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궁금했던, 베테랑 김수지가 전하는 이야기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7 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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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선수 김수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수식어에는 어떤 게 있을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밴드, ‘김연경 절친’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를 수식하는 말 가운데 ‘배구선수’로서 김수지를 나타내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승선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배구선수로는 그만큼 부각되지 않는 듯한 느낌도 준다. ‘배구선수 김수지’에 대해 한 발짝 더 알아보기 위해 7월 용인 IBK기업은행 연습체육관을 찾았다


코로나19로 낯설었던 ‘요즘’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IBK기업은행 선수단이 여름 휴가를 보내고 팀에 복귀한 직후였다. 휴가라면 해외여행도 가고 좀 더 자유롭게 이곳저곳 다녀야 제맛이지만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를 보내는 모습조차 이전만큼 자연스럽지 않다. 김수지 역시 간소한 휴가를 즐기고 돌아왔다. “짧게 가까운 곳에 놀러 가기도 했지만 일주일 동안 거의 집에 있었어요. 간단히 왔다 갔다 하면서 볼일도 보고 운동하며 보냈어요.”

“시즌이 끝나고 얻은 휴가에서도 원래는 여행을 좀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 없었잖아요. 국내에서 조금 외진 곳에 잠깐 다녀온 게 다였던 것 같아요. 가까운 곳에 오가면서 가족도 오랜만에 보고 친구들도 살짝 만나고 그러면서 당시 휴가는 보냈던 것 같아요.”

원래 생각했던 휴가 계획은 없었을까. 올해는 휴가 계획 세우기도 쉽지 않았다. 일반적이라면 시즌이 끝난 직후에 휴가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조차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됐으니 휴가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았다. 김수지는 나름 알찬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로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돌아봤다.

“원래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터키에 가려고 했어요.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터키리그도 계속했겠죠? 우리 시즌이 끝나고 나면 (김)연경이 경기 보러 가겠다고 미리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또 못 가게 됐네요.”

이런 상황 속에 김수지는 말 그대로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고. 김수지는 “그냥 아팠던 거 회복하고 푹 쉬는 게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법인 것 같다”라며 “시즌도 길었고 대표팀에 다녀올 때도 많아서 쉴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런 피로도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익숙한 일상을 바꾼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스포츠계에 끼친 영향도 막대하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됐고 그 외에 각종 국제대회도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됐다. 김수지처럼 오랜 시간 선수로 활동한 베테랑에게도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낯설었다.

“당황스러웠죠. 지금이야 이런 상황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서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아니었잖아요. 시즌이 중단된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아예 조기 종료됐으니까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잖아요. 그런 게 당황스러웠죠. 시즌이 끝나면 얼마 못 쉬고 대표팀에 가야 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요. 허전하기도 했고 반대로 오랜만에 쉬는 시간이어서 좋기도 했어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올림픽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처음에는 설마설마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요. 올림픽이 연기된 건 걱정도 돼요. 저를 비롯해 연경이도 그렇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올림픽이었으니까요. 물론 이건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개인 종목 선수들은 정말 올림픽 하나만 보고 달려오는 분들이잖아요.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도 있을 것 같아요. 반대로 강행했을 때 불안감도 무시할 순 없죠. 여러모로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국제대회가 취소되고 올림픽도 연기되면서 얻는 이득은 온전히 다음 시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수지뿐만 아니라 대표팀 단골멤버에 속하는 다른 선수들도 거론하는 말이다. 김수지는 “비시즌은 중요한 시간이다. 그간 팀원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이 없었다. 올해는 함께 지내면서 대화할 시간도 많고 훈련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시즌이 한창이고 국제대회도 없지만, 김수지의 모습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김연경과 함께 예능 방송에 나오기도 했고 김연경, 한유미 KBSN스포츠 해설위원 유튜브 채널에도 등장했다. 김수지는 이런 경험이 새롭고 즐겁다고 돌아봤다. “제가 방송이 주업인 사람은 아니잖아요. 한 번씩 나가는 건 재밌어요. 제가 일반적으로 겪지 못하는 상황을 느껴볼 수도 있고요. 제가 나간 방송이나 영상은 또 자연스러운 촬영이 많았잖아요. 그래서인지 부담도 많이 없고 즐기는 식으로 했어요. 최근에 나온 예능 방송 촬영도 재밌었어요.”

