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는 법을 잊은 모습이다. 어느덧 7연승에 도달했다.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연승이다.
KB손해보험은 16일 안방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벌인 도드람 2024-2025 V-리그 OK저축은행과 4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 점수 3대2로 이겼다.
이현승이 황택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 황택의는 이날 선발 세터로 나섰지만, 1세트 중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황택의 대신 투입된 이현승은 좌우중간을 고루 활용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아포짓 비예나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올렸고,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은 18점을 기록했다. 미들블로커 박상하도 블로킹 7개를 포함 13점을 뽑아냈다.
이 승리로 KB손해보험은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연승이다. 앞서 두 차례(2009-10시즌·2021-22시즌) 6연승을 기록했던 KB손해보험은 지난 12일 대한항공을 꺾고 이번 시즌 다시 한번 6연승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날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또 한 번 승전고를 울리며 이 같은 쾌거를 거뒀다. 시즌 전적은 12승9패(승점 33).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대한항공(12승8패·승점 40)과 격차를 크게 줄였다.
KB손해보험은 하마터면 이날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했다. 1, 2 세트를 잇달아 따낸 뒤 다시 3, 4세트를 내준 것. 경기를 마친 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한시름 놓았다. 한국 리그에선 쉬운 경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접 체험하는 것과 안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단 걸 느꼈다"며 진땀을 흘렸다.
구단 최다연승을 일궈낸 것에 대해선 "오늘까지만 승리를 만끽하겠다. 내일 일어날 때는 의미가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다만 바라는 점은 이 승리와 기록으로 인해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승리를 정복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분 좋은 승리에도 아폰소 감독은 마냥 웃지 못했다. 황택의의 부상 때문이다. 그는 "메디컬 파트와 함께 내일 (황택의의) 부상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겠다. 부상이 커질 것을 우려해 교체했다. 상황에 따라 (황택의의) 일요일(19일) 경기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승리를 통해 우리는 '팀'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현승은 (황택의가 빠진) 어려운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4세트부터는 야쿱이 투입되면서 밸런스가 잘 맞춰졌다. 5세트에선 이준영이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팀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폰소 감독은 팀의 새 아시아쿼터 선수 야쿱의 데뷔전을 지켜보기도 했다. 바레인 국가대표 공격수 야쿱은 이날 3세트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며 처음 등장했고, 4세트 후반부터는 황경민 대신 출전해 공수 안정감을 더했다.
아폰소 감독은 "단순히 분위기를 바꾸려는 게 아니었다.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야쿱은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데뷔전부터 날카로운 서브를 선보였다.
KB손해보험은 오는 19일 선두 현대캐피탈(19승2패·승점 55)과 원정 맞대결에 나선다. 현대캐피탈도 지난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12연승을 기록했다. 강대강 싸움이 예고된다.
6연패 늪에 빠진 OK저축은행은 이날 화력에서 큰 열세를 보였다. 비예나가 30점 고지를 밟은 KB손해보험과 달리, 신호진(21점)을 제외 누구도 20점에 닿지 못했다. 차지환과 송희채(이상 17점) 모두 10점대에 머물렀다.
오기노 마사지 OK저축은행 감독은 "3대0으로 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좋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1, 2세트를 지고 3, 4세트를 이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아웃사이드 히터가 상대 전술에 걸려들었다.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을 잘 전달해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패배로 OK저축은행은 6연패를 당하며 시즌 17패(4승)째를 떠안았다. 적지에서 승점 1을 얻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통산 승점 16으로 최하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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