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미들블로커 이주아 "새 시즌 다가와서 마음 설레요"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3 2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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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시즌은 이주아가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든 시즌이었다. 이주아는 2018년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데뷔 시즌에 28경기(92세트)에 149점, 세트당 블로킹 0.40개를 기록했다. 비록 현대건설 정지윤에 1표차로 밀리며 신인왕을 놓쳤지만 김세영과 함께 흥국생명 미들블로커진을 굳건히 지킨 그녀는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2년차 때는 달랐다. 24경기(92세트)에 출전해 175점, 세트당 블로킹 0.38개를 올리며 신인 시즌 때와 기록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시즌 중 아쉬운 플레이가 나오면서 벤치로 물러날 때가 있었다. 박미희 감독도 이주아에게 분발을 요구했고, 많은 팬들은 그녀에게 2년차 징크스가 온 것 같다고 아쉬음을 표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팀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주아로부터 지난 시즌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비가 그치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8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흥국생명 연습체육관에서 이주아를 만났다.

 

 

2년차 징크스 왔던 2019-2020시즌

그래서 이번 여름이 더 소중한 이주아

이주아는 지난 시즌 자신의 플레이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스스로 ‘한심하고 그냥 못했다’라고 평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Q__코로나19 때문에 이번 비시즌에는 제대로 못 쉬었을 것 같아요. 

휴가 때는 경기도 파주 본가에만 있었어요.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 가족들이랑 영흥도를 다녀왔어요. 지난해에는 국가대표 차출 때문에 휴가를 받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조금 푹 쉬어서 기분이 좋아요.

 

Q__아까 보니까 사진 포즈 잡는 게 심상치 않던데요.

사실 기분에 따라 포즈 잡는 게 달라져요(웃음). 오늘은 포즈가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거 보니 기분이 좋네요.

 

Q__프로 무대에서 보내는 두 번째 비시즌이에요. 지난해에는 국가대표팀에서 보냈기에, 올해가 팀에서 보내는 첫 비시즌이겠네요.

처음에 모든 선수들이 비시즌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달라요. 그래도 몸이 잘 만들어지고 있기에 기분이 좋아요.

 

Q__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지난 시즌을 한 번 돌아볼까 해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주아 선수의 지난 시즌은 어땠나요. 

되게 못 했고, 아무것도 안 됐던 시즌이에요. 제가 왜 이 상황에서 이렇게 플레이했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어요. 스스로가 한심했어요. 

 

Q__어떤 부분이 한심스러웠나요.

그냥 공격이든, 블로킹이든 다 안 됐어요. 안 되다 보니까 혼자 슬퍼했던 기억이 많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냥 혼자서 ‘오늘도 되게 안 되네’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Q__데뷔 시즌에 비해 기복이 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년차 징크스를 겪은 걸까요.

많은 분들이 2년차 징크스, 2년차 징크스에 대해 말을 하잖아요. 제 주위 분들도 ‘주아야, 네가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아니야, 난 2년차 징크스 아니야’라고 말해도 주위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저도 ‘아, 내가 지금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Q__비시즌 국가대표 차출이 시즌 때 영향을 미쳤다고도 보이는데요.

조금은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호흡을 맞춰야 하는 세터 언니가 다르잖아요. 익숙하지 않다 보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Q__주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주던가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대표팀에 있을 때는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이)재영 언니나 (김)해란 언니(은퇴)가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팀에 와서도 언니들 모두 ‘주아야, 수고했다’라고 좋게 말을 해주셨어요. 대표팀에 갔다 와서 힘들고 피곤하긴 했는데 언니들이 편안하게 다가와 줬어요. 고마울 따름이죠.

 

Q__박미희 감독님께서도 많은 말씀 해주셨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 이주아 선수의 분발을 요구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길 바라셨습니다.

감독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세요. ‘네가 잘 해야 우리 팀이 잘 할 수 있어. 자신 있게 하라’고요. 공격을 잘 했을 때는 칭찬도 해주시는 편이에요. 평소에 제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부분 이야기 해주세요.

 

Q__그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난 시즌이었나요.

