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고의 공격수가 되겠다"던 2004년생의 어린 공격수. 어쩌면 그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지난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한국전력과 4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세트 점수 3대2로 이겼다.
이 승리로 우리카드는 5할 승률(10승10패)을 맞췄고, 승점 26을 기록하며 삼성화재(7승13패·승점 26)를 5위로 밀어냈다.
공교롭게도 양 팀 모두 이날 외국인 공격수가 결장했다. 마테우스 크라우척(등록명 마테우스·한국전력)과 두산 니콜리치(등록명 니콜리치·우리카드) 둘 다 복근 부상을 안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팀 내 누구도 20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한국전력과 달리, 우리카드의 창끝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란 출신 아시아쿼터 공격수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가 서브 2개와 블로킹 4개를 묶어 28득점을 올렸고, 토종 에이스 김지한도 25득점으로 존재감을 뿜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알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알리가) 첫 세트에서 아주 강력한 서브를 선보였다. 리시브와 공격도 강렬했다"며 "마지막 5세트 때 알리는 굉장히 스마트하게 플레이 했다.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했고 스스로 범실 관리도 신경 썼다"고 평했다.
알리는 15일 현재 56.55%로 공격 성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 등 수비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나이는 세터 한태준과 같은 2004년생, 불과 21세다.
파에스 감독은 "알리는 미래가 굉장히 유망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알리가 아주 젊은 데 반해 그가 짊어진 책임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알리는 자신에겐 그러한 부담감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손을 저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에이스 역할을 맡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4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고, 이란 대표팀에도 소속돼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내게나 팀원에게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알리가 자국을 떠나 해외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게 낯선 타향 생활이지만, 이또한 그에겐 거칠 것 없다고.
그는 "한국 리그는 정말 좋은 리그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한국 리그의 수비가 강해서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계속 훈련하고 경기하다 보니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기량을 맘껏 보여주는 데 문제가 없다. 프로는 어디에서든 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가 될 수도 있고 일본이 될 수도 있다. 프로니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알리는 비시즌 본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V-리그 최고의 공격수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다.
그는 "한 걸음씩 매일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다고 믿는 정도가 아니라, 가능하다"고 당차게 외쳤다.
글_수원/송현일 기자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