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의 뚜껑이 간만에 제대로 열렸다. 그는 지난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OK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뒤 "심판이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대체 이날 경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가 심판 판정에 이렇게까지 분노한 걸까.
상황은 이랬다. 우리카드는 1세트 21-23으로 밀리던 때 알리의 퀵오픈으로 한 점을 만회했다. 서브권을 되찾은 우리카드는 마침 서브에 일가견이 있는 알리가 1번 자리(서버)에 들어섰다. 충분히 연속 득점을 노릴 만했다. 기대대로 알리의 서브가 OK저축은행의 리시브 라인을 제대로 무너뜨리면서 랠리는 우리카드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김건우의 오픈 공격을 이상현이 유효 블로킹으로 잡아냈고, 한태준의 디그에 이은 김영준 2단 연결까지 안정적으로 이강원에게 향했다.
그런데 이때 OK저축은행 측에서 난데없이 중간랠리 판독 요청 부저를 눌렀다. 리베로인 김영준이 어택라인을 밟고 토스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이강원이 공을 건드리기도 전이었다. V-리그 현행 규정상 리베로가 전위에서 토스한 경우 공격수가 이를 네트 상단에서 때리면 반칙이다. 그보다 아래서 타격하면 상관없다. 그러나 심판은 OK저축은행의 득점을 선언했고 결국 우리카드는 점수를 뒤집지 못했다. 막판 승부처에서 나온 실점이었기에 더 뼈아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파에스 감독이 이처럼 분개한 것은 아니다. 베테랑 지도자인 그는 스포츠에서 오심이 간혹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범실이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서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심판이 판정에 잘못이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심판단의 사후 대처를 지적했다. 심판 스스로 오심을 인정했는데도 결국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파에스 감독은 승패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어려운 경기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며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좀 더 성숙하고 노련하게 플레이 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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