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채연에게 2021년 12월 25일은 아름다운 하루였다.
흥국생명 미들블로커 김채연은 25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 경기에 선발 출전해 블로킹 5개 포함 11점을 올리며 팀의 3-1(25-16, 25-22, 23-25, 26-24)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 5년 차인 김채연은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채연뿐만 아니라 36점을 기록하며 매서운 화력을 보인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의 활약을 더한 흥국생명은 시즌 첫 3연승에 성공했다. 승점 18점(6승 12패), 5위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김채연은 이날 짜릿한 기분을 맛봤다. 바로 4세트 21-22에서 페퍼저축은행 주포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했기 때문. 이 블로킹 한 방 덕분에 흥국생명은 듀스 접전 끝에 4세트를 가져오며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채연은 "잡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 '안 잡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수 위치를 계속 봤기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전력 분석 코치님도 잘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김채연은 "분석을 다하고 들어갔음에도 약속한 플레이가 안 되어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사이드 공격수들도 그렇고, 블로킹을 잘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잘 통했다"라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크리스마스에도 대전에서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가졌다. 3-2 승리를 챙긴 데 이어 이번 시즌 크리스마스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에 이어 2021년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하루로 기억에 남았다.
김채연은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람들이 많이 올 테니 이겨서 좋은 분위기로 숙소에 가자고 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항상 이기는 것 같다. 다음 크리스마스 때도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김채연은 2017-2018시즌에 28경기 출전 109점을 기록하며 그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후 시즌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김세영(은퇴), 이주아 등에 밀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웜업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2018-2019시즌 19경기 29점, 2019-2020시즌 22경기 19점, 2020-2021시즌 27경기 59점에 그쳤다.
김채연은 "당시에는 (김)세영 언니가 있었고 (이)주아도 뛰고 하다 보니 밖에서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항상 마음만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밖에서도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시즌 초반에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3라운드부터는 이주아와 함께 중앙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기복, 주전 경쟁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든든함을 보여주니 수장 박미희 감독도 흐뭇하다. 박미희 감독은 "채연이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컨디션이 괜찮다. 시야도 넓어졌다. 채연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중심을 잘 잡아줘 고맙다"라고 칭찬했다.
그녀는 "선발과 교체는 다르다. 주전으로 뛸 때는 부담감도 크지만 이 부담감도 항상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라며 "1, 2라운드에는 부상 후유증 때문에 점수를 많이 못 냈다. 블로킹은 자신이 있는데 안 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도 블로킹이 잘 되었으니 기분이 좋은 하루다"라고 미소 지었다.
김채연이 힘들거나 안 풀릴 때 도움을 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미들블로커 짝꿍 이주아다. 한 살 터울인 두 선수(김채연 1999년생, 이주아 2000년생)는 장차 흥국생명은 물론이고 한국 미들블로커진을 이끌어갈 미래로 평가받는다.
"주아랑은 서로 안 되는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아요. 서로의 말을 공감해 주곤 합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타이밍이 좋았다'라는 등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주아 공격이 잘 될 때는 제가 안 되고 제 블로킹이 잘 될 때는 주아 블로킹이 안 좋을 때가 많은데(웃음), 서로 상호보완적이지 않나 싶어요. 항상 의지를 많이 해요." 김채연의 말이다.
"데뷔 시즌 이후 정말 오랜만에 인터뷰실에 들어온 것 같아요"라고 말한 김채연. 소박한 소망도 전했다. "이번 시즌 인터뷰실에 다섯 번 정도 더 들어오고 싶다. 물론 팀은 다섯 번보다 더 이겨야 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개인 목표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전한 김채연은 "팀 목표는 무조건 봄배구다. 개인 목표는 신인 시즌 때 블로킹 TOP10에 든 걸로 알고 있다. 이번 시즌 다시 블로킹 TOP10에 들고 싶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김채연은 데뷔 시즌 블로킹 10위(세트당 0.430개)에 올랐고, 올 시즌에는 블로킹 부문 15위(세트당 0.393개)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_광주/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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