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인천/최원영 기자] 흥국생명 공격엔 러브-이재영 쌍포만 있다고? 그렇지 않다. 센터 김수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수지는 2005~2006시즌 1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그는 프로 2년차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3~2014시즌을 마친 뒤에는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김나희와 센터진을 이뤘다.
그리고 올 시즌, 김수지는 흥국생명이 선두를 달리는 데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평균 공격 점유율 12.3%로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고비마다 제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주 공격수인 러브와 이재영이 안 풀리는 날이면 김수지가 더욱 힘을 냈다. 날개 공격수 못지 않은 득점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김수지 비중이 무척 커졌다. 중앙에서 블로킹 등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평소에도 언니로서 팀원들을 이끌어준다. 우리 팀엔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 도중 흔들릴 때마다 다독여줄 선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수지를 칭찬해주고 싶다”라며 흐뭇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5일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김수지는 더욱 빛났다. 이날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0(25-11, 25-20, 25-19)으로 완승을 거뒀다. 2위 IBK기업은행(13승 9패 승점42)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르긴 했지만, 17승 6패 승점49점으로 한 발 더 달아났다.
김수지가 러브(19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7득점을 책임졌다. 공격 성공률 48%, 점유율 21.37%였다. 블로킹 5득점에 유효블로킹도 10개로 네트 위를 견고히 지켰다.
(왼쪽부터 흥국생명 이재영, 김수지)
특히 2세트 러브(3득점, 공격 성공률 25%)와 이재영(2득점, 공격 성공률 40%)이 주춤하자 김수지가 무려 11득점(공격 성공률 61.5%)을 터트리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김수지는 본인 활약보다는 “연패로 이어지지 않아 기쁘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지난 1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후 치른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패배에 상심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 했다. 다들 연패로 가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에서 역할이 커진 것에 관해서는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는 내 리듬대로 꾸준히 하려고 한다. 만약 날개 쪽에서 해결이 안 되면 나라도 자신 있는 공격으로 득점을 내려 한다. 그게 안될 때는 블로킹이나 서브 등 다른 쪽으로도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매 경기 기복을 줄일 수 있다.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경기 중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종종 한다는 김수지. “표현을 안 하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화를 해야 경기가 원활하게 풀린다. 일부러 액션을 크게 취하려 한다. 후배들이 날 어려워하진 않는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라며 웃어 보였다.
언제든 달콤한 자리인 1위. 그러나 선두를 지켜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듯 했다. 이에 관해 묻자 김수지는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우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수들과 항상 기분 좋게, 즐기면서 해보자고 얘기했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주축 선수들이 어린 편이다.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중요한 경기니까 잘해야 해’ 등의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 팀 장점이 젊고 밝은 분위기이니 이걸 잘 살리고 싶다”라며 말을 마쳤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