 된 김연경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구체적인 조건이 서로 오간 것은 아니지만 당시 광둥이 제시한 금액은 200만 달러(약 22억 8천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김연경의 중국 행이 불발된 이유는 있다. 2016리우올림픽 참가를 위한 한국여자대표팀 소집 기간과 협상 시기가 맞물렸다. 페네르바체에서 적극적으로 매달렸던 부분도 1년 재계약을 이끌어낸 원인 중 하나다.



올 시즌 종료 후 김연경은 다시 한 번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굴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경우 페네르바체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리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오퍼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리그는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지난 1월 중국리그를 직접 보고 왔다. 당초 계획은 중국리그 사무국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V-리그를 살펴보려고 했다. 프로리그로 따지면 형님인 V-리그를 벤치마킹하고 조언도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간에 일어난 정치적인 갈등 등을 이유로 방문은 성사되지 못 했다. 그 대신 한국배구연맹 측이 중국을 찾았다.



중국리그는 오는 2018~2019사즌 프로 출범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측은 “2019년까지 프로화를 마무리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리그는 올 시즌을 기준으로 남녀부 각 12팀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18~2019시즌 남녀 각 16개팀으로 1부 리그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2부리그도 당연히 운영한다. 2부리그는 중국 각성(省) 체육국과 체육학교가 담당하는 구조다. 한국배구연맹은 “중국리그도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정착시키느냐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리그가 프로화를 야심차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아레나월드’라는 스포츠마케팅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회사로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베이징 외에 중국 14개 도시에 지사가 있고 해외지사도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레나월드’는 이미 중국에서 축구와 농구의 프로리그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배구연맹 측은 “배구리그 프로화를 위해 ‘발리볼월드’라는 자회사도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리그는 남자부보다 여자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현재 여자부가 인기가 더 많다. 중국에도 팬이 많고 이름과 실력이 잘 알려진 김연경 영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편 중국리그는 남녀부 모두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 숫자에 제한이 없다. 단 경기는 2명만이 출전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김연경을 포함해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고 이름값이 있는 외국인선수들을 끌어들일 배경은 이미 마련된 셈이다. 올 시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오프시즌에 들어가면 중국리그 움직임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CEV(유럽배구연맹) 홈페이지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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