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방향성에 따라 달라진다! 코트 위 전진-후진 수비의 모든 것

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3-30 16: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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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의 눈높이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팬들은 이제 더욱 디테일한 것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팬들을 위해 <더스파이크>가 ‘작전판’ 코너를 준비했다. 현장에 있는 배구인들의 이야기와 경기 중의 실제 사례의 분석을 통해 팬들이 더 재밌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작전판’의 세 번째 주제는 상황별‧팀별로 그 선택이 달라지는 수비의 두 가지 위치선정 방식, 전진 수비와 후진 수비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비가 선호되는지, 색채가 비교적 뚜렷한 팀은 어디가 있는지에 대해 남녀부 전‧현직 정상급 수비수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해 소개한다.

전‧후진 수비의 기본적인 기준은 블로킹과 리시브!
코트에서 전진 수비와 후진 수비를 나누는 절대적인 위치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모든 팀에는 각자 기본적으로 정해둔 수비 위치와 라인이 있고, 이것을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전-후진 수비에 대한 선호도나 활용 빈도는 나뉠 수 있다. 이에 맞게 전-후진 수비의 목적도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쉽게 말하자면 전진 수비는 코트 안에 강하게 떨어지는 볼을 잡는 데에 목적이 있고 후진 수비는 코트 밖으로 흘러나가는 볼을 잡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전-후진 수비를 활용하는 상황 역시 어느 정도 정립이 돼 있다. 기본적으로 전진 수비를 들어가는 상황은 상대가 A패스에 성공했을 때, 또 상대 공격수에게 원 블록을 내줬을 때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팀이 전진 수비를 들어간다. 이유는 본능과 확률이다. 공격수라면 원 블록 상황에서 블로커를 활용하는 공격보다는 자유롭게 나오는 각을 활용해 강타를 구사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따라서 수비수는 공격수가 밀어치는 공격이나 직선을 길게 찌르는 공격보다는 각을 활용하는 강타를 구사할 확률이 높다는 계산을 한다. 그래서 코트로 바로 떨어지는 공격을 잡기 위해 전진 수비를 하게 된다. 라인 수비수-크로스 수비수-센터 수비수 중 전진 수비를 가장 깊게 들어가는 선수는 크로스 수비수다. 원 블록-A패스 상황에서는 공격수들이 크로스 각을 깊게 내기 편하기 때문이다. 센터 수비수의 경우 팀의 센터 블로킹이 늦은 경우 사이로 빠지는 볼을 잡기 위해 전진의 폭을 늘린다.

반대로 누가 봐도 눈에 보이는 하이 볼 공격이 올 때, 또 우리 팀이 쓰리 블록을 뜨는 데 성공했을 때는 주로 후진 수비를 펼치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공격수들이 블로커를 보고 쳐내는 공격을 하는 빈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유효 블로킹 이후 튀는 공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다. 다만 남녀부와 팀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전진 수비에 비해 후진 수비는 남녀부 차이-팀 차이에 따라 선호도와 정도가 다르다. 우선 여자부의 경우 남자부에 비해 후진 수비 비중이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강타 이후의 길게 튀는 볼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후진 수비를 팀적으로 지시하는 경우가 적은 것. 

 

또한 기본적으로 후진 수비를 선호하지 않는 팀의 경우 쓰리 블록 상황에서도 수비수들이 코트 안쪽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팀들은 하이 볼 강타로 튀어나가는 볼을 잡는 것보다 페인트로 떨어지는 볼을 잡는 것이 확률 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린 팀들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변동에 따라서는 유동적인 수비 위치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후진 수비 상황에서 센터 수비수들은 중앙에 안정적으로 투-쓰리 블록이 떴을 때는 약간의 좌우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블로커들에게 중앙을 맡기고 좌우로 튀는 볼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A -> C패스, 원 블록 -> 쓰리 블록 순으로 수비수는 뒤로 물러난다고 보면 된다. 블록이 적고 패스가 좋을수록 각을 깊게 내기 좋기 때문에 수비수는 앞으로 가서 칼대각을 대비해야 하고, 블록이 많고 하이 볼 상황일수록 쳐내는 공격이 많아지기 때문에 뒤로 빠져서 커버 범위를 넓혀야 한다. 

 

전진 수비와 후진 수비의 대가들은 누구?
전진 수비를 잘하기 위한 제1조건은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날카로운 각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공격에 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격이 들어올 길을 미리 예측하는 리딩 감각이 있어야 한다. A패스 상황에서 유효 블로킹 없이 날아오는 공격의 스피드를 감안했을 때 보고 나서 따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세계 최고의 리베로인 제니아 그레베니코프(프랑스)다. 그는 전진 수비를 어택 라인 안까지 들어가는 극단적인 플레이도 즐긴다. 자신의 배짱과 리딩 감각을 믿고 원 블록 상황에서의 수직 강타를 디그하겠다는 의도다.

