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하나의 랠리 과정에서도 수많은 터치가 이뤄지는 스포츠다. 모든 터치는 일일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정식 기록원, KOVIS의 역할은 상상외로 크다. V-리그는 출범 때부터 전산과 기록에 많은 투자와 연구, 노력을 해왔다. 덕분에 다른 해외 리그보다 훨씬 세밀하다. 선수별, 팀별로 쌓인 데이터는 경기를 분석하는 밑거름이 된다. 단순히 득점만이 아니라 그 득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살펴보면 무궁무진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스포츠는 자신이 아는 만큼 더 재밌는 묘한 특성이 있다.
<더스파이크>는 기록의 경기 배구 관전의 재미를 두 배로 늘려줄 방법을 독자에게 제공하려 한다. 먼저 용어의 정의와 의미를 알면 더욱 이해가 쉽다. 일단 득점과 비득점으로 나눴고 득점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KOVIS 차금지 운영실장이 많은 자료와 도움을 줬다.
득점의 종류
2022-2023시즌 V-리그 정규리그 최다 득점자는 남자부 레오(OK금융그룹)와 여자부 엘리자벳(KGC인삼공사)이다. 각각 921득점, 1015득점으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레오는 36경기 136세트를 치르는 동안 공격 745득점, 블로킹 49득점, 서브 127득점을 기록했다. 엘리자벳은 35경기 138세트 출전해 공격 902득점과 블로킹 75득점, 서브 38득점의 활약을 했다.
역대 남자부 한 시즌 최다득점 1위는 2021-2022시즌 KB손해보험에서 뛰었던 케이타다. 공격 1134점, 블로킹 42점, 서브 109점으로 총 1285득점을 팀에 선사했다. 2014-2015시즌 삼성화재 레오(1282득점), 2020-2021시즌 케이타(1147득점)가 뒤를 이어 TOP3의 기록을 남겼다.
역대 여자부 한 시즌 최다 득점자는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의 몬타뇨다. 공격으로만 956득점을 했고, 블로킹 88점, 서브 32점으로 총 1076득점이다. 이어 지난 시즌의 엘리자벳이 2위다. 2013-2014시즌 KGC인삼공사의 조이스는 공격 940득점, 블로킹 52점, 서브 17점으로 합계 1009득점, 랭킹 3위다. 이렇게 득점은 공격, 블로킹, 서브로 나뉜다. 공격은 다시 오픈, 퀵오픈, 속공, 시간차, 이동, 후위 공격으로 세분된다.
오픈 공격이란?
오픈 공격은 ‘세터의 위치에서 안테나 방향으로 높고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세트된 볼을 공격수가 공격하는 형태’다. 다이렉트 공격, 이단 공격과 푸싱, 패스 페인트, 연타 공격도 포함된다. 최근 랠리가 길어지는 경향이고 오픈 공격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퀵 오픈은 ‘세터의 위치에서 레프트나 라이트 쪽으로 오픈 공격보다 낮고 빠르게 세트되며, 네트 상단과 안테나 끝 선상에서 완만한 기울기로 패스된 볼을 공격하는 형태’를 말한다. 선수들의 신장에 따라 볼을 때리는 타점은 각각 달라진다.
배구를 화려하게 만드는 속공은 세터의 위치에서 2m 반경 이하, 높이는 1m 안으로 빠르게 세트된 볼을 공격하는 것이다. 미들 블로커의 주 득점 방법이지만 세터의 기량이 중요하다.
시간차 공격은 상대 블로커와 수비수의 예상 공격 시간보다 빨리 또는 늦게 하는 공격 방법으로 세터와 함께 세트플레이로 이뤄진다. 상대의 블로킹 위치와 타이밍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이다. 개인 시간차 공격과 세트 시간차 공격으로 나뉜다. 세트플레이를 위한 공격 중 하나로 속공과 콤비네이션을 이룬다. 개인 시간차를 두지 않고 세터의 위치에서 속공보다 높고, 시간차 보다 낮게 앞뒤 반경 1m 내에서 이루어진 공격도 시간차로 구분한다.
개인 시간차 공격은 트릭 플레이(Trick play)의 일종이다. 상대 블로킹이나 수비를 따돌리기 위해 높이의 변화나 점프와 스파이크 템포의 느리고 빠름을 이용해 공격하는 형태다. 이중 개인 시간차 공격은 세터가 어택라인 안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세트 하는 볼을 공격하는 것으로 세트 때 공격자 스스로 점프의 타이밍을 늦춰 상대 블로커가 내려올 때 공격한다. 세트 시간차 공격은 세트 동시에 세터를 축으로 같은 팀 속공 선수의 앞뒤 혹은 오른쪽·왼쪽에서 시간차를 두고 속공과 콤비네이션을 이뤄 상대 블로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이동 공격 역시 상대 블로킹을 교란하기 위한 기술이다. 리시브 시점에 공격수가 신속히 위치를 이동해 공격한다. 감독들이 작전 지시 때 ‘런(run)’이라고 말하는 공격이다. 단어에 모든 뜻이 들어 있다. 여자부는 이동 공격을 활발하게 구사한다. 이 공격을 잘하는 이주아(흥국생명)는 ‘이동주아’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현역 시절 외발 이동 공격의 최고수였다. 오른쪽에서 후위 공격이 많은 남자부에서는 이동 공격이 필요하지 않다. 간혹 피치 못할 상황에서 라이트 쪽 공격을 살리기 위해 문지훈(전 OK금융그룹), 허수봉과 홍동선(이상 현대캐피탈)이 시도했던 적은 있다.
