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에서 프로로 돌아온 최수빈·최윤이·이예림 "이젠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게요"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1 23: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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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영광이 아니다. 매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떠나는 곳이 프로 무대다. 그런데 실업 무대에서 활약하다 프로 무대로 다시 돌아온 이들이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 최수빈, 흥국생명 최윤이, 한국도로공사 이예림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팀을 떠나야 했지만,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세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년 만에 컴백한 최수빈
“밖에 있다 보니 많은 걸 깨달았다”

2019-2020시즌 종료 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면서 IBK기업은행을 떠나야 했던 최수빈. 그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다시 돌아왔다. KGC인삼공사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서남원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서남원 감독은 팀의 리시브 강화를 위해 포항시체육회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최수빈을 데려왔다.

최수빈은 9년 전 프로무대에 들어왔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을 받았다. KGC인삼공사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2017년 8월에는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영광도 누렸다. 그러다 2017년 12월, 3대2 트레이드를 통해 박세윤과 함께 IBK기업은행으로 넘어왔다. KGC인삼공사에서 보여준 활약과는 달리 IBK기업은행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2019-2020시즌이 끝나고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포항시체육회에서 부활의 날개를 피던 최수빈은 지난 5월 열린 2021 한국 실업배구연맹전에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여줬다. 서남원 감독은 최수빈의 활약을 인상 깊게 봤고, 곧바로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IBK기업은행은 6월 25일 최수빈의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다시 돌아온 최수빈은 “실업에서는 부담을 내려놓고 했다. 프로에서 가지고 있던 부담보다는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배구가 더 잘 됐던 것 같다. 이전 프로에 있을 때는 공격을 할 때도 주뼛주뼛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실업에서 자신감과 적극성이 생겼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좋게 보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님은 이전처럼 정말 꼼꼼하시더라. 또한 선수들과 소통을 좋아하신다. 변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등번호는 이전에 달았던 10번이 아니다. 15번이다. 새로운 등번호를 택한 이유에 대해 최수빈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해 10번은 일부러 피했다. 원래 17번을 달려 했다가 (김)현정이가 15번에서 17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15번이 남아 있길래 그냥 그걸 택했다”라고 웃었다.

물론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업에서 배우고 느낀 것은 많았다. 무엇보다 프로 생활의 간절함 그리고 배구의 소중함을 알았다. “포항시체육회에 있을 때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운동했다. 그리고 주 4회 밖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 또한 모든 것을 각자 챙겨야 했다. 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로는 체계적이고, 지원도 전혀 다르다. 아플 때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밖에 있다 보니 많은 부분을 깨달은 것 같다.” 최수빈의 이야기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지만, 팀에 합류한 후 맞이한 첫 훈련의 힘듦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최수빈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달 정도 늦게 훈련을 시작했다. 첫 훈련을 하는데 근육통이 막 오더라. 정말 힘들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1년 전과 다르게 팀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훈련 때 선수들 표정에서 ‘끈끈함’과 ‘자신감’이 보인다고 전한 최수빈이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악착같이, 끈질기게 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감독님께서도 항상 수비랑 커버 플레이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이면 절대 안 된다. 연습 체육관 벽에도 ‘자신 있게, 당당하게, 밝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정규시즌 개막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최수빈은 “지금 다들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선수들의 호흡이 괜찮다. 다만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범실을 줄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경기마다 리시브 기복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공격적인 부분보다는 수비에서 힘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연습하겠다. 든든한 모습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기대되는 선수로는 2년차 윙스파이커 최정민을 뽑았다. “정민이가 잘하더라. 코치님들이 가르치는 무언가를 그대로 흡수한다. 무언가를 지시했을 때 그대로 실행하는 능력이 있다. 많이 늘 수 있는 실력을 가졌고, 그래서 기대된다.”

이제 최수빈의 배구 인생 제2막이 펼쳐졌다. 별 욕심은 없다. 국가대표도 지금은 생각 안 한다. 그저 팀에 필요한 선수로,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고 싶은 게 최수빈의 바람이다.

최수빈은 “이제 2막을 열게 됐다. 수비 라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한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힘이 되고 싶다. 포항시체육회에 가서 생각을 해보니 프로에서는 즐기지도 못하고 부담감과 걱정만 많았다. 이제는 그런 걱정 안 하고 재밌게 하고 싶다. 다시 돌아온 만큼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언제나 많은 응원 보내주길 바란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흥국생명의 새로운 카드 최윤이
“프로에서 삶이 더 간절해졌다”

다사다난했던 2020-2021시즌을 보낸 흥국생명. 그런데 비시즌부터 선수들의 이탈 러시가 계속됐다. 김연경(상하이), 김세영(은퇴)을 비롯해 몇몇 선수 이탈로 팀 전력을 구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박미희 감독은 팀 전력 상승을 위해 포항시체육회에서 진주를 데려왔다. 바로 최윤이다.

위에서 언급한 최수빈과 달리 최윤이를 모르는 배구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이 선수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를 졸업한 최윤이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을 받았다. 윙스파이커로 182cm의 준수한 신장을 가진 최윤이었지만 IBK기업은행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세 시즌 동안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득점은 단 7점. 그는 결국 2019년에 팀을 나와 실업팀 포항시체육회로 갔다. 최수빈과 함께 뛰었다.


