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FA(자유계약)자격 획득을 앞둔 선수들이 유난히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근육증강 효과가 너무 뛰어나 운동선수에게 금지약물로 지정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각성한다고 해서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조어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게 되는 선수들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2017년에는 누가 FA자격을 얻게 되며, 지금 어떤 활약을 보여주고 있을까? (이하 1월 24일 기준)
파란이 예상되는 여자부
2017년 FA예상선수는 남자부 16명, 여자부 22명이다. 특히 여자부는 대어급 선수들이 많아 선수이동에 따른 파란이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창단 멤버 대다수가 FA를 취득하게 되는 IBK기업은행이다. 국가대표 박정아와 김희진은 어느 팀에서도 탐낼 만한 에이스 공격수다. 지난 시즌 30경기 동안 373점을 득점하며 해당 부문 10위였던 박정아는 올 시즌 20경기 만에 314득점을 올리며 7위에 오르는 성장을 했다. 김희진은 손가락 골절 이후 후유증으로 시즌 초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으나 최근 5경기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며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팀 최선참 선수인 세터 김사니와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리베로 남지연도 FA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은 이 두 선수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을 때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IBK기업은행으로서는 전력 누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김사니 외에도 GS칼텍스를 제외한 모든 팀 주전 세터들이 FA시장에 나온다. 국가대표 이효희(한국도로공사)는 나이(37) 때문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보이기는 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히 베테랑 답다. 2015~2016시즌 현대건설 우승에 큰 기여를 한 염혜선은 이번 시즌 초반 흔들리며 백업요원 이다영과 자주 교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점차 감을 되찾은 염혜선은 주전 세터다운 면모를 뽐내며 팀을 조율하고 있다. 흥국생명 조송화는 세트 3위(9.83)에서 1위(12.71)로 급성장했다. 부상으로 한 시즌을 뛰지 못했던 이재은(KGC인삼공사)도 세트당 10.18개를 기록하며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말 FA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올 시즌 눈에 띄게 성장한 선수들도 있다. 미들블로커가 비교적 강하지 않다고 평가되던 흥국생명이지만 김수지만큼은 윙스파이커가 흔들리는 날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팀 승리에 크게 힘을 보탰다. 공격 성공률도 36.92%에서 40.82%로 높아졌다. 리시브가 약하다고 평가되던 리베로 김연견(현대건설)도 FA시장에 합류한다. 김연견은 강점인 디그가 4.970개에서 5.414개로 더 좋아졌다.
남자부, 지키거나 변화하거나
남자부 FA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대체불가 에이스 윙스파이커 최홍석(우리카드),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삼성화재), 윙스파이커 서재덕(한국전력)이다. 새롭게 우리카드 주장이 된 최홍석은 공격 성공률 55.25%(지난 시즌 43.97%), 득점 10위로 팀 공격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서재덕도 지난 시즌 36경기 354점에서 올 시즌 24경기 만에 273점을 올리며 공수에서 두루 활약, 팀 성적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시즌 중에 합류한 박철우는 토종 거포의 귀환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으며 그 이름값이 아직은 묵직하다.
남자부에선 삼성화재가 가장 많은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선다. 박철우를 필두로 팀 중심을 잡고 있는 세터 유광우, 지난 시즌 이선규(KB손해보험) FA이적을 통해 보상선수로 합류한 리베로 부용찬, 공수에서 꾸준하게 조력하는 윙스파이커 류윤식, 마르판 증후군과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내고 돌아온 미들블로커 하경민까지 5명이나 된다. 부용찬은 세트당 3.531개(지난 시즌 2.551개), 류윤식은 세트당 4.398개(지난 시즌 4.026개) 리시브를 성공시키며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삼성화재가 이들을 다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팀을 새롭게 꾸리기 위해 변화를 꾀할지 기대가 된다.
미들블로커가 아쉬운 대한항공은 김형우와 진상헌이 FA를 앞두고 있다. 김형우는 블로킹 0.591개(지난 시즌 0.469개)를 기록하며 팀 블로킹에 앞장서고 있다. 진상헌은 속공 성공률 69.3%(1위)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들을 눌러 앉힐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현대캐피탈도 스피드 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윙스파이커 박주형과 미들블로커 최민호가 FA를 맞이한다. 외국인 선수 톤이 흔들리는 가운데 박주형이 성공률 53.07%(지난 시즌 48.37%) 안정적인 리시브로 스피드 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민호도 공격과 블로킹에서 활약하며 문성민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선수는 단연 신으뜸(우리카드)이다. 현재 리시브와 수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뒤를 받쳐주는 덕분에 우리카드는 상승 가도를 탈 수 있었다. 지난 시즌 235개 서브를 정확하게 리시브한 신으뜸은 이번 시즌 24경기 만에 527개를 정확하게 받았고, 공격에서도 성공률 42.53%(74득점)에서 47.26%(155득점)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KB손해보험은 FA시장에 나오는 선수가 없다. 누수 걱정 없이 보강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다음 시즌 도약을 시도할 수 있다.
FA 관련 규정
전 시즌 다른 구단에 소속했던 FA선수와 다음 시즌 선수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원소속 구단 바로 전 시즌 연봉의 200%와 해당 연도 FA영입선수를 포함하여 구단이 정한 5명의 보호선수 이외의 선수 중 FA선수의 원소속 구단이 지명한 선수 1명으로 보상하거나, 원소속 구단의 바로 전 시즌의 연봉 300%의 이적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상의 방법은 원소속 구단이 결정한다.
글/ 송소은 인터넷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2월호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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