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봄 배구’라고도 부르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1~3위(남자부는 3, 4위간 승점차가 3점 이내일 경우 4위까지)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정규리그 상위 팀들 간 경쟁이니 만큼 그들의 우승 다툼은 더욱 치열할 터. 용쟁호투를 펼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프로출범 이후 가히 명승부라 칭할 수 있는 경기들을 꼽아 보았다.
#1. 해설위원·방송캐스터가 기억하는 명승부
2009~2010시즌 男 챔피언 결정전 시리즈_4월 10~19일
삼성화재 VS 현대캐피탈
그야말로 혈투였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팽팽히 맞섰다. 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올라온 현대캐피탈이 기세를 높였다. 정규리그 1위에 빛나는 삼성화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차전부터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삼성화재가 상대보다 9개 더 많은 32개 범실을 하고도 승리를 차지했다(세트스코어 3-2승). 해결사 역할을 맡은 가빈이 50득점, 공격 점유율 59%, 성공률 54%로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견줘 현대캐피탈은 헤르난데스가 23득점(공격 성공률 47%)으로 다소 부진했다.
심기일전한 현대캐피탈은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블로킹 벽을 높이며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이선규 5개, 하경민 4개 등 블로킹 대결에서 14-5로 우위를 점했다. 헤르난데스도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를 묶어 15득점(공격 성공률 52%)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한편 삼성화재는 범실 19개에 발이 묶였다. 이후 3, 4차전은 삼성화재가 각각 세트스코어 3-1, 3-2로 승리했다. 통합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상태. 그러나 현대캐피탈이 부쩍 힘을 냈다. 박철우가 주포로서 팀 공격 선봉에 섰다. 장영기가 지원사격에 나섰고, 하경민 이선규가 거들었다. 상대가 범실로 주춤하는 사이 거침없이 득점을 쌓았다. 결국 현대캐피탈이 5, 6차전을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운명이 걸린 7차전이 시작됐다. 삼성화재는 가빈이 투혼을 발휘했다. 50득점, 공격 점유율 61%, 성공률 47%로 맹공을 퍼부었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31득점)와 헤르난데스(10득점)가 번갈아 투입됐다. 그러나 가빈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석진욱 블로킹으로 매치포인트에 오른 삼성화재. 가빈 오픈 공격으로 마무리하며 세트스코어 3-2,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윤성호 SBS 스포츠 아나운서
전통의 배구명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으니 이보다 치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당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간 라이벌 전이라는 것도 배구 팬들 구미를 당겼다. 마지막 7차전까지 가는 동안 셧아웃(3-0) 경기는 2차전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팽팽한 시리즈였다. 심지어 7경기 중 1, 4, 6, 7차전이 5세트 혈투였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가빈이 시리즈 내내 압도적인 공격 점유율과 득점력으로 현대캐피탈 헤르난데스와 박철우를 압도했다. 물론 특정 선수가 대부분 득점을 책임지는 소위 ‘몰빵 배구’ 단면도 있다. 이제는 V-리그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전환된 만큼 ‘앞으로 이런 명승부를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중요한 것은 점점 빨라지고 다이내믹해지는 최근 배구 추세에 걸맞게 새로운 챔피언결정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2010~2011시즌 男 챔피언 결정전 4차전_4월 9일
삼성화재 VS 대한항공
삼성화재 저력이 유독 빛났던 시즌이다. 정규리그 시작과 동시에 삼성화재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석진욱 부상, 주전 세터 최태웅 이적, 박철우 부진까지 어찌 보면 당연했다. 1라운드를 6위로 마친 뒤 2라운드에는 최하위인 7위까지 떨어졌다. 3라운드에는 5위로 힘겹게 두 계단 올라섰다. 4라운드를 마치자 4위가 되며 포스트 시즌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마지막 5라운드. 삼성화재는 5연승을 달리며 3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극적으로 ‘봄 배구’에 성공하며 4위 LIG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2승 1패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 현대캐피탈을 만났다. 이번에는 3연승을 기록하며 당당히 챔피언결정전으로 직진했다.
