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서만 졌지 그외 모든 면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KB손해보험은 18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대한항공에 0-3으로 졌다.
봄 배구 진출을 확정한 두 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 경기였지만,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는 성사되지 않았다. 풀 전력으로 임한 대한항공과 달리 KB손해보험이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택해서다.
하지만 맥 빠지는 경기력은 아니었다. 아포짓 스파이커 손준영(14점)으로 팀의 공격을 이끈 가운데 황경민(12점)과 윤서진(11점)의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상대에 맞불을 놨다. KB손해보험은 이날 매 세트 20점 이상을 내며 대한항공을 위협했다.
로테이션 멤버들의 이 같은 분전에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감동을 받은 듯 목이 멘 채 입을 열었다.
그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내가 KB손해보험에 합류한 지 2개월 반 정도 됐는데, 짧은 기간 속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 오늘 이렇게 비주전들로 구성됐을 때, 지난 우리카드전과 더불어 선수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느껴진 두 경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어떤 사회고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 나라에선 결과만 많이 본다. 당연히 스포츠에선 결과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우리카드전에서 보여준 태도와 사실 더 이상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는 오늘 경기를 경기 초반에 보여줬던 대한항공과 대등한 경기력은 선수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너무나 복받쳤다. 왜냐하면 선수들이 결과보다 훨씬 가치 있는 부분들을 잘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KB손해보험이 어떤 타이틀을 얻더라도 오늘 경기와 지난 우리카드 경기만큼 선수들이 자랑스럽진 않을 것 같다. 결과에서만 졌지 그외엔 모든 면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폰소 감독은 대한항공이 최근 새롭게 영입한 카일 러셀에 대해선 "사실 볼 필요도 없이 가지고 있는 경력이나 기록이 이미 그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고 오늘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수준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남겼다.
정규리그를 최종 2위로 마친 KB손해보험은 이제 플레이오프를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선다. 이달 26일 안방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이 예정돼 있다. 아폰소 감독은 "크게 달라질 거 없이 준비해 온 대로 할 것이다. 플레이오프라는 게 정규리그와는 다른 무대지만 준비하는 데 있어선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정규리그 모든 경기를 상대의 순위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처럼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상대가 달라지더라도 태도는 똑같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에서 모든 걸 100% 쏟아부은 것처럼 플레이오프도 그렇게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가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선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뿐 아니라 2차전, 3차전까지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단계에 속하지만 그날마다 오늘 보여준 좋은 기량이 다음 경기에서 보장되는 게 아니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늘 못했더라도 다음 경기에서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그날 경기 진행에 따라 그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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