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시즌 ‘역대급’ 전쟁이 펼쳐졌다. 정규리그 막바지에야 순위가 가려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는 끝났다. ‘단기전’ 포스트시즌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무엇보다 멘탈 관리가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멘탈코칭센터 소해준 대표가 전하는 ‘봄배구를 즐기기 위한 멘탈 관리법’은 무엇일까.
1.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져라
일반 멘탈 관리와는 달리 스포츠 멘탈 관리는 궁극적 목표가 정해져 있다. 광범위한 주제를 안고 있는 일반 멘탈 관리와 가장 대조적인 부분이다. 선수들마다 세부적인 목표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활 과정에서 어떻게 복귀를 할 것인지, 경기 긴장을 어떻게 풀 것인지, 팀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등을 고민할 수 있지만, 결국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들이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장기전으로 펼쳐지는 정규리그 기간에는 평상시 멘탈이 중요하다. 단기전에서 성과를 내야할 때도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호흡을 하고, 개개인별로 맞는 인지적 루틴과 행동적 루틴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
팀별로 목표 의식 고취도 필요하다. 포스트시즌에는 확실한 목표를 정해주고, ‘어떻게 해서 이뤄내겠다’와 같은 분명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흐지부지 시간을 보낸다. 확실한 목표 의식과 개개인에 맞는 심리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2.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이 함께 만들어야 하는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
‘우승 DNA’라는 표현도 종종 한다. 결국 이러한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 역시 선수 1, 2명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지도자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팀 분위기에 따라 좌우된다.
어느 팀은 당연히 상위권에 있는 팀이기에 우승이라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팀이 있다. 반면 어느 팀은 우승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 의지만 보이는 팀이 있다.
또 팀마다 MZ세대 선수들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지도자 멘탈 코칭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개인주의가 강한 선수들과 함께 팀 전체적으로 멘탈을 강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훈련 환경과 조건 등이 좋아졌음에도 선수들이 훈련을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력 문제라고도 한다. 선수들 입장을 들어보면, 지도자들이 ‘꼰대’라고 생각한다. 우리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것도 못 봤으면서 선수들을 편애한다고 생각한다. 멘탈 코칭을 할 때도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감독이 유명하더라도 감독 따로, 선수 따로인 팀이 있다. 이러한 감독들은 이미 선수들과의 라포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떠한 칭찬과 농담을 해도 친해질 수 없다. 즉 나이, 세대를 떠나서 인간 대 인간의 라포 형성이 중요하다. 감독들도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MZ세대 선수들의 관심사에 대해 물어도 보고, 참여도 한다면 공통점이 생긴다. 그렇게 대화를 풀어가야 한다. 안 그러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구단 사무국에서의 협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사무국에서 선수단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력을 하면서 ‘우승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때가 있다. 선수단 ‘멘탈 관리’를 지도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무국 의지로 워크샵도 진행하면서 선수들 의견도 많이 듣는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이 뭉칠 수 있을까’를 두고 선수단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시너지가 났던 기억이 있다.
3. 기술, 전술 훈련처럼 멘탈 훈련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포스트시즌에서는 확실한 목표 의식과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단기전인 만큼 개개인별로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평소에 준비해왔던 것을 발휘해야 할 시기다.
기술적, 전술적인 부분을 끌어 올리기보다는 멘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말로만 “우리 해보자”, “열심히 하자”고 말하면 될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게 모범을 보이거나,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는 등 구체적인 멘탈 훈련이 필요하다.
기술, 체력, 전술 훈련을 할 때도 개개인 기량, 특성에 맞게 솔루션이 내려진다. 이처럼 구체적인 멘탈 훈련을 통해서 ‘위닝 멘탈리티’를 길러야 한다.
4. 나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져라
책이나 영상을 통해 멘탈 관리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말을 듣고, 동기부여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클텐데 이는 남의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야 나의 성향, 추구하고자 하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결국 질문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답이 나온다.
