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와 부키리치에게 묶였던 족쇄, 결정적인 순간 부키리치는 그 족쇄를 부쉈다 [CH4]

대전/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4-06 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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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자랑하는 필살기 하나씩이 봉쇄당했다. 승리는 그 필살기가 결정적인 순간 살아난 팀의 것이었다.

정관장이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2(25-20, 24-26, 36-34, 22-25, 15-12)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 동률로 맞췄다. 이제 여자부의 챔피언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치러지는 최후의 5차전에서 결정된다.

이날 두 팀은 각자의 날카로운 무기 하나씩을 초반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의 이동공격을 살려가지 못했고, 정관장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의 하이 볼 어택 효율이 떨어졌다.

세트별로 살펴봐도 이 구도는 명확했다. 1세트 승부의 추를 정관장 쪽으로 기울인 장면은 피치의 이동공격이 연이어 불발된 순간이었다. 10-8 정관장 리드에서 피치의 이동공격 하나는 박은진의 블로킹에 걸렸고, 그 다음 이동 공격도 불발된 뒤 메가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정관장 쪽으로 분위기가 확 넘어가버렸다. 피치의 이동공격을 통해 사실상 아포짓이 두 명인 것과 같은 효과를 얻어왔던 흥국생명이 그간의 승리 플랜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반대로 2세트에는 정관장이 부키리치의 하이 볼 어택이라는 무기를 잃은 것이 뼈아픈 역전패로 연결됐다. 발목 부상의 여파로 인해 점프가 낮아진 부키리치가 하이 볼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화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듀스 접전의 끝이 부키리치의 공격 불발이었다는 것은 뼈아팠다. 24-25에서 매달리며 공격을 억지로 시도했지만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의 블로킹을 뚫지 못했다.

이렇게 서로가 각자의 날카로운 무기에 묶인 족쇄를 실감하며 진입한 3세트, 부키리치가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뚫어갔다. 블로커들이 따라 붙는 상황에서 강타가 아닌 연타를 선택하면서 빈 공간을 노렸고 이것이 효과를 봤다. 7-7, 8-9, 10-10에서의 공격 득점이 모두 연타로 만든 득점이었다. 세트 후반부에는 강타 컨디션도 올라오면서 고비마다 좋은 활약을 펼친 부키리치였다.

반면 피치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롭지 않았다. 공격 성공률이 40%에 머물면서 다른 공격수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했다. 결국 3세트는 초장기 듀스 접전 끝에 정관장의 승리로 끝났다. 날카롭지 않았던 서로의 무기 중 정관장의 무기가 먼저 살아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었다.

4세트는 흥국생명이 확고한 리드를 쥔 채 주도한 세트였음에도, 피치만큼은 여전히 공격에서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10-15에서 상대 원 포인트 서버 신은지의 서브 차례에 피치의 이동공격 두 개가 모두 통하지 않으면서 정관장이 간격을 빠르게 좁히기도 했다. 반면 부키리치는 감각이 살아났는지 다시 힘 있는 공격을 이어가며 추격 과정에서 제몫을 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 피치가 천금 같은 한 방을 성공시켰다. 22-20에서 정관장의 반격 기회가 두 차례나 무산된 상황, 피치의 이동공격이 표승주의 블로킹을 뚫으면서 흥국생명이 결정적인 득점을 챙겼다. 이 득점에 힘입은 흥국생명은 4세트를 가져가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운명의 5세트, 피치가 이동공격이 아닌 B속공으로 득점을 올리며 다른 방식으로 리듬을 끌어올리더니 3-2에서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내내 무뎠던 피치의 득점력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살아난 것.

그러나 부키리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순간에 미쳐 날뛰었다. 10-10에서 집중력 있는 네트 플레이로 역전을 이끌더니, 투트쿠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어쩌면 피치보다도 더 결정적인 순간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이 13-11 정관장 리드에서 갈렸다. 반드시 통해야 했던 피치의 속공이 불발에 그쳤고, 이후 메가의 반격이 터지며 정관장이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결국 메가가 마무리까지 성공하면서, 정관장이 승리를 거뒀다.

피치의 이동공격과 부키리치의 하이 볼 어택이라는 서로의 날카로운 무기는 경기 초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더 침착하게 방법을 찾아낸 쪽은 부키리치와 정관장 쪽이었다. 그렇게 귀중한 승리도 따라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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