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파이크=송소은 기자] 불과 세 시즌 전, 리그 최하위였던 팀이다. 그런 흥국생명이 올 시즌 리그 최정상에 서면서,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흥국생명은 프로 출범 초반 김연경-황연주 쌍포의 활약으로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하는 등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흥국생명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인 2007~2008시즌도 김연경-황연주 쌍포가 여자배구 단일 시즌 최고 승률(25승 3패, 승률 89.29%)을 이끌었다. 그러나 직후 시즌 황연주가 왼손 골절로 경기에 뛰지 못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김연경이 일본(JT마블러스) 진출로 팀을 떠나며 주춤했다. 설상가상으로 황연주가 현대건설로 이적하면서 흥국생명은 만년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2013~2014시즌에는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흥국생명은 고심 끝에 류화석 감독 후임으로 코치 경력이 전무한 박미희를 감독으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박미희 감독은 당해 드래프트에서 신인 최대어 이재영을 뽑고, FA(자유계약)로 센터 김수지를 영입하는 등 팀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당시 V-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올 수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역량이 팀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폴리나 라히모바(아제르바이잔), 조이스 고메스 다 실바(브라질), 니콜 포셋, 데스티니 후커(이상 미국)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 사이에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레이첼 루크(호주)의 활약은 눈에 띄지 못했다. 당해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4위에 그쳤다.
2014~2015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흥국생명은 칼을 갈았다. 이재영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498점)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또다시 외국인 선수에 발목이 잡혔다. 테일러 심슨(미국)이 족저근막염으로 5라운드 현대건설전부터 결장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서둘러 알렉시스 올가드(미국)를 영입했지만 그 활약이 미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게 맥없이 2패로 마쳤다.
절치부심한 흥국생명은 2016~2017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도 197cm라는 키를 자랑하는 드래프트 최대어 타미 러브(캐나다)가 합류했다. 러브는 경기당 26.29득점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이재영도 공수 양면으로 맹활약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1라운드 3승 2패, 2라운드 4승 1패로 2위를 유지하던 흥국생명은 3라운드도 4승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섰다. 흥국생명은 경기 중 이재영이 왼쪽 발목 부상으로 쓰러지기도 했고, 조송화가 무릎 부상으로, 한지현이 손가락 미세 골절로 결장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25일 2위 IBK기업은행과 6라운드 맞대결에서 풀세트 끝에 패하며 승점 동률까지 추격을 허락하기도 했지만 숱한 위기 속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리고 3월 7일. 흥국생명은 6라운드 네 번째 경기인 KGC인삼공사 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위기 속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흥국생명의 중심은 단연 러브-이재영 쌍포다. 러브와 이재영은 각 득점 3위, 6위(국내선수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재영은 리시브 1위, 수비 2위에까지 이름을 올리며 공수 양면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 둘을 보조해준 조연들의 활약도 뛰어났다.
세터 조송화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세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감독도 조송화를 가리켜 “올 시즌 송화는 경기 중 흔들려도 금방 회복하는 것 같다”라고 조송화의 성장을 칭찬했다. 리베로 한지현도 디그 5위, 수비 1위를 기록했다. 박 감독은 “한지현이 올 시즌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성실하고 참을성이 많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김수지도 중앙에서 블로킹(4위)과 속공(1위)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맏언니로서 팀원들을 이끄는 등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라이트 자리도 신연경이 쏠쏠한 활약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5라운드 현대건설전 19-24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신연경이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면서 26-24 대역전극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러브-이재영 쌍포가 중심을 잡아주고, 다른 선수들 지원 사격이 이뤄지자 흥국생명은 9년만의 정규리그 우승 축배를 들 수 있었다.
사진_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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