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한 경기를 위해' 묵묵하게 일해서 더 소중한 그들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1-30 23: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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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한 경기를 치르려면 선수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삐 움직이는 이들의 노고가 더해져야 한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코트 안 선수들에게 쏠린다. 하지만 코트 주변과 체육관 밖에서 선수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트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한 <발리볼 피플>. 선수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구단버스 운전기사, 트레이너, 선수들의 발자취가 되어주는 기록원, 볼리트리버,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허전한 경기장을 뜨겁게 메워주는 장내 아나운서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어
KOVIS 경기 기록원


중계를 보거나 직관 하러 갔을 때 코트를 둘러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이 궁금하지 않은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사람들. 오로지 경기 그 자체에만 몰입하는 KOVIS 경기 기록원이다. 코트 안에서 양 팀 선수들이 숨 막히는 랠리를 펼칠 때 경기 기록원들의 눈과 손은 선수들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인다. 현장에서 입력한 데이터는 중계 방송에 바로 송출되기도 하고, 중계석에 즉각 반영되어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참고 자료가 되곤 한다. 한 경기에는 7~8명이 투입된다. 전산 기록원 3명, 선수들의 랠리를 호출하는 개인 호출 3명, 전산 입력에 오류가 있을 때를 대비해 수기로 적는 1명. 그렇게 입력된 코드를 방송국에 송출하는 전산 관리자 1명까지. 모든 기록원이 함께 힘을 모아 데이터를 완성한다.

경기를 이해하고 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기록원 대부분이 선수 출신이다. 기록원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대한 룰에 맞춰 입력하는 것이다. 경기 중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 반면, 특이한 상황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기존에 규정했던 매뉴얼대로 적용해서 최대한 투명하고 정확하게 기록한다. 순간적으로 판단할 때도 이런 점을 놓쳐선 안 된다. 예전보다 배구 룰엔 변화가 많다. 단순한 것이 요즘엔 더욱 복잡해졌다.

김지연 기록원은 “옛날에는 10가지 정도를 코드로 정해놨다면 지금은 15개 이상으로 늘려가고 있다. 랠리가 빨라지고 많아졌다. 그렇기에 긴장도 된다. 이 기록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방향으로 배구를 볼 수 있고 누적되는 일이라 여러 가지로 시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도 놓치면 안돼요”
이명희 KOVIS 기록원


Q__정말 한시도 눈 뗄 수 없겠네요.
그렇죠. 모든 걸 기록하니까요. 코트 안에서 일어나는 액션, 내용 등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면 안 돼요. 특히 여자부는 랠리가 길고 많잖아요. 배구는 세 번 만에 공을 넘기면 되긴 하는데 이단 볼로 넘기는 경우도 있고, 한 번 공격했다가 상대 블로킹에 맞고 나오는 볼을 리바운드 플레이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특히 잘 봐야 해요. 공이 한 번에 오기 때문에 낮고 빠르게 연결되기 때문이죠.

Q__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까 말했던 거랑 비슷해요. 랠리가 많고 볼이 빠를 때, A코트와 B코트에서 호출을 하는데 그 콤비가 맞지 않으면 힘들어요. 우리만 아는 어려움이죠. 정확하게 되지 않을 땐 영상을 되돌려 보면서 빨리 수정하면 괜찮지만 그런 랠리가 많아지면 수정할 게 쌓이고 힘들어지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수니까요. 기록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요.

Q__그만큼 성취감이 크겠네요.
매 순간이 뿌듯해요. 우리가 했던 기록이 경기가 끝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누적되고, 그 기록을 통해 선수들이 상을 받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 정확한 기록을 함으로써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신중하게 하려고 하죠. 그리고 옛날보다는 기록에 대한 관심이 커졌잖아요. 기록을 활용하는 팀도 많고요.

Q__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요.
선수들 득점이 가장 신경 쓰이죠. 특히 블로킹에 대해 굉장히 예민해요. 두 명 또는 셋이서 블로킹을 할 때 손이 겹치거나 틈이 보이지 않으면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유효 블로킹도 마찬가지예요. 하나 하나 신중함을 가져야해요.

