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장충/이정원 기자] 역시 김연경은 김연경이었다.
21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많은 팬들과 취재진의 관심을 모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김연경이 4,211일 만에 가지는 V-리그 복귀전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뛴 리그 경기는 지난 2009년 4월 1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졌던 2008-2009 NH농협 V-리그 GS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었다.
김연경은 이 경기를 기다렸다.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GS칼텍스에 패했기 때문이다. 컵대회 패배 이후 칼을 갈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박미희 감독은 그런 김연경에게 책임감을 더 주기 위해 주장직을 줬다.
경기 전 만난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의 컨디션은 100%까지는 아니고, 한 80% 정도 된다. 출전에는 문제없다. 선수들의 호흡도 많이 좋아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은 선발 출전했다. 팀이 1세트 2-3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밀어 넣기 득점을 올리며 V-리그 복귀전 첫 득점을 올렸다.
이후 몇 차례 공격에서 GS칼텍스에 막히는 모습이 있었지만, 김연경은 곧바로 제 컨디션을 찾았다. 9-10에서 이다영의 패스를 깔끔하게 퀵오픈으로 마무리하더니, 바로 러츠의 전위 공격을 블로킹하며 팀에게 주도권을 가져다줬다.
흥국생명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김연경의 터지자 루시아, 이재영도 조금씩 득점에 가담했다. 또한 세터 이다영은 중앙에 위치한 김세영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선수 교체를 통해 해법을 모색했고, 초반 부진했던 강소휘도 살아났다. 그래도 김연경은 주인공이었다. 듀스로 이어졌던 1세트 28-27에서 허를 찌르는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길고 긴 1세트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1세트 4점, 공격 성공률은 14%로 살짝 저조했다.
2세트 초반부터 김연경은 날아올랐다. 이다영과 호흡이 점차 맞았다. 세트 초반 공격 득점을 몰아쳤다. 6-2에서는 점수 차를 분위기의 방점을 찍는 서브에이스까지 기록했다.
11-9가 GS칼텍스가 쫓아왔을 때는 강력한 퀵오픈 연속 득점으로 상대 추격을 저지했고, 16-16에서는 다이렉트 공격으로 상대 코트 위를 강타했다.
핵심은 2세트 23-23이었다. 끈질긴 디그가 이어지던 순간, 강력한 파이프 공격으로 팀에 소중한 한 점을 안겼다.
3세트에 들어서도 김연경의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기록했다. 초반 4점 차(1-5)까지 밀렸지만 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김연경을 비롯해 루시아, 이재영까지 터졌다. 그런데 너무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탓일까. 세트 후반 흔들렸다. 23-17까지 앞서갔으나 따라잡혔다. 김연경도 막지 못했다.
3세트의 안일함은 김연경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다영과 호흡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잘 맞았고, 시간차-연타-퀵오픈 등 다양한 공격으로 득점을 끌고 왔다. 4세트 후반에는 연속 서브에이스가 그녀를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
경기는 흥국생명의 3-1(29-27, 30-28, 26-28, 25-17) 완승. 컵대회 결승전 패배를 갚는 흥국생명의 화려한 복수전이었다. 그리고 김연경은 이날 서브에이스 4개 포함 25점, 공격 성공률 42.55%를 올렸다.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준 김연경의 성공적인 V-리그 복귀전이었다. GS칼텍스를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털어냈다.
김연경은 이제 오는 2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홈 개막전 경기를 가진다. 무관중 경기이지만 V-리그 복귀 후 첫 홈경기다.
사진_장충/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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