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많이 내면 뭐해? 죄다 까먹고 있는걸” 배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는 배구가 득점 방식을 사이드아웃제(서브권을 가졌을 때 공격 성공득점만을 인정)에서 현재 시행중인 랠리포인트제로 바뀌면서 많이 듣게 되는 소리이다. 어느 팀이든 먼저 공격득점으로 25점에 도달하는 방식이어서 내 점수 획득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점수를 헌납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공격득점에서 범실과 블로킹 등으로 상대에게 거저 내준 점수를 빼낸 순(純)득점이 높아야 한다. 단순한 공격성공률 보다 정밀하게 팀 공헌도를 나타내는 지표, 공격효율을 중시하는 흐름이다. 공격효율은 무엇이며, 그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공격 효율’이란 무엇일까?
배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한 장면. 12월 18일 기준으로 서브 부문 1위인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세트당 0.606개)가 강서브를 날렸다. 현대캐피탈 ‘월드 리베로’ 여오현이 이를 가까스로 받아냈고, 세터 노재욱이 후위에 위치한 아포짓 스파이커 문성민에게 볼을 올린다. 붕 날아들어온 문성민이 이를 강타로 연결한다.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은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네트 터치 등의 변수는 제외한다)
① 공이 상대 코트에 떨어지거나 블로커에게 맞고 터치아웃되어 득점 성공.
② 상대 블로킹에 걸려 셧아웃 당해 상대에게 1점 내주는 경우.
③ 상대 블로커나 수비수에게 닿지 않고 코트 밖으로 벗어나는 범실이 되어 상대에게 1점을 내주는 경우.
④ 유효 블로킹이 되어 쉽게 받아 올리든, 리베로의 ‘플라잉 디그’가 나오든 상대 수비수에게 걷어 올려져 플레이가 이어지는 경우.
한국배구연맹(KOVO)이 ‘공격 종합’이란 이름으로 집계하는 지표이자 공격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쓰이는 공격 성공률(%)은 ‘전체 공격 시도 중에 ①이 차지하는 확률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계산법도 간단하다. ‘(공격 성공 개수/전체 공격 시도 개수)×100’이다.
다만 공격 성공률은 상대에게 한 점을 헌납할 수 있는②, ③상황과 점수를 내주지는 않은 ④ 상황을 모두 ‘성공하지 않은 공격’으로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미비점이 있다. 분명 두 상황은 팀 입장에서는 ‘천양지차’라고 할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각광받는 지표 중에 ‘공격 효율’이 있다. FIVB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 기록지를 보면 ‘EFF%’로 표기되는 지표를 볼 수 있다.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공격 효율’이다. 이 지표는 ‘공격 성공률’이 표현하지 못하는 부족함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성공하지 않은 공격’이 여러 갈래, 즉 ‘상대에게 오히려 점수를 헌납해 실패한 공격’과 ‘성공하진 않았지만, 다음 플레이로 우리 팀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공격’으로 나뉠 수 있음에 주목한 지표다.
계산법은 이렇다. ‘{(공격 성공 개수-블로킹 차단-공격 범실)/전체 공격 시도 개수}×100’이다. 공격 성공률 공식과 비교하면 공격 성공 개수에다 ‘상대에게 점수를 내준’ 블로킹 차단과 공격 범실을 뺐음을 알 수 있다. 공격수가 소속팀에 1점을 보탠 공격 성공과 결과적으로 소속팀에 마이너스 1점 효과가 나오는 블로킹 차단, 공격 범실을 모두 반영한 지표이기에 공격수가 팀에 얼마나 더 도움이 되었는지를, 즉 공격 효율을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공식에서 알 수 있듯 ‘공격 효율’의 최대값은 ‘공격 성공률’과 같다. 대부분은 공격 성공률보다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간 차이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좋은 공격수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그 격차가 작은 팀이 더 좋은 공격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치러진 경기로 예를 들어보자. 12월 17일 KB손해보험은 풀세트 접전 끝에 삼성화재를 3-2로 제압했다. 이날 KB손해보험은 52.94%(63/119), 삼성화재는 48.82%(62/127) 공격 성공률을 각각 기록했다. 약 4%포인트 성공률 차이가 이날 승패를 갈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격 효율로 보면 어떨까? KB손해보험은 12번 공격이 블로킹에 차단됐고, 공격 범실은 5개를 기록했다. 공격 효율 공식에 대입하면 (63-12-5)/119로 38.66%다. 삼성화재는 13번 공격이 블로킹에 차단됐고, 공격 범실은 9개를 기록, (62-13-9)/127로 공격 효율이 31.50%다. 두 팀간 공격 성공률 격차보다 공격 효율의 격차가 더 크다. 이는 KB손해보험이 조금 더 효율적인 공격 작업을 펼쳤음을 의미한다.
