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시작하면서 줄곧 뛰었던 포지션을 내려놓고 새로운 자리에 섰다. 아직도 본인의 포지션이 아포짓이 아닌 미들블로커로 불릴 때 어색하지만, 점차 KB손해보험 코트 중앙에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혀가고 있다. 두 번째 데뷔 시즌이라고 해도 무방한 한국민의 미들블로커 도전기가 시작됐다.
처음으로 보내는 풀주전 시즌
Q. 이번 시즌 새로운 포지션에 자리하게 됐습니다. 아포짓에서 미들블로커로 뛰고 있는 소감은 어떠세요.
시즌이 시작됐을 때 긴장도 많이 하고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내지’라는 걱정도 있었어요. 다행히 비예나부터 (김)홍정이 형, (우)상조 형이 부담을 주기보단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했어요. 범실해도 괜찮으니 여러 가지를 알려주신 덕분에 적응을 잘할 수 있었습니다.
Q. 지난 시즌에도 간간이 미들블로커로 경기를 뛰었습니다.
작년에도 경기에 들어갈 때 ‘이젠 진짜 미들블로커로 전향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나기도 했어요. 경기 흐름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대학교 때 미들블로커를 해봤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속공 때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더 마음가짐을 크게 먹으려고 했고, 비시즌에 훈련도 열심히 했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미들블로커로 잘할 것 같으니 해보면 어떻냐’고 제안을 받았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고집이 셌어요. 아포짓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일찍 바꿨으면 지금보다 더 낫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해요.
Q. 데뷔 이래로 첫 주전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포지션을 바꿔 시즌을 치르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데뷔 시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하루하루 느껴요. 안될 때도 많고, 블로킹을 잡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다 보니깐 안 잡히는 날도 많아지더라고요. 힘든 날도 많은데 그럴 때 마다 내가 더 열심히 연습하면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항상 연습하고 지냅니다.
Q.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는 전혀 다른 포지션입니다. 전향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을까요.
아포짓은 오픈 공격을 최대한 처리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잖아요. 또 아포짓은 상대 아웃사이드히터 공격수만 보고 블로킹에 가담하면 돼요. 근데 미들블로커는 코트 전체를 봐야 하는 게 아직도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미들블로커인 만큼 한 경기에 블로킹 2개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블로킹이 제일 어려워요.
Q. 큰 공격을 때리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 ‘내가 저기서 때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가끔 할 때 있어요. 그래도 제가 미들블로커를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서 더 노력하고 싶어요. 비시즌 때 연습 경기를 하다보면 가끔 아포짓에 들어갈 수 있으니깐, 아포짓으로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공격을 열심히 때려보겠습니다.
Q. 미들블로커로 보낸 비시즌은 어땠나요.
머리가 정말 아팠어요. 속공 타이밍부터 블로킹 스텝까지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또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니깐 상황 연습도 정말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Q. 아직도 아포짓 습관이 남아 있다고 느낀 적도 있을까요.
네. 많아요(웃음). 수비된 공이 이단 연결됐을 때 저도 모르게 공격 가담을 하려고 할 때가 있더라고요. 순간 뒤로 빠졌다가 ‘이러면 안 되는데’하고 다시 정신 차리고 수비하려고 다시 들어갈 때가 종종 있습니다.
#ENFP #영화 #강아지
Q. MBTI가 어떻게 되나요.
ENFP 나와요. 잘 맞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E’라고 생각을 안해요. 낯을 많이 가려서 I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친해지면 달라져요. 장난기 많은 사람입니다. 쉬는 날에도 최대한 밖에 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그럼 밖에 나가면 주로 뭘 하시나요.
주로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방에만 있으면 처지는 기분이 들어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산책이라도 나가고, 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일단 나가요.
Q. 배구 이외에 보는 스포츠가 있나요.
축구 봅니다. 그 중에서도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선수 경기를 자주 챙겨봐요.