“유튜브는 저 스스로 하기에는 조금 쑥스러워요. 누군가 부탁했을 때 나가기는 하죠. 유튜브는 팬분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잖아요. 그런 점은 새로워요. 팬들이 직접 하고 싶은 질문을 할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평소 하는 인터뷰는 정해진 형식 안에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유튜브에서는 경기 관련으로나 다른 생활적인 면, 배구 외적인 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이야기할 수 있죠. 그래서 팬분들도 좋아하시고 우리도 평소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유튜브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장인, 스포츠 선수 모두 열의와 영상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시도할 수 있다. 배구계에서도 김연경, 한유미 해설위원 등이 이미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수지 역시 유튜브 제안은 받은 적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참고로 김수지가 익히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뷰티 분야는 최근 관심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해보라고 제의는 많아요. 제가 운동 외적으로도 이런저런 취미가 많거든요. 할 건 많은데 아직은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어요. 다른 사람이 할 때 도와줄 수는 있지만 제가 직접 하는 거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어요.”

“뷰티는 요즘 관심이 조금 떨어졌어요. 거기서 거기더라고요(웃음). 요즘 뭔가 만드는 제품들이 하기 쉽게 나오잖아요. 한 반 정도 만들어진 걸 끓이거나 굽기만 하면 되고. 요즘에는 홈 카페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나의 의지로 시작한 배구
‘어린 시절’ 김수지는?


김수지는 배구 가족 일원이다. 아버지 김동열 씨는 과거 한국전력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고 어머니 홍성령 씨도 선경합섬에서 선수로 뛰었다. 동생 김재영 씨도 현대건설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했고 IBK기업은행에서 통역으로 일하기도 했다.

배구를 시작한 계기는 간단했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큰 키 덕분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김수지는 어느샌가 배구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도 코치 활동 중이셨죠. 제가 어릴 때부터 키가 컸어요. 달리기 같은 건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운동을 시키겠다는 생각은 많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또 어린 마음에 제가 배구를 하겠다고 했어요. 부모님도 제가 한다고 하니까 그럼 한번 시작해보자고 하셨죠. 그게 지금까지 왔어요.”

그렇게 김수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안산서초 출신으로, 지금도 안산서초 체육관에 가면 어린 시절 김수지 사진을 볼 수 있다(김수지와 함께 김연경, 배유나 어린 시절 사진도 걸려있다). 어려서 처음 접한 배구는 역시 쉽지 않았다. “체력 운동할 때 힘들었어요. 남들 뛸 때 따라서 뛰는 게 힘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통통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곳저곳 공 줍고 다니다 보니까 배구하기 전에 살이 빠지더라고요.” 

 

 

김연경과 인연은 그때부터였다. 두 사람은 안산서초부터 원곡중,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에 이르기까지 초중고교 시절을 함께 보냈다. 워낙 어려서부터 함께 지냈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을 정도. 김수지는 후에 자신들이 헤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만났잖아요. 나중에 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워낙 어려서부터 함께 운동해왔으니까요. 가족같이 지내는 친구였죠. 그래서 언젠가 떨어져 지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봐요.”

둘도 없는 친구 간 우정은 서른을 넘겨 더 깊어졌다.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친구 관계도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 더 깊어졌다고 할까요? 어릴 때는 그냥 보면 서로 장난치다가도 한번 다투면 또 싫고. 그러다가 화가 풀리면 또 친해지고 그런 관계가 반복이었죠. 지금은 나이를 먹고 같이 지내는 시간도 더 쌓였죠. 그러면서 더 깊은 속을 알아가고 있어요. 어른이 되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그런 부분을 공유하니까 관계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 노는 거는 어릴 때랑 비슷하게 놀아요.”

어려서부터 손꼽히는 유망주로 언급되며 성장한 김수지는 2005~2006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돼 프로 무대를 밟았다(당시 1순위가 바로 김연경이었고 2순위는 이소라였다). 김수지는 “많이 긴장됐다. 당시에는 언니, 선배라는 존재가 정말 크게 다가왔고 실제로 큰 존재였다. 긴장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했다”라고 프로 초창기 시절을 돌아봤다. 