 

 


안전 운행이 최우선!
KB손해보험 구단 버스 박현철 운전기사


선수들이 경기장과 숙소를 오갈 때. 항상 들리는 아늑한 곳이 있다. 바로 구단 버스다. 선수들이 이동하기에 앞서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버스를 미리 최적의 온도로 맞춰 놓는다. KB손해보험 구단 버스 운전기사 박현철 주임은 선수단을 인생의 동반자라고 한다. 그는 10년 가까이 구단 버스를 운전하며 아무탈 없이 선수단 이동을 책임져 왔다.

Q__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요.
당연히 ‘안전’이죠. 안전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괜히 선수들 컨디션이나 경기력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항상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 약속도 잘 지켜야 하고요.

Q__선수단 이동 외에 또 하고 계신 일이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로 많이 도와줘요. 운전 외에 가끔 경기장에 들어가서 볼을 주워주기도 한답니다.

Q__10년 넘게 일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맞아요. 처음에는 이런 일을 안 해봐서 부담스러웠어요.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초기에 가지고 있던 부담감은 없죠. 베테랑 (김)홍정 선수, (김)학민 선수, (곽)동혁 선수랑 친하고 잘해주죠. 신인 선수들도 잘 따라와 줘서 고맙지요.

Q__일하면서 뿌듯했을 땐 언제인가요.
경기에서 이겼을 때요. 지고 나면 저도 좋지만은 않아요. 선수들이 꾸준하게 잘해서 시즌 끝날 때까지 선두권 유지하면서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습니다. KB손해보험 파이팅!



부상은 안 돼!
KGC인삼공사 박창배 트레이너


선수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부상’이다. 부상 방지에 힘쓰는 건 선수 본인 그리고 몸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트레이너가 있다. 경기 전 테이핑을 시작으로 웜업, 경기 후 마무리 운동까지. 선수들을 지켜주는 일등공신 KGC인삼공사 박창배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__트레이너가 하는 일은 뭔가요.
우선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해요. 경기 전 테이핑을 돕고, 몸이 좋지 못한 선수는 따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경기 전엔 선수단 전체를 이끌고 웜업을 시키죠. 볼도 주워주고요. 경기 끝나면 아이싱을 시작으로 필요한 걸 챙겨주곤 해요.

Q__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부상 방지겠네요.
전체적으로 다 중요해요. 선수들 몸 상태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선수마다 스트레칭이나 테이핑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고요!

Q__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7~8년 정도 트레이너로 지냈어요. 일하는 부분에서 힘든 건 딱히 없어요. 다만 제 개인 시간이 없는 거?(웃음) 선수들 치료하는 건 힘들지 않지만 선수들 멘탈까지도 신경 써야 하잖아요. 감정적으로 좀 더 이야기해줘야 하는 점이 조금 어렵긴 하네요.

 


무관중 경기장 달구는 목소리
한국전력&현대건설 정성현 장내 아나운서


무관중으로 리그가 치러지고 있는 요즘, 각 구단이 랜선 응원 등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려 노력 중이다. 선수들 역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코트 위를 더욱 열심히 뛰어다닌다. 웜업존 선수들은 열띤 응원을 펼친다. 그런 허전한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는 목소리가 있다. 선수 소개 시 목청껏 외치는 한 사람, 장내 아나운서다. 응원 외에 여러 이벤트를 담당하고, 경기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주는 한국전력&현대건설 정성현 장내 아나운서다.

Q__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관해 설명해요. 그만큼 상황마다 숙지가 필요해요. 팬들은 어떤 반칙인지, 왜 경기가 지연되고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막연히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현장에서 중계를 하는 거죠. 방송 중계가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부심까지 볼 수 있는 배구 심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현장에 있는 팬, 관계자, 선수들이 상대 팀 선수 교체를 모를 때도 있거든요. 제가 선수 교체라던지, 로테이션 안내를 하거나 그 외에는 이벤트 역할을 담당하죠. 응원단장님이 응원을 담당하시면 그것 외에 선물을 주거나, 이벤트 안내 등을 하고 있어요.