특히 삼성화재의 ‘해결사’가 되어줄 것이라 평가됐던 박철우가 기록한 공격 효율은 아쉬웠다. 이날 박철우는 공격 성공률은 42.86%(18/42)로 복귀 후 치른 5경기 중 처음으로 50% 아래를 기록했다. 공격 효율은 더 떨어진다. 블로킹에 5개 차단당했고, 공격 범실이 4개나 된다. 공격 성공 개수 18개 절반에 해당하는 9개나 실패한 것이다. 자연히 공격 효율은 21.43%(9/42)로 딱 공격 성공률의 절반이다. 박철우가 좀 더 공격 효율을 높였다면 경기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KB손해보험 토종 주포인 김요한도 공격 효율은 좋지 않았다. 이날 김요한은 공격 성공률 50%(14/28). 그러나 무려 7번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차단당해 공격 효율은 25%(7/28)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간 격차는 김요한이 더 컸다. 이날 KB손해보험 우드리스도 공격 성공률 40.48%(17/42), 블로킹 차단 3개, 공격 범실 5개로 공격 효율도 21.43%(9/42)로 확 떨어졌다. 반면 삼성화재 타이스는 공격 성공률 51.72%(30/58), 공격 효율 34.48%(20/58)로 우드리스에 견줘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팀 공격의 60% 가까이를 책임진 두 선수의 공격 효율이 좋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도 뒤졌던 KB손해보험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앙속공수 공격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 이선규가 공격 성공률 66.67%(8/12), 공격 효율 58.33%(7/12)을 기록했고, 이수황은 공격 성공률과 공격효율이 90%(9/10)로 동일했다. 측면 공격수들 대신 중앙진이 점수차를 메웠기에 가능한 승리였던 셈이다.
공격 효율의 개념은 공격 성공률보다 공격수에 대한 직관적인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 세계 배구 추세도 공격 성공률보다 공격 효율을 훨씬 더 중시하고 있다. 유럽배구연맹(CEV) 홈페이지에 방문해 보면 공격 순위를 득점-공격효율(EFF%)-공격성공률(SU%)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2016 리우 하계올림픽에서는 아예 공격 성공률을 쓰지 않고, 공격 효율로 공격수 랭킹을 결정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은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여자배구 선수들 중 득점 4위(85점)에 올랐지만, 공격 효율은 32.57%로 9위에 그쳤다. 세계 배구의 추세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한국 프로배구도 공격 성공률뿐만 아니라 공격 효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격 효율은 내가 최고’
우리카드 핵심 최홍석
12월 19일 기준으로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 2016~2017 V-리그 남자부는 혼전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최하위로 미끄러지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스타일을 구기고 있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과 함께 ‘3강’을 구축하며 청주·KOVO컵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최고 돌풍은 우리카드 몫이다. 지난 두 시즌 간 3승 33패, 7승 29패로 최하위에 그쳤던 우리카드는 12월 18일 OK저축은행을 3-0으로 완파하며 올 시즌 반도 지나기 전에 지난 시즌 승수를 넘어선 8승(8패)째를 챙겼다.
우리카드 반등 요인은 많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 추첨에서 가장 높은 확률이 있었음에도 우리카드는 ‘구슬의 운명’으로 다섯 번째로 외국인 선수를 뽑아야 했다. 5순위로 뽑은 파다르가 외국인 선수 중 최단신(197cm)임에도 넘치는 파워와 강서브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고, 지난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을 보였던 세터 김광국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카드 돌풍의 원동력 중 가장 큰 이유는 토종 주포 최홍석의 성장이다. 물론 어느덧 리그 6년차에 접어든 선수에게 ‘성장’이란 단어를 쓰는 게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신인이었던 2011~201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단 한번도 공격 성공률이 50%를 넘긴 적이 없던 최홍석은 공격 성공률 56.27%(193/343)로 ‘공격 종합’ 1위에 올라있다.