 

V-리그 내에서 전진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는 정지석‧박경민‧임명옥을 꼽을 수 있다. 정지석은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선수다. 과감하게 앞으로 몸을 붙여서 디그를 시도한다. 여기에 타고난 수비 센스 자체도 훌륭해서 공격수들을 애먹이는 선수다. 박경민은 반응속도와 스피드가 워낙 좋은 선수라, 원 블록 상황에서의 전진 수비에서 강점을 보인다. 임명옥은 철저한 분석을 통한 예측 플레이에 강하다. 공격이 들어올 길을 예측하고 미리 거기에 가서 편안하게 수비를 성공시킨다.


후진 수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근력이 차례로 필요하다. 우선 맞고 튀는 볼을 빠르게 쫓아가서 낙구 지점을 지키는 스피드가 필요하고, 그 다음은 그 볼을 네트 부근 혹은 어택라인에 붙여줄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스킬 중 하나가 후방으로 이동할 때 뒷걸음질을 치지 않고 바로 뒤로 돌아서 앞을 보고 뛰어가는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할 때 강조하는 내용으로, 그래야 몸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둔 채 속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움직여야 이후에 오버핸드 패스를 통해 안정적인 연결을 할 수 있다. 오버핸드 패스는 손아귀 힘이 약한 여자부 선수들에게는 특히나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지만, 언더 패스에 비해 세터를 향하는 연결이 스핀을 강하게 먹는 것을 막아서 다음 플레이의 안정성을 올려주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하는 편이 좋다. V-리그에서 후진 수비를 잘하는 선수로는 전광인‧부용찬‧김연견‧한수진을 꼽을 수 있다. 공통적으로 발이 빠르고 힘이 좋아서 후진 수비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중에서도 전광인은 다음 플레이의 퀄리티를 올려주는 연결의 안정성까지 갖춘 후진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팀 단위로 보자면 전진 수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은 대한항공이다. 코트 밖으로 나가는 볼을 건지는 것보다는 안쪽에서 떨구는 볼이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심지어 하이 볼 상황에서도 최대한 수비 라인을 전진시키려는 의지가 눈에 띄는 팀이다. 반대로 후진 수비를 잘 활용하는 팀으로는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이 있다. 한국전력에서는 서재덕과 임성진, OK저축은행에서는 송희채와 부용찬이 팀의 후진 수비를 이끄는 핵이다. 이러한 팀 컬러의 차이로 인해 플레이의 희비가 엇갈리는 선수도 있다.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의 경우 기본적으로 코트 안쪽 수비에 치중하는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후진 수비의 활용 폭이 컸던 한국전력보다 전진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대한항공에서 보다 편안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 본능을 따를 것인가, 약속된 대로 움직일 것인가
전진 수비와 후진 수비를 두고 수비수들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팀적으로 세팅된 수비 전열에서 벗어나는 판단을 내리고 싶어지는 때다. 이러한 상황은 주로 전진 수비를 구사하는 팀의 수비수가 본인의 직감으로 후진 수비를 원할 때 발생한다. 수비는 리시브와 다르다. 미리 약속된 움직임을 세 명 모두가 취할 수 있는 리시브 상황과 달리, 수비 상황에서는 선수들끼리 아무리 말을 맞춰둬도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순간적인 본능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일괄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어렵다. 특히나 원 블록 상황에서의 수비는 개인의 테크닉과 감각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코트 위에 수없이 서는 선수들은 아무리 대각 공격을 많이 치는 선수라도 이번에는 직선을 칠 것 같다는 직감을 얻곤 한다. 그럴 때 팀적인 수비 정비가 너무 엄격해서 자신의 직감을 통제당하면 답답한 상황이 나오기도 하는 것. 몇몇 수비 스페셜리스트 선수들은 수비 위치 선정에 대한 그린라이트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런 내적 갈등은 수비수들의 숙명이다.

