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지와 유가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팀 승리를 일궜다.
권민지는 이번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첫 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정말 좋았던 페이스가 시즌 초중반에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한풀 꺾인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즌 후반부에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 권민지가 까다로운 후위 세 자리를 돌아야 할 때 뒤를 받치는 후배도 있다. 바로 유가람이다. 주로 서베로로 코트에 나서고 있는 2년차 유망주 유가람은 권민지를 포함한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후위 세 자리를 메우면서 좋은 서브까지 구사하는 중이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와 정관장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의기투합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권민지는 47.37%의 공격 성공률로 블로킹 1개 포함 10점을 올렸고, 범실은 1개밖에 없었다. 유가람은 범실 없이 11개의 서브를 구사했고, 디그 5개와 세트 성공 2회를 기록하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두 선수의 활약 속에 GS칼텍스는 정관장을 3-1(22-25, 25-21, 25-21, 25-19)로 꺾고 6라운드를 산뜻하게 시작했다.
경기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각자의 승리 소감을 전했다. 권민지는 “정관장을 이번 시즌 동안 한 번도 못 잡았었다. 이번에는 홈이기도 하고 하니 약속된 플레이만 잘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 우리의 플레이를 잘해서 승리한 것 같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고, 유가람 역시 “정관장을 한 번은 이기자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운도 따라줬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유가람은 이날 1세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에서 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2세트에 선보인 6연속 서브와 디그는 경기 흐름을 장악한 백미였다. 유가람은 “평소보다 많은 서브를 때릴 수 있었는데, 욕심을 내기보다는 또 어떤 서브를 때려야 상대가 더 두려워할지를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나도 리시버니까 그 마음을 알 수 있다”며 서브를 때릴 때의 마음가짐을 소개했다.
유가람은 이날 경기의 특성상 고교 배구에서 함께 코트를 누볐던 선후배 및 동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전다빈‧신은지‧이주아‧정수지 등이 그들이다. 유가람은 “반가움은 한 1~2초였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다른 언니들보다는 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상대해본 만큼 내가 읽을 수 있으니까, 마음은 조금 더 편했던 것 같다”고 잠깐의 감흥과 이후의 집중을 소개했다.
이후 권민지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GS칼텍스는 이미 봄배구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최하위 탈출과 두 자릿수 승수라는 그들만의 목표를 향해 계속 정진한다. 권민지 역시 마찬가지다. 권민지는 “정규리그를 다 치르기 전까지는 시즌은 계속된다. 우리는 남은 시즌도 주전 멤버들이 모두 나설 것이라고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셨다. 지금의 멤버로 치르는 매 경기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좋은 성적을 못 낸 것은 아쉽지만, 많은 팬 분들 앞에 서는 이상 우리의 몫을 끝까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꼴찌라고 해서 대충하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늘 이기고 싶다. 우리는 선수기 때문”이라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권민지는 자신이 힘들 때 후위 세 자리를 든든하게 막아주는 후배 유가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유)가람이한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는데, 내가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어줘서 정말 고맙다(웃음). 이번 시즌 내내 나랑 교체될 때 후위 세 자리를 정말 잘 막아줬다. 나를 숨 쉬게 해주고, 팀 분위기를 살려줘서 정말 고맙다”며 후배에게 진심을 표현했다.
끝으로 유가람은 “우선 서브에 대한 욕심보다 수비에 대한 욕심이 더 있다. 시즌 초반보다는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 있어서 다행이다. 서브 감각도 같이 살아난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고 싶다”는 잔여 시즌 목표를 전했다. 또 FA를 앞둔 권민지는 “아웃사이드 히터 주전으로 뛰는 풀 시즌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나에게는 높이라는 장점이 있다. 블로킹에서는 뒤처지지 않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어필했다.
선후배의 동반 활약이 GS칼텍스의 시즌 후반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로를 숨 쉬게 해주는 두 선수의 공존을 앞으로도 즐겁게 지켜보면 어떨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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