후위 공격은 후위의 공격자가 세트된 볼을 어택라인 뒤에서 하는 공격이다. 단 후위 공격자의 어택라인 앞쪽 네트 하단에서 이뤄지는 약한 공격은 오픈 공격으로 구분한다.
순위 산정 방식은?
득점은 다득점, 공격은 성공률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블로킹과 서브는 세트당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공격 성공률은 공격 가운데 성공한 개수의 비율을 뜻한다. 2022-2023시즌 V-리그 정규리그 남자부 공격 종합 TOP3에는 링컨(대한항공), 비예나(KB손해보험), 타이스(한국전력)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공격 성공 자체는 타이스가 가장 많았다. 741득점을 기록했다. 링컨과 비예나는 각각 공격으로만 498득점, 493득점을 기록했지만 타이스보다 앞순위를 차지했다. 성공률 때문이다. 전체 공격 시도 대비 공격을 성공시킨 확률이 더 높았다. 링컨과 비예나는 각각 55.09%, 비에나는 54.72%였다. 반면 타이스는 1355회 공격을 시도해 741득점을 했다. 공격 성공률은 54.69%였다. 단순히 공격 득점의 절대적인 수치로 판단하지 않고 얼마나 높은 성공률로 팀에 기여했는가를 따졌다. 이는 오픈, 퀵오픈, 속공, 시간차, 이동, 후위 공격도 똑같이 적용된다.
블로킹 부문 역시 형평성을 위해 블로킹 성공 개수만 보지 않고, 선수가 출전했던 세트당 블로킹 개수로 순위를 정한다. 서브도 마찬가지다. 순위에 들기 위해서는 공격, 블로킹, 서브별 팀 내 점유율의 최소치(Limit)를 넘겨야 한다. 현재 공격은 20%, 블로킹은 15%, 서브는 10%로 팀에서 기준 점유율 이상의 역할을 해야 순위에 포함된다. 차금지 실장은 “처음에는 FIVB에서 정한 점유율을 V-리그에 도입했지만, 2005-2006시즌 KOVIS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국내 선수에 맞는 점유율을 다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격 부문 점유율 최소치는 당초 15%에서 2005-2006시즌 20%로 상향 변경됐다.
공격 성공률과 효율의 의미는?
성공률(Success rate)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비율’이고, 효율(Efficiency)의 사전적 의미는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이다. 공격은 득점이 목적이다. 공격 성공률은 공격에 대한 성공한 개수의 비율이지만 공격 효율은 최종 공격으로 만든 득점의 비율이다. 즉 공격으로 만든 공격 성공과 범실(공격의 기술적 반칙), 상대 블록과 같이 상대에게 득점을 내주면서 최종적으로 가져온 결과다.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성공에서 범실과 상대 블록을 빼야 한다.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을 계산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공격 성공률=공격 성공/공격 시도*100
공격 효율= (공격 성공-공격 범실-상대 블록)
/공격 시도*100
실질적으로 그 선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격을 성공시켰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수치가 공격 효율이다. 범실이 적고, 상대 블록에 걸리지 않을수록 높은 효율의 공격을 펼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격 성공률보다 효율을 더욱 높게 평가한다. 차금지 실장도 “아무래도 공격 효율이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고 했다.
실패와 범실의 차이는?
실패(Faults)와 범실(Error)은 다르다. 공격과 서브에는 실패가 없고, 범실만 있다. 블로킹에는 실패와 범실도 기록된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네트터치, 라인 오버와 같은 기술적인 반칙으로 아웃 오브 플레이가 선언될 때 범실로 기록된다. 실패는 수비 실패처럼 성공시키지 못해서 아웃 오브 플레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 범실에는 공격 아웃, 네트 걸림, 포히트, 라인 오버, 네트터치, 더블 콘택트, 캐치볼, 오버넷, 후위공격자 반칙 등이 있다.
블로킹은 실패와 범실로 나뉜다. 블로킹 실패 사례는 2개다. 먼저 A팀에서 넘어오는 공을 B팀이 블로킹 시도 이후, B팀의 코트로 공이 떨어지거나 코트 외부로 공이 떨어져 랠리가 종료됐을 때다. 또 블로킹 시도 후 공이 안테나를 터치했을 때다. 블로킹 범실은 라인 오버, 네트터치, 오버넷, 후위공격자 반칙과 같은 기술적인 반칙으로 상대에 득점을 내줬을 때 기록된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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