챔프전 상대는 대한항공, 정규리그에서 상대전적 1승 4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달랐다. 삼성화재 선수들 속에 잠들어있던 우승 DNA가 깨어났기 시작했다. 1~3차전을 연이어 승리한 삼성화재가 우승을 눈앞에 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한항공이 비장하게 4차전에 임했다. 그러나 1세트에만 범실 11개를 쏟아냈다. 삼성화재가 가볍게 한 세트를 선취했다. 2세트에 들어선 대한항공은 에반 김학민 한선수 등이 강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삼성화재에 20점 고지도 허용하지 않은 채 쉽게 2세트를 챙겼다.
3세트에는 반대로 삼성화재가 흐름을 가져갔다. 세트 중반까지 균형을 이루던 양 팀. 삼성화재가 조승목과 가빈 블로킹으로 16-12까지 달아났다. 가빈 서브가 빛을 발하며 18-13이 됐다. 상대범실과 박철우 블로킹 등으로 승리하며 한 걸음 앞서나갔다. 경기를 끝내려는 삼성화재와 5세트로 끌고 가려는 대한항공. 4세트가 되자 집중력에 불이 붙었다. 한 점 뒤지던 대한항공이 에반 서브로 상대범실을 유도, 리드를 잡았다. 이어 김학민이 가빈 공격을 가로막으며 23-21이 됐다. 에반 후위 공격에 힘입어 승부를 연장했다. 5세트 삼성화재가 두 점 뒤처졌다. 이에 고희진이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에반 공격이 연속으로 코트를 벗어났고 가빈이 맹폭하며 14-12가 됐다. 결국 김정훈 손끝에서 블로킹이 터지며 V5를 달성했다.
최천식 SBS 스포츠 해설위원
사실상 가빈의 힘이다. 너무 대단했다. 파워 타점 체력을 다 갖춘 선수였다. 공격뿐 아니라 서브와 블로킹도 잘했다. 외국인선수 기량 차이에서 승패가 갈렸다. 대한항공 에반이 서브는 아주 좋은 선수였으나 가빈에 비하면 공격력이 아쉬웠다. 삼성화재는 유광우가 이때 한창 전성기였다. 더불어 고희진과 여오현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한 플레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당시 주전 선수들이 젊은 편이어서 조직력 면에서 삼성화재에 밀렸다. 위기 순간이 되면 세터 한선수가 흔들렸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보면 대한항공이 1세트를 이기고 2세트에도 24-22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1점을 내지 못 해 27-29로 뒤집혔다. 충분히 삼성화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때 세트를 내준 것이 시리즈 내내 대한항공에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2014~2015시즌 男 플레이오프 1차전_3월 21일
OK저축은행 VS 한국전력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두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 두 팀간 승부는 플레이오프 내내 뜨거웠다. 1,2차전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1차전 1세트였다.
2015년 3월 21일 안산상록수체육관. 송명근 서브로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는 시종일관 치열했다. 한 때 4점차까지 벌어졌지만 금세 따라 잡힐 만큼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결국 두 팀 승부는 듀스로 접어들었다. 1세트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어느 팀도 두 점을 먼저 따내지 못했다. 그렇게 점수를 주고받던 양 팀은 결국 39-39까지 동점을 이어갔다. 송명근 시간차 공격으로 OK저축은행이 한 점을 추가했다. 그리고 전광인이 때린 오픈 강타를 김규민이 가로막으며 장장 49분간 혈투도 끝이 났다.
1세트에서 보여준 치열함만큼이나 1차전 승리를 향한 두 팀의 열망은 대단했다. 세트를 나눠가지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희비는 일찌감치 엇갈렸다. OK저축은행이 초반 시몬과 송명근의 득점을 앞세워 7-3으로 달아났다. 한국전력은 중요한 순간 범실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내줬다. 여기에 쥬리치와 전광인이 연이어 김규민에게 막히며 득점 레이스에 난항을 겪었다. 그 사이 OK저축은행은 점수 차를 벌렸다. 시몬 속공으로 매치포인트에 올라선 OK저축은행은 상대 서브가 아웃되며 승리 기쁨을 안았다.
문용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가장 최근 경기라 기억에 남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한국전력이 시리즈 내내 접전을 벌였다. 심지어 1차전 1세트는 41-39까지 가지 않았나? 비록 고비는 넘기지 못 했지만 한국전력도 잘했다.
2007~2008시즌 女 챔피언 결정전 4차전_3월 29일
GS칼텍스 VS 흥국생명
때는 바야흐로 2008년 3월말. GS칼텍스와 흥국생명간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이 열리던 날이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GS칼텍스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끝내느냐 끌고 가느냐가 달린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GS칼텍스가 승리한다면 프로출범 이후 최초로 여자부 정규리그 3위 팀이 챔피언 우승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었다.