그렇죠. 스스로 멍청한 행동도 많이 하고 혼자 힘들어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되던 것들도 제가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위에서 말했듯이 제가 속마음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티 내는 편이 아니라 혼자 삭히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마음에 병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친구들이나 누구한테 ‘오늘 내 플레이 맘에 안 들어’라고 말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조금씩 제 화도 풀리더라고요.

 

Q__반대로 배구하면서 기뻤던 순간은요.

2018-2019시즌 통합우승했을 때가 가장 생각나요.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기분 좋고, 짜릿해요. 통합우승, 그 네 글자가 너무 좋았어요. 그날은 저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배구를 안 했다면

지금은 육상 선수 or 모델?!

이주아는 어릴 때부터 키가 컸다. 지금은 185cm의 큰 신장을 가졌다. 이주아는 어릴 적 육상 선수로 잠시 활약을 하기도 했고, 모델의 꿈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Q__이주아 선수는 보통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는 편인가요.

보통 노래 틀어놓고 잠을 자면서 잊으려고 해요. 노래 예약을 해놓고 누우면 어느 순간 아침이더라고요. 자기 전 ‘갬성’이 있잖아요. 그날 힘들고 우울했다면 잔잔한 노래 들으면서 힘든 순간을 잊으려고 해요. 

 

Q__그러고 보니 이주아 선수가 언제 배구를 시작했는지 궁금하네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시작했어요. 육상 대회 나갔다가 스카우트를 받았어요. 원래는 파주에 있는 봉일천초에 다니다가 배구부가 있는 반포초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육상 코치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키 큰 애 있다’고 반포초 선생님에 소개를 해줬나 봐요.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는데 계속된 설득에 결국 하게 됐죠.

 

Q__어릴 때부터 키가 컸나 봅니다. 

전 엄마 배 속에서 나올 때부터 컸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175cm가 넘었어요.

 

Q__부모님께서는 반대를 안 하셨나요.

가족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죠. 저도 배구할 생각은 처음에 없었어요. 육상이 힘들었거든요. 육상부도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나왔던 적이 있고요. 그러다 육상부 코치 선생님께서 ‘바나나 우유랑 초코파이를 줄게. 이거 맛있어. 하루에 한 번씩 줄 테니까 다시 육상 하자’라고 말씀하셔서 하게 됐죠. 

 

Q__초코파이의 ‘情’ 때문에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거네요.

그렇죠(웃음). 초코파이랑 바나나 우유 덕분에 계속 운동의 길을 걸을 수 있었네요.

 

Q__만약 어릴 때 배구를 안 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었을까요. 또래 친구들처럼 대학에 진학했을까요.

대학은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운동하기 전에는 모델이 꿈이었어요. 그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다리가 긴 편이잖아요.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한혜진처럼 훌륭한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멋있잖아요.

 

Q__지금의 이주아 선수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팬들의 의견이 많아요. 어릴 때 어땠나요.

지금이랑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아요. 장난기 많고 천진난만했던 학생이었어요. 변하지 않고 항상 꾸준했던 것 같아요.

 

Q__미들블로커 포지션 말고 다른 포지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어릴 때 많은 선수들은 공격수 포지션을 동경하던데요.

저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이 가장 좋아요. 다른 포지션을 해본 적도 없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미들블로커가 너무 멋있어요.

 

Q__미들블로커가 주는 강력한 매력은 뭔가요.

블로킹이죠. 상대 공격을 막을 때 그 짜릿함이 전 너무 좋아요. 막으면 행복해요. 

 

 

이주아가 말하는 ‘롤모델’

김수지, 그리고 김연경


Q__미들블로커 선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요.

전 (김)수지(IBK기업은행) 언니를 닮고 싶어요. 언니의 이동 공격을 보고 반했어요. 어릴 때는 영상을 보면서 혼자 따라 하기도 했죠.

 

Q__롤모델인 김수지 선수와 이제는 선수 대 선수로 코트 위에서 만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요. 김수지 선수가 어떤 이야기 많이 해주던가요.  

제가 훈련 때나 경기에서 실수하면 항상 옆에 와서 조언을 해줘요. 가장 좋아하는 언니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니까 너무 기분 좋고 나에게 조언해주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그리고 원곡고 감독님이 수지 언니 아버님이셨잖아요. 원곡고 시절, 수지 언니가 비시즌 때 가끔 간식을 사들고 온 적이 있어요. 그때는 대표팀에서 같이 뛸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같이 뛰니 많이 신기하죠.

