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그 길을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걷고자 한다.
정규리그 2위 현대건설은 29일 수원체육관에서 3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최종전을 치른다.
양 팀이 첫 두 경기를 나눠 가진 가운데 벌어지는 외나무다리 대결이다. 이날 경기에 따라 1위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에서 맞설 한 팀이 가려진다.
현대건설은 앞서 1차전을 0-3으로 패했다. 결과만큼 내용도 처참했다. 화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리시브 효율이 16.90%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주 무기인 속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 그리고 세터 김다인 간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2차전에서 정관장의 스윕이 예상됐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정관장 세터 염혜선이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틈을 타 대반격에 성공했다. 1차전 결과를 그대로 뒤집었다. 짜릿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특히 외국인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의 활약이 빛났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4점을 쓸어 담았다. 공격의 점유율은 38.61%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공률이 53.85%로 높았다.
이제 하루 뒤면 양 팀의 명운이 갈린다. 현대건설로선 또 한 번 모마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살림꾼 위파위 시통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그의 존재는 팀에 한 줄기 빛이다. 지금의 현대건설에서 정관장의 외국인 원투펀치 메가왓티 퍼티위와 반야 부키리치를 잠재울 수 있는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물론 왼쪽 날개 공격수 정지윤과 고예림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이들이 리시브와 공격에서 제 몫을 해 줘야 모마도 웃는다. 일단 1, 2차전만 놓고 보면 합격점에 가까웠다. 최종전인 3차전 활약이 관건이다.
현대건설은 이날 0%의 기적에 도전한다. V리그 여자부 PO 1차전 승리 팀의 역대 챔프전 진출 확률은 100%다. 국내 여자 프로배구 사상 18번의 PO 모두 1차전을 이긴 팀의 최종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현대건설이 과연 ‘수원의 기적’을 만들어 낼까. 최초의 길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아 보인다.
“1차전을 진 상황에서 기회를 다시 살려 놨다.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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