1, 2세트를 나눠가진 두 팀. 3세트 역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19-19에서 GS칼텍스가 김민지와 정대영의 득점을 묶어 22-19로 달아났다. 여기에 하께우와 이숙자가 2득점을 더하며 세트포인트를 선점했다. 흥국생명도 황연주의 시간차로 한 점 따라붙었지만 서브범실을 기록하며 세트를 내줬다. 운명이 걸린 4세트. 흐름을 쥔 건 흥국생명이었다. 세트 막판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16-20으로 뒤져있던 GS칼텍스가 힘을 냈다. 상대범실 속에 배유나 정대영이 득점에 성공하며 21-21 동점을 만들었고 23-23까지 동점을 유지했다. 흥국생명 마리의 후위공격이 아웃되며 GS칼텍스가 매치포인트를 맞았다. 나혜원이 끝냈다. 김연경 퀵오픈을 가로막으며 팀에 마지막 득점을 안긴 것. GS칼텍스가 챔피언 자리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숙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당시 나는 2007~2008시즌을 앞두고 GS칼텍스로 FA 이적해 기존 선수들하고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 팀은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KT&G와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만났다. 정규리그 상대전적만 보면 우리가 1승 6패로 열세였다. 모두가 흥국생명이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다. 1차전은 1-3으로 졌다. 그런데 2차전을 3-2로 잡았고 나머지 두 경기를 3-1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결과적으로 역전 우승이었다. 이적 직후 우승이라 기분이 좋은 것도 있었다.
2013~2014시즌 女 챔피언 결정전 4차전_4월 2일
GS칼텍스 VS IBK기업은행
모두가 IBK기업은행이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3~2014시즌 IBK기업은행은 24승 6패 승점 70점으로 2위 GS칼텍스(20승 10패 승점 57점)와 큰 차이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GS칼텍스와 시즌 상대 전적도 5승 1패로 IBK기업은행이 압도적이었다.
막상 뚜껑을 여니 달라졌다. 1차전에서 IBK기업은행이 범실을 27개나 저지르며 자멸을 한 탓에 GS칼텍스가 한 발 먼저 나갔다. 2차전은 IBK기업은행이 칼을 갈았다. 카리나-김희진-박정아가 이루는 삼각편대가 50점을 합작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IBK기업은행은 3차전에서도 삼각편대가 75점을 만들어냈다.
4차전이 승부처였다. 1세트 GS칼텍스가 4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베띠가 분투하며 추격했지만 22-24로 세트포인트를 허용했다. 절체절명 순간 국내 선수들이 빛났다. 이소영 서브 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GS칼텍스는 배유나가 김희진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카리나가 한 점을 올렸지만 배유나와 베띠가 세트를 마무리 했다. 2세트 21-21 동점 상황에서 김희진에게 연속 득점을 내준 GS칼텍스. 쉽게 한 세트를 내주었다. 3세트는 반대로 베띠가 13득점(공격 성공률 50%) 맹활약을 펼쳐 GS칼텍스가 어렵지 않게 가져갈 수 있었다. 4세트도 베띠가 날아다녔다. 23-17로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연속 범실로 상대 추격을 허용했으나 베띠가 경기를 끝냈다. 이날 베띠는 블로킹 2개, 서브 2개 포함 54득점(공격 성공률 50.51%)으로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을 펼쳤다. 배유나와 이소영도 각 13득점, 1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GS칼텍스가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도희 SBS 스포츠 해설위원
다들 IBK기업은행이 이긴다고 예상했는데 GS칼텍스가 예상을 깨고 이겼다. 그 중에서 4차전 승리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4차전 승리로 5차전에도 GS칼텍스가 기세를 몰아 우승했다. GS칼텍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해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2. 이것도 잊지 말자, 더스파이크가 꼽은 명승부
2006~2007시즌 男 플레이오프 2차전_3월 28일
현대캐피탈 VS 대한항공
정규시즌 2위 현대캐피탈과 3위 대한항공이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다. 1차전 승리는 현대캐피탈이 가져갔다. 그리고 맞은 2차전, 시리즈는 3차전으로 이어질 듯 보였다. 대한항공이 내리 두 세트를 가져간 것.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펼친 반전은 3세트부터였다. 23-23까지 접전을 펼쳐나갔던 두 팀. 후인정 공격이 아웃되며 대한항공이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지만 루니 오픈공격이 득점이 되며 승부는 듀스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보비, 현대캐피탈은 루니를 중심으로 후인정 송인석이 득점을 올리며 팽팽히 맞섰다. 그러던 가운데 31-31에서 승부가 갈렸다. 루니의 손끝이 빛났다. 오픈강타로 팀에 한 점을 안긴 루니는 이어 후위공격으로 연달아 득점을 올리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4세트 현대캐피탈이 분위기를 이어갔다. 앞선 세트와 달리 주도권을 잡았다. 루니를 비롯해 하경민 후인정 송인석 이선규 등이 고루 득점에 가담하며 흐름을 탔다. 대한항공도 신영수 보비 등이 추격에 나섰지만 역전은 쉽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이 꾸준히 득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유지했기 때문. 오히려 더 거센 화력을 자랑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세트 후반 8점 차로 달아난 현대캐피탈이 무난히 4세트를 가져갔다.
