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긴 했지만, 숙제를 한가득 안은 경기였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강팀들을 상대하기엔 쉽지 않다.
한국이 21일 이란 우르미아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선수권 F조 조별예선 경기에서 파키스탄을 세트스코어 3-1(26-28, 25-20, 32-30, 25-22)로 꺾었다. 승리를 거뒀고 조 1위를 차지했지만, 불안한 경기력은 걱정거리였다. 잦은 서브 범실은 계속해서 흐름을 끊었고, 황택의와 황승빈 모두 패스와 경기 운영에 안정감이 부족했다. 나경복의 고질적인 약점인 리시브 불안도 눈에 띈 경기였다.
1세트 초반, 허수봉의 서브가 불을 뿜었다. 3-3에서 서브 라인에 선 허수봉은 날카로운 서브로 정지석의 다이렉트 공격 득점을 이끈 데 이어 직접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며 한국에 초반 리드를 안겼다. 허수봉의 서브에 파키스탄 리시버들이 계속 흔들리자 이사나예 라미레스 페라즈 감독은 3-6에서 작전 시간을 요청했지만 허수봉은 작전 시간이 끝나자마자 또 하나의 서브 득점을 추가하며 계속해서 파키스탄을 압박했다.
파키스탄은 무라드 칸과 무사웨르 칸의 높이와 화력을 앞세워 10점대 이후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대부분의 서브를 나경복에게 집중시키며 리시브를 흔드는 시도가 효과를 봤다. 결국 18-18에서 허수봉의 공격이 마무리되지 않고 상대의 다이렉트 반격으로 연결되며 파키스탄은 역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의 서브 범실이 난무하며 1세트는 듀스를 향했고, 26-26에서 나경복의 서브 범실과 우스만 파르야드 알리의 서브 득점이 연달아 나오며 파키스탄이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시작과 동시에 나경복이 좋지 않은 리시브로 무사웨르 칸에게 다이렉트 공격을 허용하자, 임도헌 감독은 나경복의 자리에 정한용을 대신 투입했다. 정한용 투입 이후 안정감을 찾은 한국은 허수봉과 김규민이 공격에서 활약하며 10-6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황택의의 패스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왔고, 여기에 압둘 자히르의 행운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파키스탄이 순식간에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강력한 서브로 득점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1점 승부를 벌였다.
황택의의 패스는 여전히 흔들렸지만, 한국의 공격수들은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허수봉과 정한용이 적재적소에서 날카로운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 19-17에서는 박경민이 날렵한 디그로 허수봉의 반격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8에서 정한용과 허수봉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장악한 한국은 22-18에서 정지석의 블로킹까지 터지며 승기를 잡았고, 24-20에서 우스만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한국이 2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3세트 초반, 한국이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4-3에서 정지석과 허수봉이 연속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좋지 않은 흐름을 맞이했다. 반면 한국이 흔들리는 사이 재정비를 마친 파키스탄은 무하마드 하마드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8-6으로 먼저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맞이했다. 그러나 한국 역시 임동혁과 허수봉의 활약을 앞세워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고, 양 팀의 1점 승부가 또 한 번 펼쳐졌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한국이었다. 14-12에서 우스만의 백어택이 범실이 된 데 이어 파룩 하이다르의 공격 코스를 정한용과 김규민이 함께 틀어막으며 점수 차를 4점 차까지 벌렸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우스만의 강서브를 앞세워 또 한 번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정지석의 공격 범실까지 겹치며 점수는 다시 19-19 동점이 됐다. 여기에 무라드 칸의 득점까지 더한 파키스탄은 순식간에 20점 선착과 동시에 역전까지 해냈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20점대 이후의 초접전이 벌어졌다. 결국 1세트와 마찬가지로 3세트 역시 듀스를 향했고, 한국이 공격으로 번 점수를 서브 범실로 날리는 양상이 계속되며 양 팀의 점수가 모두 30점을 돌파했다. 최종 승자는 한국이었다. 31-30에서 황택의의 사이드 블록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다행히 정한용과 허수봉의 활약이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14-13에서 정한용은 쓰리 블록을 뚫는 공격을 성공시켰고, 허수봉은 우스만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임동혁의 블로킹 득점까지 더한 한국은 조금씩 파키스탄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19-16에서 허수봉의 블로킹 득점이 터지며 20점 고지를 밟은 한국은 고비가 될 수 있었던 우스만의 서브 차례도 범실로 한 번에 넘기며 승리에 다가섰다. 23-21에서 임도헌 감독이 비디오 판독으로 파키스탄의 네트터치를 잡아내며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24-22에서 파키스탄이 또 다시 네트터치를 저지르며 한국이 승리를 따냈다.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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