Q__뿌듯할 때는요.
팀이 연패 끊고 연승했을 때죠. 그리고 선수 소개하면서 라인업을 하고 나서 선수들이 뛰어 들어올 때가 가장 보람차요. 그때 전율,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 다녀온 선수들이 복귀하고, 저를 반겨줬을 때. 또는 팬들이 절 알아봐 주실 때도 일에 대해 뿌듯함이 밀려오죠. 그래도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은 라인업이에요. 멋있게 소개를 해야 팬들이 ‘와~’라는 감탄사를 보내고, 선수들도 기가 사니까요. 라인업이 아나운서의 꽃이에요.

Q__현장에서 라이브로 이뤄지다 보니 조심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할 때 짧고 굵게, 포인트 있게 알려줘야 해요. 서브 휘슬이 불리면 아나운서가 말을 하지 않는 것. 하나의 룰이에요. 이벤트를 통해 선물을 줄 때는 시간이 2분~2분 30초밖에 없어요. 최대한 재밌고, 맛깔나는 멘트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상대팀 선수를 비하하지 않는 거죠. 소개할 땐 최대한 정중하고 대우를 해줘야 하고, 우리팀 선수 소개할 때는 ‘업’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요.

Q__무관중인 지금, 팬들에게 하고픈 말은요.
코로나19 때문에 오셔서 응원하시진 못하지만, ZOOM으로 즐길 수 있으니 스케치북에 멘트 적어서 응원 많이 해주세요! 제가 맛깔나게 읽어드릴게요! 그럼 선수들과 소통도 할 수 있고요. 현재 주어진 응원 문화 많이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GS칼텍스 볼 리트리버&마퍼 정새은

경기장에는 코트 가장 가까이서 경기 진행 보조 역할을 하는 볼 리트리버와 마퍼가 존재한다. 다섯 개의 사용구를 각자 가지고 코트 사각지대에서 항시 대기한다. 서브하는 선수에게 신속히 볼을 전달하며 바닥에 생겨난 먼지나 땀을 닦아 선수들 부상 방지에 힘쓰고 있는 GS칼텍스 볼 리트리버와 마퍼를 담당하는 ALUV(아마추어 대학배구연맹) 정새은 위원장을 만났다.

Q__숙지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아무래도 가장 가까이서 경기 진행을 돕기 때문에 기본적인 배구의 룰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 빠른 판단 능력이 중요해요. 심판의 시그널을 보고 상황을 빠르게 캐치해야 짧은 시간 안에 일(코트로 뛰어 들어가 바닥에 묻은 땀을 닦는다거나, 서브자에게 사용구를 전달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경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보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우리 실수로 경기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배구가 빠르게 진행되는 스포츠이다 보니 도맡은 부분에서 실수할 때도 있어요. (선수가 넘어진 부분에 땀을 제거해야 하는데 위치를 놓쳤다거나, 심판의 득점 시그널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볼을 전달하지 못한다거나) 항상 더 주의하고, 동료끼리 바디랭귀지로 자주 소통하고 있습니다.

Q__보통 고등학교 선수들이 이런 일을 하곤 하는데요. ALUV이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GS칼텍스와 인연이 깊어요. GS칼텍스가 주최하는 서울V컵을 2016년도부터 주관 운영하고 있어요. 구단에서 올해 볼 리트리버와 퀵마퍼를 맡아줄 수 있겠냐고 먼저 제안해 주셨고, 프로 경기에서 진행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고 기회이기에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Q__직접 해보니 어떤가요.
언제나 긴장돼요. 배구공을 경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일자로 굴리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고요. 선수들을 옆에서 서포터하니까 스포츠 현장의 즐거움을 배로 느끼고 있어요! 어떤 형태로든 배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Q__직관하는 것과 일로서 경기장에 있는 것 차이는요.
직관은 좋아하는 배구를 넓은 시야로 편히 즐기는 것이 장점이라면, 일로서 경기장에 있는 것은 이 경기 흐름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맡은 바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배구 경기 자체에 몰입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과 함께하고 있다는 상황에 몰입하게 되어 일할 때 더 집중하게 되고 즐거운 것 같아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문복주,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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