IBK기업은행에서 무언가에 쫓기고 자신감 없는 플레이만 보여주었다면, 포항시체육회에서는 막혀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배구를 했다. 김윤혜 감독의 조언 아래 최윤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구의 새로운 재미도 찾으며 실업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포항시체육회에서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주며 2년의 시간을 보낼 즈음, 박미희 감독에게서 러브콜이 왔다. 실업팀에서 편하게 배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최윤이는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 안에는 최윤이의 마음을 흔든 박미희 감독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사실은 별생각 없었다. 솔직히 프로에 가면 좋긴 하겠지만 두려움이 컸다.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감독님께서 ‘꿈을 한 번 펼쳐보지 않을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한 번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최윤이는 “IBK기업은행에서 보여준 것도 없이 나왔다. 포항시체육회에 와서도 자신감 없이 플레이를 하고 있었는데 김윤혜 감독님께서 힘을 계속 주셨다. 다독여주고 힘을 주시다 보니 자신감도 찾은 것 같다. 김윤혜 감독님께서 떠난다고 하니 많이 아쉬워하셨다. 그래도 프로에 가서 열심히 하라고 조언도 건네주시고 힘을 주셨다. 나에게는 감사한 분이다”라고 김윤혜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2019년 이후 오랜만에 프로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새로운 최윤이다. 팀 적응도 순조롭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최윤이였지만 친화력이 좋은 어린 동생들 덕분에 장난도 많이 치며 슬기롭게 프로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어깨가 많이 안 좋아 처음 팀에 합류한 후에는 재활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금은 거의 다 나았다. 선수들과 팀 훈련을 소화하는 데 문제는 없다. 이제는 그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훈련에 적극적이다. 또한 팀 적응도 문제없다. 낯을 많이 가려 걱정도 했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후배들도 먼저 장난을 치면서 다가와 줬다. 그래서 빨리 적응했다. 동기인 (도)수빈이나 후배인 (현)무린이, (박)은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

윙스파이커 포지션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윤이가 흥국생명에서 해야 될 역할은 수비다. 최윤이 역시 후방에서 깔끔한 수비로 팀에 힘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비하면서 어렵거나 모르는 부분은 돌아온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의 도움을 받으며 알아가고 있다.

최윤이는 “공격보다는 뒤에서 리시브나 디그로 큰 힘을 주고 싶다. 해란 언니에게도 모르는 부분을 많이 물어가며 훈련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주전이 되어 코트 위에서 한 번 날아다니고 싶다. 그전에 못 했던 것들을 주눅 들지 않고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다. IBK기업은행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지난 나날처럼, 흥국생명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최윤이는 간절하다. 끝까지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박미희 감독의 믿음에 꼭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최윤이는 “한 번 나갔다 들어오니 프로에서의 삶이 더욱 간절한 것 같다. 이제는 프로에 쭉 있고 싶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미희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코트 위에서 나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종민 감독이 ‘픽’한 이예림
“나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도로공사는 박정아, 임명옥, 배유나, 이고은, 정대영 등 주전 라인업이 탄탄하게 자리 잡혀 있는 팀이다. 하지만 그 뒤를 받칠 백업 선수들이 부족한 게 늘 약점으로 꼽혀왔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팀 성적도 지난 두 시즌 3위 밖으로 밀렸다. 김종민 감독은 실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팀 백업진을 강화해 줄 선수를 찾았다. 수원시청에서 뛰던 이예림이 물망에 올랐다.

 

이예림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윙스파이커로 175cm의 신장을 가진 이예림은 현대건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프로 통산 2경기(2세트) 출전 2점이 전부였다. 이예림은 2017년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고 곧바로 대구시청으로 가 새로운 배구 인생을 펼쳤다. 그리고 2018년 수원시청으로 팀을 옮긴 뒤 새로운 자신의 미래를 펼쳤다. 강민식 감독의 지도 아래 기죽던 지난 날의 자신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새로운 이예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예림은 “현대건설을 나간 이유가 실업에라도 가서 배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수원시청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배구하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배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몰랐는데 강민식 감독님이 많은 부분을 알려주셨다. 이전에는 시키는 대로만 했다면, 이제는 배구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종민 감독 눈에 띈 건 지난 5월,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2021 신협중앙회장배 한국실업배구연맹전에서였다. 윙스파이커에서 공수 맹활약을 하며 수원시청에 큰 힘을 줬다. 이예림은 “감독님이 대회를 보러 오셨는데 나를 좋게 보신 것 같다”라며 “감독님께서 나에게 원하는 역할이 있으니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각오를 하고 있다. 20살 때와는 다른 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신중하게 결정을 했고, 도로공사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2017년 이후 약 4년 만에 프로에서 비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이예림은 한봄고 선배인 박혜미 덕분에 도로공사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이예림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도 많이 달라진 부분은 없다. 그래도 실업과 차이점은 분명 있다. 프로는 정말 체계적이다”라며 “혜미 언니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현대건설에도 같이 있었다. 또한 언니들도 잘 해주고 후배들도 착해서 팀 적응에는 문제없다”라고 웃었다.

아직 이예림을 모르는 배구 팬들이 대다수다. 본인이 어떤 선수인지 소개해달라 말하자 이예림은 “난 잘하지는 않지만 항상 노력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현대건설에 있을 때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못 보여드렸던 부분을 지금이라도 연습 열심히 해 보여드려야겠다는 욕심이 있다. 이제는 목표가 생겼다. 살아남고 싶다. 범실 많이 안 하고 리시브에서 큰 힘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도로공사의 ‘NO.7 이예림’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원래는 10번을 달고 싶었는데 주인이 있었다. 원래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다면 10번 외 다른 두 자릿수 번호를 달고 뛰면 꼭 다치더라. 그래서 남아 있는 7번을 골랐다. 럭키 세븐이지 않나(웃음).”

“프로에 다시 온다니 부모님과 한봄고 박기주 감독님께서 정말 기뻐하셨다”라고 미소 지은 이예림은 끝으로 “프로에 내가 다시 왔다. 현재 어려운 시국이라 팬분들이 경기장에 찾아올 수 없지만 나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아직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시즌 때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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