5세트로 접어든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3-3에서 현대캐피탈이 상대범실 속에 하경민 블로킹 득점으로 6-3으로 앞서나갔다. 대한항공도 마지막까지 챔프전 진출을 향한 희망의 불빛을 이어갔지만 마지막 상대 송인석 퀵오픈을 막지 못해 꿈은 이루지 못 했다. 현대캐피탈이 15-11을 만들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먼저 두 세트를 내준 열세에도 불구, 승리를 거머쥐었던 의미 있는 경기였다.
2006~2007시즌 女 플레이오프 1차전_3월 17일
한국도로공사 VS 현대건설
정규리그 2위 한국도로공사와 3위 현대건설이 챔프전 진출을 놓고 맞붙었다. 1차전에서부터 자존심 대결이 거셌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3-1(28-26, 23-25, 28-26, 26-24) 현대건설 승리. 세부 점수를 보면 알 수 있듯 2세트를 제외하곤 정해진 25점 내에서 승자를 가릴 수 없었다. 그만큼 치열했다.
현대건설 승인은 서브였다. 8-0으로 완벽히 우위에 섰다. 블로킹에서도 8-5로 우세했다. 세터 이숙자가 고른 배분으로 공격수들을 활용했다. 정대영이 블로킹 3개 포함 26득점(공격 성공률 37%), 한유미가 블로킹 2개 서브 3개를 묶어 23득점(공격 성공률 38%), 산야가 블로킹 1개 서브에이스 2개를 얹어 20득점(공격 성공률 39%)을 기록했다. 삼각편대가 골고루 잘했다.
도로공사는 레이첼이 홀로 분투했다. 43득점(공격 성공률 45%)을 터트렸으나 국내선수들 지원이 부족했다. 한송이가 블로킹 5개 포함 13득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도 24%로 저조했다.
1세트 도로공사가 레이첼 후위 공격과 임유진 오픈 득점으로 9-6,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레이첼이 맹타를 휘두르며 13-9가 됐다. 한송이 연속 범실로 쫓겼으나 김미진 한송이 연속 블로킹으로 17-13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공격 범실이 쏟아졌다. 틈을 타 현대건설이 김수지 블로킹과 정대영 서브로 19-18 역전했다. 한유미 서브에이스로 23-20이 됐다. 이후 산야 범실로 듀스를 허용했다. 김지희 서브에이스와 상대범실로 현대건설이 1세트 승리했다. 도로공사는 2세트 한송이 연속 블로킹으로 10-6 달아났다. 세트 중반을 넘어서며 현대건설이 후위 공격으로 2점씩 빠르게 쌓았다. 21-22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이에 김미진이 속공으로 추격을 뿌리치며 도로공사가 한 세트를 만회했다. 3세트에는 누구도 멀리 도망가지 못 했다. 자연스레 듀스로 이어졌다. 세 번을 거듭한 끝에 현대건설이 박선미 블로킹과 산야 오픈 득점으로 3세트를 얻어내며 승리에 다가섰다.