어린 시절 목표는 막연하게 국가대표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답하던 김수지는 못내 더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았던 걸 아쉬워하기도. “어렸을 때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가대표가 꿈이지 않았을까요? 저도 그랬거든요. 어쩌다 보니 지금 그 목표는 이뤘네요. 그때는 더 큰 목표가 있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어느덧 15년차, 베테랑 김수지가 돌아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200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수지는 어느덧 V-리그에서 열다섯 시즌을 소화한 베테랑이 됐다. 현재 V-리그에서 김수지보다 선배는 몇 없다. 입단 동기 중 김연경만이 김수지와 함께 프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수지는 “프로 연차나 데뷔시즌 같은 걸 적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벌써 내가 프로에 데뷔하고 이렇게 많은 시즌이 지났나 싶다. 후배들 나이를 물을 때도, 이제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워낙 어린 친구들은 가끔 나이가 헷갈릴 때도 있다”라며 언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지를 언급했다.

김수지가 막 프로에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30대에 접어들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김수지 역시 “지금 나이까지 뛸 줄은 몰랐다”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이어진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이제 은퇴 시기를 생각해봐야 하는 나이긴 하죠. 그렇다고 그 시기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나이는 아니기도 하지만요. 돌이켜보면, 제가 어릴 때는 지금 나이 정도면 이미 은퇴했을 것으로 생각했을 나이거든요. 그때는 선수 수명이 길지 않았어요. 서른까지 하면 많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런 점만 보더라도 세상이 많이 변했네요. 예전에는 서른만 되도 노장이었으니까요.”

어느덧 V-리그에도 밀레니엄 세대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들도 프로 무대를 밟으며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김수지 역시 “옛날 생각도 나고 정말 많이 변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라고 동의했다. 선수단 사이 달라진 분위기 역시 김수지로 하여금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하는 요소였다.

“약간 ‘라떼는 말이야’ 이런 게 있잖아요. 애들한테도 말을 많이 못 하는 게 있어요(웃음). 요즘은 되게 개방적으로 바뀌었잖아요. 자기를 표현하는 데도 솔직해졌죠. 그런 점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V-리그에서 15시즌을 보내며 김수지는 총 세 팀을 거쳤다. 데뷔부터 가장 많은 시즌을 소화한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커리어 첫 이적을 결정한 흥국생명, 현 소속팀인 IBK기업은행에 이르기까지. 세 팀 모두 김수지 커리어에 있어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데뷔팀이었던 현대건설에는 2005년 데뷔해 2014년까지 머물며 가장 오랜 시간 뛰었다. 김수지 커리어에서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겪은 팀도 현대건설이었다. 김수지는 현대건설 시절 자신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묵묵한 선수? 눈에 띄지는 않고 화려하진 않아도 팀에 필요한 선수였던 것 같아요.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팀이기도 했는데, 그때가 현대건설 시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죠. 현대건설에서 뛸 때 통합우승 기회가 두 번 있었어요(2009~2010시즌, 2010~2011시즌). 첫 번째 기회 때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못했어요(당시 몬타뇨가 버틴 인삼공사에 패했다). 정말 아쉬움이 컸는데 다음 시즌에 통합우승을 했죠. 전 시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선수들도 그때 정말 우승을 원했어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한유미 해설위원과 함께한 시기도 이때였다(한유미 해설위원은 V-리그 창설 전인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그리고 2011년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뛰었다). 한유미 해설위원 유튜브 영상에 김수지가 출연했을 당시 한유미 위원은 “(김)수지는 나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수지는 “그때 어린 선수들이 많이 혼났다. 나도 어린 축이었다. 나나 (양)효진이도 많이 혼났다. 언니도 힘들었을 거다. 베테랑이 많아야 팀 운영하기가 쉬운데 혼자서 어린 동생들을 이끌어야 했다. 언니도 정말 힘들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시절을 뒤로하고 김수지는 2014년 흥국생명으로 이적한다. 프로 인생 첫 이적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이적은 선수의 권리이면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오랫동안 머문 팀을 떠난다는 건 선수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김수지가 이적을 결심한 데에는 당시 감독이었던 박미희 감독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박미희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부분이 좋게 다가왔어요. 이적이라는 게 막연하게 제가 원한다고 그냥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새로운 팀에 갔을 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부각시킬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들어야 하고 팀에서도 저를 원해야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아서 도전해본 것 같아요.”

흥국생명 시절 김수지는 또 하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김수지’하면 떠오르는 아이템 중 하나인 헤어밴드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아 착용한 헤어밴드는 이제 김수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지인한테 받았어요. 받은 김에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착용해봤는데 편하더라고요. 저도 편하고 반응도 좋았어요. 그게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지금도 훈련할 때도 꼬박꼬박 써요. 이제는 안 하면 허전하고 불편해요. 제가 머리가 길어서 잔머리가 많아서 안 하면 불편하거든요. 주변에서 헤어밴드 착용을 생각하는 선수가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이야기는 해요. 하면 편하다고. 그냥 막 추천하지는 않아요. 고민하고 있으면 한번 편하니까 해보라고만 이야기하죠.”
 

