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KGC인삼공사는 현재 위기다. 연패도 연패지만, 주전 세터 염혜선이 빠졌기 때문이다. 염혜선은 지난 20일 왼손 중지 골절 수술을 받았다. 12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블로킹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복귀까지 6주~8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염혜선의 이탈로 팀에 남은 세터는 단 한 명 하효림 뿐이다. 한 명으로 한두 경기는 치를 수 있을지 몰라도 6~8주를 버틸 수 없다. 세터 영입이 시급했다.
실업으로 눈을 돌린 이영택 감독의 선택은 김혜원이었다. 김혜원은 2014년 한국도로공사 수련선수 지명을 받은 뒤 수원시청, KGC인삼공사, 한국도로공사를 거쳐 2019년 후반기부터 대구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쭉 이어왔다.
KGC인삼공사의 갑작스러운 SOS. 김혜원은 깊은 고민을 했다.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다시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있었다. 김혜원의 마음이 기운 쪽은 도전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프로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어보기로 결정했다.
김혜원은 2022년 6월 30일까지 단기 계약을 맺었다. 옵션 포함 총액 4,500만 원(연봉 4천 3백만 원, 옵션 2백만 원)을 받는다. 김혜원은 KGC인삼공사가 뛰었던 적이 있다. 2016-2017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29경기에 출전해 12점의 기록을 남겼다. 대전 홈경기장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 23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를 가진 김혜원은 "솔직히 좋은 것도 있는데 걱정도 크다. 그래도 좋은 기회가 생긴 만큼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원이 대구시청에서 KGC인삼공사로 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만큼 빨랐다"라고 스스로 언급할 정도였다. 김혜원은 KGC인삼공사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KGC인삼공사에 있을 때부터 (신동민) 매니저 언니랑 친했어요. 언니에게 연락이 먼저 왔죠.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생각 있느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약간 미련은 남아 있지만 걱정이 컸었거든요."
"그러다 이영택 감독님이 일요일(19일)에 대구로 직접 내려오셨어요. 저를 잘 본 적도 없고, 어떤 선수인지도 모르지만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믿음을 주셨어요. 또한 이전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도 제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보셨던 것 같고요. 일사천리로 해결됐죠." 김혜원의 말이다.
2019년 후반기부터 대구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프로보다 훈련량은 적더라도 경기를 소화하는 데는 문제없다. 또한 대구시청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KGC인삼공사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김혜원은 "실업에서도 꾸준히 운동했지만 프로랑 다르게 살짝 느슨하게 운동했다"라며 "그래도 프로에 있을 때랑 달리 실업에서는 대회를 나갈 때마다 꾸준히 경기를 뛰었다. 배운 부분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이어간 김혜원은 "프로에 있을 때는 운영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실업에 가서 패스도 그렇고 경기를 운영하는 힘이 는 것 같다. 또한 대구시청 훈련장이 좋다. 웨이트 훈련장도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사용한다. 훈련할 때마다 다른 종목 감독님이 오셔서 한 번씩 봐주시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편하게 운동을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혜원은 염혜선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 선수.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혜원의 룸메이트는 염혜선이다. 현재 염혜선은 수술 후 재활 치료 및 보강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혜원은 "언니가 수술은 잘 됐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다른 보강 운동을 하고 있다. 23일 아침 훈련할 때도 내 패스 하는 모습을 보고 부족한 부분은 자세히 알려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혜원은 22일 KGC인삼공사에 합류했다. 23일에는 대전충무체육관으로 가 24일 있을 GS칼텍스전 대비 코트 적응 훈련도 했다.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팬들을 맞을 준비도 마쳤다.
그녀는 "당장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라며 "지금 연패에 빠져 있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됐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효림이가 흔들릴 때 분위기 반전이 될 수 있게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팀원들이 반갑게 맞아줘 감사하다. 이제는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각오를 다진 김혜원은 "기회가 온 것도 감사하고, 그 기회를 주신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모르는 선수를 데려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왔으니 코트 위에 오래 있고 싶다. 그리고 우리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팬들에게 내 이름이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등번호 14번을 배정 받은 김혜원은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와 경기를 통해 V-리그 복귀전을 가진다.
사진_KOVO 제공, KGC인삼공사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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