4세트 초반 현대건설이 한유미 서브 턴에 연속 득점을 쓸어 담았다. 9-2로 훌쩍 점수를 벌렸다. 도로공사가 한 점씩 간격을 좁히자 한유미와 정대영이 블로킹으로 18-12를 만들었다. 20점을 넘어서자 도로공사가 집중력을 높였다. 디그 후 레이첼이 무섭게 득점포를 가동했고, 상대범실로 21-22가 됐다. 24-24 듀스에서 정대영 블로킹과 한유미 오픈 득점이 폭발했다. 현대건설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10~2011시즌 女 챔피언 결정전 시리즈
현대건설 VS 흥국생명
2010~2011시즌 현대건설과 흥국생명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챔피언 결정전’다웠다. 시즌 전적 6대0으로 압승한 현대건설. 모두가 현대건설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케니가 변수가 되었다. 정규시즌 공격 성공률 45.49%로 해당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린 케니가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39.92%라는 저조한 성공률을 보였다.
1, 2차전을 주고 받은 양 팀. 어느 누구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 시리즈를 명경기로 꼽은 이유는 3~5차전이 모두 풀세트 접전이었다는 것이다. 3차전 1, 2세트만 범실을 20개나 기록한 현대건설. 당시 여자부는 외국인 선수가 3세트에서는 뛸 수 없는 규정이 있었다. 이것이 현대건설에게 기회가 됐다. 3세트 황연주와 양효진이 14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상승세를 탄 현대건설은 4, 5세트도 따냈다.
4차전은 더 재미있었다. 1세트 흥국생명은 21-16까지 앞섰으나 양효진에게 연속 가로막기를 당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28-30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2세트는 반대로 흥국생명이 18-22로 뒤지던 것을 역전승했다. 3세트 외국인 선수가 빠지자 황연주가 힘을 냈다. 하지만 4세트 현대건설은 서브 1개 포함 21득점을 올려놓고도 범실을 9개나 하는 바람에, 16득점밖에 하지 못한 흥국생명에게 기회를 내줬다. 마지막 세트도 상대 범실로 리드를 잡은 흥국생명이 이를 유지하며 승리를 거뒀다.
5차전은 1~4세트가 모두 3점차 내외로 끝난 막상막하 경기였다. 매 세트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접전이 이어졌다. 특히 3세트는 현대건설이 24-21로 세트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으나 내리 4점을 빼앗기며 역전을 허용했다. 듀스 상황에서 황연주 분투로 간신히 세트를 가져갔다. 미아가 한 세트 동안 14득점을 퍼부으며 흥국생명이 4세트를 가져갔지만 5세트 초반 황연주 서브에 흔들린 흥국생명은 끝내 점수를 뒤집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상승세를 탄 현대건설이 6차전도 손쉽게 가져가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결국 현대건설이 4승 2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3. 아련한 기억 속에 있는 명승부
제10회 대통령배 배구대회 男 최종결승 1차
고려증권 VS 현대자동차써비스
1993년 3월 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0회 대통령배 최종결승 1차전.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이번 대회 들어 고려증권에게 당한 3차례 패배를 거울삼아 공격보다는 수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트 위 야생마’ 마낙길 대신 장신 신대영을 기용하며 블로킹에 신경 썼다.
세트 스코어 1-1에서 이어진 3세트. 현대자동차 노림수대로 고려증권 공격은 번번히 블로킹에 걸렸다. 여기에 하종화가 불 같은 공격을 쏟아냈다. 고려증권은 3-14로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당시 15점제). 고려증권은 다음 4세트를 준비하려는 듯 장윤창과 이경석을 빼고 어창선과 이성희를 코트에 세웠다. 그런데 이 교체 작전이 대성공이었다. 현대자동차는 공격 범실로 상대에게 기회를 내줬다. 고려증권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삼용과 이재필이 맹활약해 13점을 따내며 16-14로 대역전 세트승을 거뒀다. 기세가 오른 고려증권은 4세트에 박삼용 이재필이 포문을 연 뒤 정의탁과 이재욱이 가로막기에 가세하여 6-1로 일방적인 우세 끝에 15-6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현대자동차로서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 아깝게 놓친 셈이다.
상승세를 탄 고려증권은 2, 3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통산 5번째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성희는 “별안간 찾아온 기회를 선배 동료와 함께 성공시켜 주전 세터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경기”라며 당시를 잊지 못 한다고 말했다.
글/ 더스파이크 편집부 사진/ 더스파이크, KOVO 제공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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