 

Q__어릴 때는 정말 ‘찐 팬’이었나 봅니다.

맞아요. 정말 수지 언니의 ‘찐 팬’이었어요. ‘와, 나중에 언니랑 같이 뛰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Q__김수지 선수와 한 팀에서 뛰진 않지만 그녀 절친인 ‘배구여제’ 김연경 선수와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서 호흡을 맞출 거라 전혀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은데요. 

정말 상상도 못했죠. 제가 연경 언니를 19살에 처음 봤어요. 처음 봤을 때나 작년에는 조금 무서웠는데 이제는 편하고 재밌어요. 예전에는 장난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은 언니가 장난치면 ‘언니, 왜 그래요’하면서 넘어가요(웃음). 나이 먹을수록 편해지는 것 같아요. 


Q__김연경 선수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유럽에서 뛰었기에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몸 관리에 대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해줄 수 있다고 보는데요.

대표팀에 있을 때도 연경 언니 보면서 많은 부분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한 팀에서 뛰잖아요. 언니의 파이팅이나 자신감을 닮고 싶어요. 언니는 경기 때도 그렇지만 훈련 때도 파이팅 넘치거든요.



3년차 맞이하는 이주아

“매력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주아는 아쉬운 두 번째 시즌 기억은 뒤로하고 화려한 세 번째 시즌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주아는 비시즌 준비가 즐겁다고 했다.  

 

Q__2020-2021시즌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제 생각에는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훈련에 쏟고 있어요.

 

Q__작년과 올해, 어떤 차이가 있나요.

플레이가 빨라졌어요. 또한 작년이랑 재작년에는 생각 없이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요.

 

Q__이주아 선수에게 이번 세 번째 시즌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은데요.

지금 굉장히 설레요. 시즌이 빨리 돌아와 경기를 하고 싶고,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만나고도 싶어요. 이렇게 설렌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자다가 일어나 문득 이런 생각을 해요. ‘와, 얼른 경기하고 싶다’라고요. 

 

Q__많은 팬들이 벌써부터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 등 초호화 멤버를 구축한 흥국생명을 보고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승후보라는 말을 들으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죠. 언니들은 연차도 있고 잘 해요. 우리 팀은 저만 잘 하면 된다고 봐요. 남은 시간 훈련을 더 열심히 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죠.

 

Q__비시즌 언니들을 보면서 배울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언니들을 통해 배울 점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블로킹 타이밍이나 손 모양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특히 (김)나희 언니는 이동 공격에 장점이 있잖아요. 나희 언니를 보면서는 이동 공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중이죠. 그런데 언니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만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Q__미들블로커에게 블로킹은 평생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뜨는 타이밍 연습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번에 (이)다영 언니가 세터로 새로 왔기에 공격 부분도 계속해서 호흡 맞추고 있어요.  

 

Q__배구 인생에 있어, 목표가 있나요. 

선수 생활하면서 다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승도 하고, 올림픽 메달도 따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Q__이주아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부분을 알고 갑니다. 인터뷰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통합 우승하고 다시 한번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Q__다가오는 시즌, 팬들에게 듣고 싶은 말 있나요. 

팬들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주아가 지난 시즌보다 많이 좋아졌다. 이주아는 파이팅 넘치고 매력 넘치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Q__이주아 선수의 마음처럼 다가오는 시즌도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각오 한 마디 부탁해요.

2020-2021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너무 뻔한 말이지만 팬분들이 흥국생명과 저를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모두 힘내시고 코로나19 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__가족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한 마디 남기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는 거 어떨까요. 

음…우리 가족들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고, 평생 아프지 말고 잘 살아요. 사랑합니다. 

 

이주아 프로필

생년월일 2000. 08. 21    

신장/체중 185cm/68kg    

포지션 미들블로커    

출신교 원일중-원곡고

프로입단 2018-2019시즌 1라운드 1순위 흥국생명 지명    

주요경력 2018~ 흥국생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동메달)

2018-2019시즌 통합우승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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