최홍석의 ‘공격 효율’은 어떨까? 공격 종합 10위권 선수 중 공격 범실이 19개로 가장 적다. 블로킹 차단 개수도 24개로 김학민(대한항공 23개)에 이어 최소 2위다. 자연히 그의 공격 효율도 43.73%(150/343)로 전체 1위다. 최홍석이 효율 높은 공격력을 발휘해주면서 우리카드는 여느 팀 부럽지 않은 쌍포를 갖출 수 있게 됐다. 김상우 감독도 “최홍석이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컨디션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자신감이 넘친다”라며 그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최홍석과 더불어 공격 효율 40%를 넘은 선수가 있다. 바로 대한항공 주포 김학민이다. 공격 성공률 55.70%(210/377)로 2위에 랭크됐고 공격 효율은 41.38%(156/377)이다. 해가 바뀌어한국 나이로 서른 다섯이 된 김학민이지만, 폭발적인 점프력과 전매 특허인 체공력을 앞세워 여전히 빼어난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1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가 공격 성공률 9위(50.93%)에 공격 효율 30.43%로 그 격차가 20%포인트가 넘는데도 대한항공이 큰 기복 없이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김학민의 존재가 컸다.
최홍석과 김학민 뒤로 공격성공률 순위 기준으로 공격 효율을 나열해보면, 한국전력 전광인(공격 성공률 55.47%, 공격 효율 37.87%), 삼성화재 타이스(55.16%, 36.50%), 현대캐피탈 문성민(54.69%, 37.35%)과 톤(53.07%, 38.93%), 우리카드 파다르(51.14%, 31.81%), 대한항공 가스파리니(50.93%, 30.43%), KB손해보험 우드리스(49.11%, 30.05%) 한국전력 바로티(48.60%, 33.14%)다.
기록을 보면서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담당하는 ‘제 1옵션’ 선수들이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간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많이 때리는 선수에 대한 블로킹 견제가 치열한데다 곱게 세팅되지 않은 오픈성 공격을 많이 처리하기 때문에 범실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에 공격 효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공격 방법별 공격 효율은 어떨까
감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리시브 잘 돼서 이겼다” “리시브가 되지 않아 패했다” 혹자는 감독들이 댈 수 있는 가장 흔한 핑계라고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공격 효율 측면에서 보면 이는 분명 맞는 말이다. 굳이 계산해보지 않아도 리시브가 잘 올라와야 구사할 수 있는 속공과 시간차, 퀵오픈의 공격 효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팀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세트 플레이 비중이 높아져 공격 효율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속공이나 시간차 퀵오픈 등 세트 플레이의 공격 효율이 좋을 지를 살펴보자. 12월 19일 기준으로 7개 구단 전체를 합친 공격방법별 공격 효율은 어떨까. 가장 좋은 공격 방법은 공격성공률도 60.24%(994/1650)로 가장 높은 속공이었다. 속공의 공격 효율은 50.18%(828/1650)로 공격방법 중 유일하게 50%를 넘어섰다. 속공의 공격 효율이 가장 좋은 선수는 대한항공의 진상헌이었다. 속공 성공률 2위(69.44%, 50/72)에 올라있는 진상헌은 블로킹에 걸린 것은 단 2번, 속공 범실은 1개에 불과했다. 진상헌의 속공 효율은 65.28%(47/72)로 성공률과 격차가 약 4%포인트에 불과했다. 속공 성공 개수(96개)와 성공률(70.07%) 1위에 올라있는 현대캐피탈의 신영석은 블로킹 차단 7개, 범실 3개로 효율은 62.77%(86/137)로 다소 떨어졌다.
그 다음은 공격 빈도가 가장 낮은 시간차였다. 시간차의 공격 성공률은 59.36%(260/438), 공격 효율은 46.38%(203/438)였다. 시간차는 성공률 1위(75%, 24/32)인 김학민이 효율도 제일 좋았다. 김학민 시간차 공격은 블로킹에는 단 1차례도 막히지 않았고, 범실만 1개였다. 그의 시간차 효율은 71.88%(23/32)로 전체 선수들의 모든 공격방법 중 가장 높은 효율을 보였다. 대한항공이 지금보다 더 좋은 공격을 가져가기 위해선 김학민의 시간차 활용 빈도를 늘려야 한다.
