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부 역대 두 번째로 개인 통산 6,000득점을 앞둔 박정아가 소박하지만 확실한 새해 소원을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3-2(22-25, 25-23, 19-25, 26-24, 15-12) 승리를 거뒀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히어로는 단연 박정아였다.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인 27점을 올리며 풀세트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1세트 8점, 4세트 11점을 올리며 세트를 지배했다. 승패가 결정되는 클러치 상황에서 빛났다. 말 그대로 광주 페퍼스타디움을 열광시킨 ‘스타’였다.
경기 종료 후 만난 박정아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마감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짧지만 진심 가득한 승리 소감을 전했다.
박정아는 이날 경기에서 27점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총 5,982득점에 올랐다. 6,000득점 고지에 단 18점을 남기며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는 양효진(7,805득점)에 이어 여자부 통산 두 번째로 V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6,000득점은 남자부를 보아도 현대캐피탈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6,346득점)와 한국전력에서 은퇴한 박철우(6,623득점) 두 선수 뿐이다.
과거 V-리그에서 백어택 득점을 2점으로 규정했던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정아의 기록은 더욱 의미가 있다.
기록에 대해 언급하자 “배구 너무 오래했다(웃음)”라는 짤막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첫 마디를 남겼다. 이어 “기록을 세우는 것은 나한테 남는다. 한 페이지에 남기는 거니까 좋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함께 승리를 이끈 세터 박수빈은 주장 박정아에 대해 “(박)정아 언니는 너무 든든한 선배이자 주장이다. 지금 같은 방 룸메이트인데 코트에 내가 들어가면 유독 (정아)언니가 항상 먼저 사인을 더 크게 해주는 것 같다”며 믿고 올릴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3라운드 마지막 경기 승리와 함께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한다. 박정아는 “집에 가서 쉬고 올스타전을 간다”며 “올스타전은 아직 아무 준비가 안됐는데 올스타전은 원래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거 같다”고 밝히며 웃었다.
박정아의 새해 소원은 단순하지만 어려운 문장이었다. “나는 그냥 하나 밖에 없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어떤 면에서든”이라며 질문에 한 치의 고민 없이 답했다. 허황되거나 헛된 소원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1점부터 25점까지, 리시브부터 어택까지, 우승부터 꼴찌까지. 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배구는 인생의 축약본이다. 수천 명,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얼굴만 한 공을 일제히 바라보면서 환호하고, 희열을 느끼고, 울고, 웃는다.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일이 배구장에서는 공 하나로 일어난다. 그로 인해 기대하고, 설레고, 환호하고,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박정아는 그렇게 비현실적인 일을 이뤄내며 행복을 전했다. 6,000득점을 먼 훗날의 일이라고 말했던 박정아다. 지금 31살의 박정아에게 6,000번의 행복이 살며시 다가오고 있다.
사진_광주/이예원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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