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24.29세’ 어쩌면 우리는 10년 후 대한항공의 모습을 미리 봤을지 모른다

안산/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3-06 21: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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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10년 후의 대한항공을 미리 본 게 아닐까.

대한항공이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에 1-3(16-25, 22-25, 25-19, 21-25)으로 패했다. 범실 관리에서 34-16으로 크게 밀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맥 빠지는 범실들로 경기의 흐름을 놓치면서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은 있었다. 이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3세트에 모두 다른 라인업을 들고 왔다. 변화의 폭이 상당했던 가운데 3세트의 라인업은 단연 주목할 만했다. 2024-2025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를 나란히 차지한 세터 김관우와 미들블로커 최준혁이 모두 선발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관우-최준혁과 함께 선발로 나선 정한용-이준-김민재까지 젊은 선수들이 코트 위에 대거 나섰다. 2000년대생 선수만 코트 위에 다섯 명이 있었던 것. 아직 베테랑이라고 부르기는 힘든 선수들인 임재영(1998년생)과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 1994년생)가 상대적으로 노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젊음이 돋보이는 라인업이었다.

젊음을 앞세운 대한항공의 3세트는 기세가 대단했다. 김관우는 견고한 블로킹과 기습적인 플레이로 재미를 봤고, 최준혁도 조금씩 손맛을 보며 코트를 활보했다. 두 영건의 활약 속에 형들도 힘을 냈다. 특히 임재영이 김관우와의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10-8에서 나온 김관우와 임재영의 엄청난 반격 속도는 3세트의 백미였다.

두 선수의 투입으로 3세트를 따낸 틸리카이넨 감독은 4세트에도 동일한 라인업을 가동하며 5세트를 노렸다. 그러나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김관우의 한계가 드러났다. 패스 볼 끝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공격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사인이 어긋나는 장면들도 나왔다. 최준혁 역시 중앙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분전했지만 4세트를 내주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KB손해보험과의 2위 경쟁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당장 내일(7일) KB손해보험이 승점을 1점이라도 얻으면 2위 자리를 뺏기는 대한항공이다.

그러나 이렇게 치명적인 패배 속에서도 김관우와 최준혁이 보여준 희망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당장 남은 시즌에 두 선수가 팀의 중추 역할을 맡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두 선수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작은 기회부터 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왔다. 그러나 두 선수의 작은 기회는 조금씩 그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아직은 한참 이른 이야기지만, 어쩌면 3세트에 우리가 봤던 대한항공의 라인업은 두 선수가 리그 최고의 세터와 미들블로커로 성장해 있는 10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본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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