 

흥국생명에서 세 시즌을 보낸 후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두 번째 이적을 결심한다. 현 소속팀인 IBK기업은행이다. 이미 한 차례 겪은 이적이지만 흥국생명 이적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두 번째 이적 당시 김수지는 막 30대에 접어들었다. 나이에서 앞자리가 바뀌면 의미부여가 되기 마련이다. 나이에 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 선수라면 더 그럴 수 있다. 새로운 꿈을 안고 이적을 결심했다던 김수지는 훈련이 고되기로 유명한 이정철 前감독의 존재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제가 이적할 당시 IBK기업은행이 되게 강한 팀이었잖아요. 그 팀에 제가 더해지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팀을 옮기고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고 힘든 시즌도 보내긴 했지만요. 그래서 아쉽기도 했지만 또 다른 꿈을 안고 이적을 결심했어요.”

“저는 이정철 감독님이 계신다는 것도 괜찮았어요. 운동에 관한 부분만 강한 편이셨고 다른 부분은 크게 터치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리고 저는 운동하면서 편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힘들 수도 있고 반복훈련이 많으니 스트레스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신 것으로 생각해요. 각자 좋은 점이 다르고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수지는 2019~2020시즌을 마치고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었다. 이번 선택은 잔류였다. 김수지는 재계약 이후 비시즌 중 가진 다른 인터뷰에서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자신의 커리어, 김수지를 향한 IBK기업은행의 적극적인 어필이 영향을 끼친 결정이었다.

“FA 자격을 얻으면 좋은 부분도 있지만 고민해야 하는 것도 많아요. 저는 이제 어린 선수는 아니잖아요. 앞으로 이어질 제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고 많이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재계약이라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어렵진 않았어요.”

“구단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어필했어요. 팀과 제게 모두 필요한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죠. 그런 것들이 있어야 서로 믿음이 생기고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계약을 고려할 때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그간 팀에 머물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게 있었어요. 이번에 재계약할 때 팀에서 제가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각시켜 주려 했어요. 선수 보강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해주셨고요. 그런 점에서 기대감도 생겼고 좋은 감정이 있었어요.”

워낙 베테랑인 김수지이기에 FA 자격도 이미 여러 차례 겪어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선수가 맞이하는 FA가 매번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 등이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김수지 역시 IBK기업은행 이적 후 첫 FA를 앞두고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제가 3년 전에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할 때는 그런 생각이었어요. 이적하고 3년 ‘딱’ 하고 나면 나이도 조금 있고, 그때면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막상 3년이 지나니까 생각보다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금 더 길게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수 생활을 이어오면서 얼마나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시간이 흘러서도 제 몸 상태가 적합한지를 생각했어요. 이번 FA를 앞두고는 그런 생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인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느낀 변화에 대해서도 김수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팀을 옮기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심리적인 변화가 큰 것 같아요. 그게 아닌 상황에서는 조금 안정적인 마음이라고 할까요. FA 자격을 얻었을 때, 팀을 옮길 수도 있고 재계약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심적인 변화는 조금씩 있긴 하지만 뭔가 미묘한 것 같아요. 경력이 쌓이면서 여러 번 FA를 맞이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마음 변화는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아요.”

김수지는 프로 경력에서 몇몇 세터와 묘한 인연이 있다.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다가 이적한 뒤에 새 팀에서 다시 만난 경우가 두 번 있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염혜선이었다. 현대건설에서 함께 뛰며 통합우승도 경험한 바 있다. 이후 김수지가 흥국생명을 거쳐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할 당시 염혜선도 현대건설을 떠나 IBK기업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이번 비시즌을 통해 두 번째 사례가 생겼다.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조송화가 그 주인공이다. 조송화와 김수지는 흥국생명 시절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김수지가 한 시즌 최다득점을 기록한 시즌과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시절 모두 조송화와 손발을 맞춘 시즌이었다(2016~2017시즌 300점으로 커리어 하이, 그 전 시즌인 2015~2016시즌 287점으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좋은 기억이 있었던 만큼, 김수지도 다시 만나는 조송화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남겼다.

“반가웠어요. 흥국생명에서 같이 뛸 때 좋게 플레이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많이 기대돼요. 팬분들도 많이 기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저뿐만 아니라 (김)희진이도 그렇고 좋은 부분이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죠.”

