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외치는 ‘원 팀’ 속에 완벽히 녹아든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한국전력은 16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맞대결을 펼쳤다. 홈으로 OK저축은행을 불러들인 한국전력은 듀스 접전 끝에 32-34로 패했던 1세트 이후 3세트 모두 승리를 거두며 짜릿한 역전승으로 6연패의 굴레를 벗어났다.
이날 한국전력의 코트 위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중에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윤하준이다. 윤하준은 이날 교체 출전해 큰 소득 없이 코트를 벗어났던 1세트와 2세트를 지나 3세트부터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한국전력으로 가져왔다. 그야말로 스타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막내가 날아다니는 코트 위에서 형들이라고 질 수 있었을까. 3세트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해 총 15득점(공격 성공률 55.56%)을 기록한 윤하준과 함께 김동영이 팀 내 최다 득점인 30득점을 기록했고 임성진 역시 18득점을 올리며 한국전력이 가진 영건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인터뷰실에서 만난 윤하준은 코트 위에서 보여줬던 화끈한 ‘게임 체인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승리 소감을 묻자 “팀이 연패를 겪고 있었는데 이번 경기만큼은 꼭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하는 윤하준은 갓 스무 살이 된 신인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날 윤하준은 3세트 게임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1-11에서 자신의 퀵오픈과 오픈 공격이 모두 디그 됐음에도 끝까지 달려들어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것을 기점으로 경기장의 분위기가 뒤바뀌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윤하준은 “밖에서 경기를 보면서는 형들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형들이 조금 어렵다면 내가 들어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코치님들이 코트에 들어갈 때 공격에 더 집중하라고 하셔서 이번 경기에서는 리시브보다 공격에 중점을 두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후 한국전력의 권영민 감독은 윤하준을 두고 “에너지도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권 감독은 “공격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고 리시브와 같은 부분만 보완한다면 더 좋아질 것 같다. 고등학생 때의 서브와 프로 리그의 서브는 속도나 힘 자체가 다르기에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윤)하준이가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덕에 경기를 편하게 이어 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하준은 “공격에서는 통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 훈련할 땐 리시브에 더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어떤 서브는 잘 받아지는데 어떤 서브는 힘들고,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의 빈 자리를 여러 젊은 선수들을 활용해 채우고 있다. 그중 윤하준은 코트에 나설 때마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 중에는 여러 차례 권영민 감독을 바라보고 세리머니를 하는 윤하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윤하준은 “같은 젊은 공격수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경쟁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들어가면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권 감독이 여러 차례 윤하준을 두고 강조했던 ‘자신감’을 보여주고자 세리머니를 할 때도 권 감독을 바라보는 것인지 묻자 “솔직히 (감독님을) 약간 의식하는 것 같긴 하다. 자연스럽게 세리머니를 하면서 감독님을 바라보게 된다”며 수줍게 웃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신영석은 윤하준의 답변에 미소를 지었다. 신영석은 윤하준의 답변이 끝나자 “좀 신기하다. 내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 했을 때 이렇게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난 (이렇게 하는 걸) 상상도 못 했을 것 같은데 얘는 고등학생 같지가 않다. 이미 대학에서 4년을 보내고 MVP까지 타고 온 선수 같다. 훈련할 때도 남다르다. 이 정도면 선수 피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최근에는 하준이를 보고 내 아들도 배구를 시켜야 하나 싶을 정도”라며 농담 섞인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오랜 시간 ‘We are One Team’을 외쳐왔다. 이번 시즌 신인인 윤하준은 이미 이 ‘원 팀 마인드’가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 이제 윤하준은 한국전력을 위해 더욱더 높이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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