팀내 주포인 측면 공격수들이 주로 구사하는 세트플레이인 퀵오픈은 아무래도 많이 구사되다 보니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간의 격차가 속공이나 시간차에 비해 확실히 컸다. 56.95%(1458/2560)의 성공률을 보인 퀵오픈의 공격 효율은 40.82%(1045/2560)로 속공과 시간차와 비교했을 때 하락 폭이 크다. 퀵오픈의 강자는 우리카드 파다르였다. 퀵오픈 성공률 1위(66.43%, 95/143)에 올라있는 파다르는 퀵오픈을 때렸을 때 공격 실패(블로킹 차단 5개, 범실 5개) 단 10개에 불과했다. 효율은 59.44%(85/143)이다. 퀵오픈의 전체 공격 효율이 40.82%이니 파다르의 퀵오픈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곱게 올라간 세트 플레이와 오픈성 공격이 혼재되어 있는 후위 공격은 어떨까? 7개 구단 전체 후위 공격 성공률은 51.94%(1420/2739), 공격 효율은 31.18%(854/2739)로 퀵오픈과 비교해도 성공률과 효율 간 격차가 더 크다. 그만큼 범실과 블로킹 차단이 더 많이 나오는 공격 방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학민은 시간차에 이어 후위에서도 공격 효율이 가장 좋았다. 김학민은 V-리그 선수 중 유일하게 후위 공격 성공률 60%를 넘긴 65.96%(62/94)를 기록 중이다. 후위 공격 실패는 단 11번(블로킹 차단 4개, 범실 7개)에 불과해 효율은 54.26%(51/94)다. 아무래도 김학민의 후위 공격은 속공과 연계해 나오는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이기에 상대 블로커들이 좀처럼 견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 가능하다.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이나 상대 공격을 어렵게 걷어낸 뒤 상황 등 세터들이 가장 세트하기 어렵기도 하고, 모든 팀들이 가장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는 공격 방법인 오픈은 예상대로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모두 가장 낮았다. 오픈 성공률은 44.87%(1702/3793), 효율은 26.44%(1003/3793)였다. 트라이아웃 제도 변화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하향평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오픈공격 효율이었다.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제1덕목’이 오픈 공격 해결 능력이지만, 현재 오픈 공격 성공률 1위는 한국전력의 토종 에이스 전광인(50.63%, 80/158)이다. 그는 V-리그에서 유일하게 오픈 공격 성공률 50%를 넘기는 선수다. 그러나 공격 효율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오픈 공격 빈도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공격 효율에서는 손해를 많이 봤다. 오픈 공격 효율 1위는 KB손해보험 우드리스다. 오픈 공격 성공률 2위(49.45%, 134/271)인 그는 오픈 공격 실패 34개(블로킹 차단 12개, 범실 22개)로 효율은 36.90%(100/271)다. 전광인의 오픈 공격 효율은 29.75%(47/158)로 성공률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최태웅 감독 혜안,
공격 효율 높이려 팀 체질 개선
지난 시즌을 앞두고 V-리그 역사상 최초로 현역 선수에서 바로 사령탑으로 직행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그는 부임 직후 현대캐피탈이란 팀 시스템 전체를 바꿔놓았다. 국내 선수들은 리시브나 디그 등 궂은 일을 도맡고, 팀 공격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 선수에게 맞기는 배구에서 탈피해 로테이션과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수 4명이 공격 태세를 갖추고 달려드는 ‘스피드 배구’ 도입을 천명했다. 전반기 때만해도 10승 8패로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이었지만, 후반기 18전 전승을 일궈내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해외 리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 시간만 나면 해외 배구를 시청해오던 최 감독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공격 성공률보다는 공격 효율이 각광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정교하지 않게 세팅되어 올라온 볼을 처리할 때는 강타와 연타를 섞는 완급조절을 주문했다. 강타 일변도로 가면 득점을 할 확률도 올라가지만, 그만큼 상대 블로킹에 가로막힐 확률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이상하리만치 연타로 넘기거나 상대 블로킹에 일부러 살짝 댄 뒤 다시 공을 잡아 공격을 엮는 ‘리바운드 플레이’ 장면이 많이 나왔다. 이는 최 감독이 ‘당장 공격으로 득점을 내지 않아도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된다’ 혹은 ‘다시 수비해서 좋은 공을 때리면 된다’는 공격 효율에 입각한 플레이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팀 블로킹은 세트당 2.737개로 7개 구단 통틀어 압도적 1위였다. 최 감독은 연타로 넘기더라도 상대 공격을 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블로킹 포메이션을 구상했고, 이는 그대로 맞아들어갔다.