5. 실수를 했을 때 나만의 생각 정리법을 만들어라
경험이 부족해서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개인의 성향이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 베테랑 선수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똑같이 긴장을 한다. 물론 어떻게 대처하는지 인지하고 있고 또 포커 페이싱 능력이 생겨서 티가 안날 뿐이다.
실수를 했을 때 사람마다 반응이 정해져있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 밥을 먹을 때 물을 먼저 먹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긴장을 하고, 실수를 했을 때 어떤 선수는 표정부터 어두워지고, 어떤 선수는 “그랬으면 안 됐는데”라는 말을 하는 선수도 있다. 실수 직후 생각,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 정리 방법이 있다. 먼저 인식 단계가 필요하다. 실수한 직후 어떤 생각을 처음에 하는지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로 그 생각이 도움이 되는지 구분을 해야 한다. 도움이 된다면 지속해도 좋지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멈춰야 한다. 여기까지는 선수들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그만 해야지’ 다짐을 해도 그 생각이 멈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 오히려 이미지처럼 더 머물 수 있다. 결국 트리거(총의 방아쇠. 어느 특정 동작에 반응해 자동으로 필요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를 만들어야 한다.
그 예로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박수를 친다거나, 머릿속에서 ‘STOP’이라는 글자를 떠올리는 등 어떤 생각을 할지 정리를 하는 것이다. 다음 순간 어떤 생각을 해야할지 명령어를 내려주는 것과도 같다.
<소해준 대표 미니 인터뷰>
“기술, 체력 그리고 멘탈 훈련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야”
스포츠 내 멘탈 코칭의 영역이 확장돼가는 듯한데.
최근 도쿄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츠 심리, 멘탈 코칭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스포츠 심리학, 코칭학 전공이 구분돼있는데, 우리 센터는 스포츠 심리학을 코칭으로 풀어가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난 2011년부터 코칭학 공부를 먼저 시작했고, 스포츠 심리 박사를 하면서 접목을 시키게 됐다. 배구 선수 출신 중에서도 심미옥, 구솔, 박대웅 등이 멘탈 코칭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직접 스포츠 현장에서 멘탈의 중요성을 느꼈고,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일반 멘탈 코칭과 스포츠 멘탈 코칭의 차이점은.
일반 코칭을 할 때는 상담을 통해 그 배경 등을 크게 이해하지 못해도 그 사람만 볼 수 있다. 스포츠는 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단체 생활을 하는 특수성, 배구는 어느 팀이 유명한지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라포 형성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스포츠 종목마다 멘탈 코칭 접근법의 차이도 있나.
종목 차이가 크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종목에 대한 이해도는 필요하다. 멘탈은 개개인 맞춤형이 돼야 한다. 팀 요청으로 갈 경우 개인 코칭은 어렵다. 강의를 할 때도 이론을 전달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떻게 긴장을 풀까’를 주제로 삼았다면, 이론을 알려주고 각자 생각하면서 개개인에게 맞는 솔루션을 정하려고 한다.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MBTI에 따라 멘탈 코칭도 달라지나.
E, I의 경우 에너지 있게 해주는 것은 똑같다. 다만 T, F의 차이는 있다. T는 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 위로를 크게 바라지 않는다.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말보다는 명료한 솔루션을 원한다. F의 경우 마음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길 바란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원하는 편이다.
국내 스포츠 멘탈 코칭의 현주소 그리고 개선 돼야할 부분은.
멘탈 관리를 신경쓰는 팀이 있지만 일회성에 그친다. 무언가 부족한 것을 채우고 싶을 때 의뢰를 한다. 스포츠 멘탈 코칭은 잘하고 있는 선수들, 팀이 더 잘할 수 있게 플러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처럼 멘탈 훈련도 병행을 해야 한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소위 말하는 ‘연습용 선수’가 있다. 기술, 체력적으로 부족한 선수는 아니다. 결국 멘탈이 문제인 선수가 대부분이다. 멘탈이 우선은 아니지만, 기술과 체력에 이어 세 번째 요소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기술적 성장과 체력 증진이 우선이지만 프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멘탈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유소년 선수들도 팀에 상주해있는 멘탈 코치를 통해 멘탈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문화적으로 보편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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