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건 건강한 모습이 아닌 것 같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KB손해보험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은 얼마 전 이 같은 작심 발언으로 배구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팬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PO 맞상대인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종료 직전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하자 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다만 그는 “대한항공은 정해진 규정 내에서 결정을 내렸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선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팀에 대한 비판이 아니고 규정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이고 지금의 외국인 선수 교체 규정이 리그 발전에 있어 건강하지 않다고 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폰소 감독은 18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에 앞서서도 비슷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교체 외국인 선수인) 러셀에 대한 정보가 적어 걱정된다. 우리 팀의 비예나는 거의 전 경기에 뛴 만큼 상대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은 비예나에 대한 정보가 36개가 있고 우리는 러셀에 대한 정보가 2세트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기간에 선수를 바꾸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했다.
아폰소 감독은 그러면서 “(외국인 선수) 교체 기한을 4라운드까지로 두는 게 맞는다고 본다. 정보 부족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선수의 한국 무대 적응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이 시점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다만 지금의 규정이 전 구단이 동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인정한다. 비판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아폰소 감독의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 별생각은 없다. 리그마다 규정이 다르고 우리는 그 규정 안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각 팀이나 감독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는 문제다. 내 관점에선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진행했다. 아폰소 감독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도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얘기한 것일 거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없다”는 태도다.
아폰소 감독의 언급을 둘러싼 일부 남자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가능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프로스포츠 팬들을 위한 도리 아닌가. 시즌 중간 KB손해보험에 부임한 아폰소 감독이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 것과 달리 B 구단 관계자는 “아폰소 감독이 말한 것처럼 외국인 선수 교체에 기한을 두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늦은 시기에 교체를 단행하게 되면 구단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이적료나 암묵적 계약 조건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당하냐 마냐는 규정의 회색 지대에 있는 부분이라 결국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꼴이다. 차라리 자유계약 제도를 도입하면 지금의 논쟁 자체가 불필요해지겠지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아폰소 감독의 말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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