Q. 드라마나 영화는 자주 보나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배우 따라 영화를 봐요. 정우성, 김혜수, 이병헌 배우처럼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걸 주로 봐요. 예고편을 미리 보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을 해요. 그 다음 직접 영화를 보러 가서 제 예측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를 보는 것 같아요.
Q. 최근에 본 영화와 인생 영화는 뭘까요.
최근에는 ‘소년들’이랑 ‘서울의 봄’을 봤고요. 제 인생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랑 ‘7번 방의 선물’입니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산책하러 나가거나 노래를 들어요. 스트레스 받는 건 저한테 안 좋은 거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무리가 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푸려고 하는데 스트레스에 엄청 신경을 쓰진 않아요.
Q. 한 달 휴가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요.
해외여행 가보고 싶어요. 주로 해외는 대회 때문에 가보고 놀러 가본 적이 없어서, 휴양하러 가보고 싶어요. (가장 가고 싶은 나라도 있을까요.) 저는 미국 가보고 싶습니다.
Q. 소확행은 뭘까요.
강아지 보는 걸 좋아해요.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길거리에 강아지만 지나가도 웃음이 나고 행복해서 저의 소확행입니다.
Q.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있나요.
성적을 내지 못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 ‘어우인(어차피 우승은 인하대)’라고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인하대가 매년 우승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3학년일 때 깨졌어요. 학교에도 큰 타격이었을 거고, 저 자신에게도 컸어요. 1, 2학년 때는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끌어 가야하는 3학년이 됐을 때 못 이끌어간 것 같아서 지금도 생각하면 많이 아쉬워요.
“이 자리에 있는 동안 팀에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미들블로커의 매력은 어떤 게 있나요.
블로킹이라고 생각해요. 블로킹 한 개라도 잡아주는 게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유효 블로킹이라도 만들어서 반격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강서브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강점으로 다가옵니다.
저도 서브는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팀 미들블로커를 보면 점프 서브를 때리잖아요. 근데 저는 스파이크 서브를 때려서 그만큼 범실을 하는 빈도가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범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팀을 위해서라면 상대 리시브가 흔들릴 수 있는 정도로 때리기 위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Q. 데뷔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포지션이 달라졌지만, 본인 스스로 느끼는 건 다를 것 같습니다.
이 정도까지 할 줄은 기대하지 못했는데, 점점 욕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아포짓에 있을 땐 외국인 선수보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한 켠에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 선수랑 경쟁하는 비중이 더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내가 왜 이 선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잡지’, ‘내가 지금보더 더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노력하니깐 결과가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Q. 미들블로커로 뛰면서 코트 안에 새롭게 눈에 보이는 게 있나요.
경기 흐름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코트 안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아포짓할 때는 가끔씩 들어가다 보니깐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범실을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하나라도 못하게 되면 질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혹시라도 범실을 하게 되면 팀원들이 부담감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기회를 잡은 만큼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아포짓을 할 때 기회가 오면 최대한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자리에 있는 동안 하나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고, 그 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지금까지 미들블로커 한국민에게 100점 만점에 몇 점 줄 수 있나요.
50점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 부족한 게 많아요. 아포짓 한국민은 많이 알려졌지만, 미들블로커 한국민은 아직 시즌 전체를 소화하지 않았잖아요. 그만큼 아직까지 다른 팀에게는 모르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알고 있으면 저도 그만큼 더 뚫어내기 위해, 막아내기 위해 열심히 할 겁니다.
Q.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 목표 들어볼 수 있을까요.
부상 당하지 않고 우리 팀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요.
Q. 이번 시즌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요.
최하위권으로 끝내지 않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잘 안 풀리는 게 많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자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연패하는 동안 안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마음적으로 힘들어하셨을 텐데 그래도 항상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연패를 끊고 연승도 하면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할 테니까 저희를 항상 좋게 봐주시고 좋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때문에 힘들지 않도록 저희가 더 열심히 노력을 해서 좋은 결과만 보여드리게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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