아직 IBK기업은행에서 김수지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 세 번째 팀에서 김수지’를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흥국생명 시절 자신을 “열심히 하고, 혈기왕성했다”라고 표현한 김수지는 IBK기업은행에서 자신에 대해서는 현대건설, 흥국생명 시절과는 조금 다른 답을 남겼다.

“지금은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이가 조금 있잖아요. 팀에서 위치도 달라졌고요. 대표팀 경험도 많이 쌓으면서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30대에 접어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지금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 배구 커리어를 돌아봐달라는 말에 김수지는 “그냥 열심히 했다?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뗀 후 말을 이었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열심히 했죠. 경력이 쌓이면서는 제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열심히 했고요. 알게 모르게 경쟁도 치열하게 했고, 힘들어도 참고 다시 열심히 하면서 버텼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열심히 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챔피언결정전 우승부터 각종 국제대회까지 배구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김수지. 그런 그가 생각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언제였을까. 김수지는 비교적 최근 경험을 떠올렸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기보다 기억에 남는 대회는 작년(2019년) 러시아에서 열렸던 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이에요. 특히 마지막 경기가 잔상이 많이 남아요. 너무 좋았던 경기였는데, 그만큼 아쉬움도 너무 컸던 경기여서 그런가 봐요.”

김수지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한 최근 대표팀 경력이 새로운 자극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대표팀 경력은 정말 재밌고 좋은 기억이 더 많았어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받아들이고 적응하니까 좋았어요. 한국에서 늘 해오던 훈련이 아닌 새로운 부분을 배우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새로운 자극이 된 거죠.”


김수지가 그리는 ‘다음’ 그리고 ‘미래’


어느 때보다 긴 비시즌 준비 기간을 얻은 김수지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9~2020시즌 저조한 팀 성적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후 가장 낮은 순위(5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수지 개인기록으로 보면 IBK기업은행 이적 후 가장 높은 공격 성공률(40.48%)과 함께 세트당 블로킹 0.62개로 커리어 세 번째로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팀 성적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수지는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팀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밝아졌고요. 목표가 뚜렷해진 덕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열심히 하는 게 먼저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성적을 위해 목표가 모여서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아요. 모든 팀에 해당하는 내용이겠지만 팀이라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팀으로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는 김수지. 선수 개인으로서 목표 역시 차기 시즌에는 확실했다. “다음 시즌에는 시상대 위에 올라가고 싶어요. 이게 매번 욕심나는 건 아닌데 다음 시즌에는 꼭 한번 올라가고 싶어요.”

김수지가 이처럼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표선수로도 오랜 시간 활약하고 준수한 미들블로커로 V-리그에서 자리 잡은 김수지이지만 개인 수상과는 연이 없는 편이다. 2016~2017시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게 사실상 유일한 수상 이력이다. 지난 시즌 아쉬웠던 팀 성적과 함께 동기부여가 될만한 지점이다.

김수지는 아직 현역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소 이른 질문일 수 있지만, 그가 커리어 마무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만큼 그 이후도 조금씩 생각할 시기이기도 하다. 김수지는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차분히 말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좋은 시기라고 판단할 때 좋은 모습으로 퇴장하고 싶다고 할까요? ‘아, 이젠 정말 안되는구나’라고 느끼면서 떠나기보다는 저 스스로 조절하면서 동료들을 도와주고 양보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고 싶어요. 조금씩 제 영역을 줄여나가면서 떠나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김수지가 생각하는 자기 커리어는 어디까지 왔을까. 이와 관련해 한송이가 과거 인터뷰에서 한 표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송이는 지난 2019년 11월 28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구 경기로 치면 내 커리어는 5세트 10점까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후에 한송이는 “요새 경기를 보면 5세트에 25점까지도 가더라”라며 자신의 배구 시계가 연장됐음을 알렸다). 김수지는 자기 커리어를 4세트에 비유했다.

“저는 지금 4세트라고 생각해요. 반전이 있을 수 있는 세트라고 보거든요. 만약 우리 팀이 이기고 있다면 4세트에서 좋게 마무리를 할 수도 있고요. 여러 상황에 대해 열려있는 세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4세트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훗날 은퇴한 이후 ‘코트에서 꼭 필요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수지. 그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다시 한번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다가올 시즌 여자배구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많아요. 그런 관심에 걸맞게 우리 팀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글/ 서영욱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KOVO, 유용우 기자

영상편집 및 제작/ 하태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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