물론 최 감독의 ‘공격 효율’에 바탕을 둔 새로운 배구 때문에 주포 문성민은 공격 성공률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지난 시즌 문성민의 공격 성공률은 48.90%로 2010~2011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지난 시즌 당시 이에 대해 최 감독에게 묻자 “문성민이 연타의 비중이 늘어 공격 성공률이 떨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블로킹 셧아웃을 당하거나 범실을 저지르는 개수가 확 줄었기에 공격 효율은 다른 시즌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이다”라고 답한 적 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당시 대답이 ‘공격 효율’을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묻자 최 감독은 “맞다. 공격 성공률에서는 1개를 성공하고, 1개를 실패하면 50%지만, 공격 효율에서는 0%다. 세계적 추세가 성공률보다는 효율을 중시하고 있고, 대부분 선수들이 블로킹 차단 당할 가능성 큰 강타보다는 연타나 리바운드 플레이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팀 색깔을 바꿔나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스피드배구의 ‘정수’ 역할을 했던 오레올 공백으로 인해 고전할 것이란 예측을 가볍게 비켜가는 결과다. 당초 트라이아웃으로 뽑은 외국인 선수 톤의 공격력이 오레올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고, 팀 블로킹이 예년만큼 좋지 않은데도 최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최 감독은 “1라운드만 해도 블로킹 능력이 너무 올라오지 않아, 연타보다 강타 비율을 늘렸다. 2라운드부터 블로킹 능력도 살아나면서 선수마다 위기 상황에서의 플레이를 다르게 주문하고 있다. 그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박철우 복귀 이후
삼성화재 공격 효율은 달라졌는가
V-리그 출범 이후 지난 시즌 처음으로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삼성화재. 그간 매년 성적이 좋아 신인 드래프트에서 양질의 유망주를 수급 받지 못해 수준급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삼성화재식 ‘시스템 배구’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올 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로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가 변화하면서 삼성화재 배구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도 더해졌다.
삼성화재는 네덜란드 출신 타이스를 팀 컬러에 맞는 선수로 키워냈지만, 현재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 시즌 초반 삼성화재가 중위권을 전전할 때 11월 27일 소집해제 명령을 받고 팀에 복귀할 박철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타이스가 과거 삼성화재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던 가빈이나 레오만큼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에 박철우가 돌아와 화력을 더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박철우 복귀 전과 후의 삼성화재 공격 효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연 박철우 복귀 이후 삼성화재 공격력은 높아진 것일까. 우선 박철우가 복귀하기 전 삼성화재 팀 공격 성공률은 52.03%(577/1109)였다. 블로킹 차단과 공격 범실을 반영한 공격 효율은 36.97%(410/1109)다.
박철우 복귀 무대였던 12월 2일 대한항공전부터 12월 17일 KB손해보험전까지 5경기 공격 성공률은 52.56%로 복귀 전 보다 소폭 올랐다. 그러나 공격 효율은 33.70%로 복귀 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 즉, 공격 성공률과 효율 간 격차가 더 커졌고, 그만큼 블로킹 차단이나 공격 범실이 더 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하락폭은 경기 결과에도 반영됐다. 박철우 복귀 이후 삼성화재는 2승 3패로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삼성화재가 반등에 성공해 선두권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리시브 안정을 통한 세트 플레이를 늘림으로써 좀 더 공격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범실 없이 또는 블로킹을 피해 득점을 내야만 하는, 즉 순(純)득점을 높여야 한다는 공격수의 얄궂은 숙명이다.
글/ 남정훈 세계일보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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