 

이 주제로 <더스파이크>와 대화를 나눈 한 선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교체를 통해 센터 수비를 들어가게 되면 습관적으로 전진 수비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볼 꼬리가 길어지면 못 받는 경우가 생겨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비중을 올렸다. 그런데 또 갑자기 볼이 짧아지면 손끝에 겨우 걸릴까 말까 한다. 확률적으로는 분명 뒤로 물러나는 게 맞았는데, 막상 짧게 떨어지니까 플레이가 흔들리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면서도 시스템에 맞춰가는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전진 수비를 하다가 본능에 따라 후진 수비를 해서 못 잡을 것 같았던 볼을 살리는 것 같은, 화려한 플레이를 성공시키면 분명히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나 배구는 기본적인 것이 정말 중요한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배구는 공을 떨어뜨리면 안 되는 스포츠다. 그래서 정교하고 약속된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확률에 맞게 정비된 기본 시스템에 집중하는 정석적인 플레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큰 그림으로는 그게 오히려 더 분위기를 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화려한 수비를 독단적인 판단으로 성공시켜도 1점 세이브지만, 약속된 수비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가 반응 속도로 하나를 건져도 같은 1점 세이브다. 화려한 플레이도 좋지만, 약속된 플레이를 잘 지키다보면 언제든 비슷한 기회는 온다”며 확률에 기반한 약속된 플레이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바닥 수비부터 초크로스와 페인트 대처까지, 더 다양한 이야기들
V-리그 최고의 수비 전문가들의 고견을 전할 좋은 기회인만큼, 수비 상황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들도 들어봤다. 가장 먼저 남자부 수비 전문가는 특정 상황에서 손바닥 수비의 효용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만약 정석적인 수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일단 띄워놓고 다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발력을 안정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손바닥 수비도 나쁘지 않다. 손바닥은 면적이 넓고 부드럽기 때문에 닿았을 때 공이 많이 튀지 않는다. 특히 네트 밑에서 다이렉트 공격 같은 걸 퍼 올릴 때는 손바닥으로 수비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유럽 선수들이 이런 수비를 자주 구사한다”며 손바닥을 미리 들고 있다가 급할 때 활용하는 수비 방식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볼을 정확하게 운반하는 데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정석적인 수비 방식을 쓰는 것이 좋다”고도 강조했다.

이후 여자부 전문가와 함께 완전히 반대편의 어택라인 안쪽 공간을 공략하는 깊은 각도의 대각 공격, 이른바 ‘초크로스’라고 불리는 공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여자부에서 초크로스 각을 깊게 꽂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김연경-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 선수 정도가 있다. 두 선수가 타점을 확실히 잡아서 꽂을 때 빼고는, 초크로스 공격은 대부분이 볼 꼬리가 길게 흘러나간다고 본다. 그래서 상대의 왼쪽 공격을 대비할 때는 초크로스에 대비하는 전진 수비를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그냥 길게 흘러나오는 볼을 대비한다”며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초크로스를 잡기 위한 전진 수비는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외인 선수들이 즐비한 아포짓 쪽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는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나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같은 경우는 라이트에서 안쪽 스윙을 잘 때리는 크로스 어태커들이다. 이런 선수의 경우 블로커들이 자리를 아직 완벽히 잡지 못했을 때 템포를 살려서 때리면 깊은 각도를 낼 수 있다”며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는 초크로스를 경계하는 전진 수비도 고려해야함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신 패스가 조금 길게 빠지면 깊은 각을 낼 수가 없다. 오히려 좀 짧아야 각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수비수들의 입장에서는 올라가는 볼의 길이를 집중해서 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 또 초크로스 공격을 팔로만 건지려고 하면 볼이 다 맞고 튀어버린다. 그래서 사이드라인을 타고 정면으로 볼을 마주보면서 몸으로 받쳐야 수비가 가능하다”며 초크로스 공격을 수비하는 요령을 소개했다.

여자부 전문가는 여자부에서 유독 비중이 높은 페인트에 대한 수비 포인트도 짚었다. 그는 “우선 수비수들 서로 간의 범위 정리가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어떤 걸 내가 잡아야 하고, 어떤 걸 다른 수비수가 잡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정리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면 페인트에 당하게 된다. 또 실바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같은 선수들이 전-후위에서 특정 코스에 잘 놓는 페인트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미리 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허를 찔릴 수밖에 없다”며 범위 정리와 사전 분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분석하고 있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이 되면, 또 한순간이라도 강타를 대비하려다가 발이 굳으면 못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다”며 페인트 수비에 대한 어려움도 솔직하게 전했다.

끝으로 여자부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중앙에서의 오픈 페인트에 대한 대처법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페인트를 당할 때는 우리 쪽에서 원 블록만 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진 수비를 해줘야 한다. 또 사이드를 견제하다가 늦게 네트 중앙 쪽으로 합류하는 선수들은 항상 손을 들고 있어줘야 한다. 그래야 짧게 떨어지는 공을 잡아줄 수 있다. 나중에 가서 손을 들어 잡으려고 하면 늦기 때문에 미리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앙 페인트 대처법을 소개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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