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꿈을 현실로 바꾼 폰푼

이보미 / 기사승인 : 2024-01-08 1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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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처음으로 도입한 아시아쿼터 여자부에서 전체 1순위의 주인공은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였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가장 먼저 폰푼을 호명했다. 배구 열정도 가득하고, 호기심도 많은 폰푼이다. 15세 소녀 폰푼이 꿈꿨던 한국행은 15년이 지난 2023년에야 이뤄졌다. 폰푼도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일본, 루마니아를 거쳐 한국 V-리그에서 2023-24시즌을 치르고 있다.

폰푼의 또 다른 도전
한국 그리고 IBK기업은행에 적응 중


Q. 한국 생활은 어떠한가.
일단 모든 것이 좋다. 원래 한국에 오고 싶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내가 진짜 한국에 오고 싶어했구나’를 실감했다. 걱정되는 것은 없었다. 그냥 행복했다.

Q.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다면.
한국 음식 중에서는 불고기를 좋아한다. 이제야 불고기가 어떤 음식인지 알게 됐다. 원래 가볍게 먹는 음식을 좋아한다. 또 한국에 와서 더 좋아하게 된 음식도 있는데 바로 어묵탕이다. 따뜻한 국물과 먹기 편한 어묵이 너무 좋다(웃음).

Q. 태국 음식이 그리울 때는 어떻게 하나.
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식재료들은 한국에 있는 재료들과 비슷하다. 다만 태국 조미료나 소스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 챙겨왔다. 그래서 채소들과 갖고 있는 재료들로 집에서 가끔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Q. 한국에서의 추위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나.
해외에서도 추운 날씨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국이 제일 추운 것 같다. 진짜, 진짜 춥다. 다른 곳은 시즌 시작하고 3~4개월 정도 지나면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한국은 2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도 너무 춥다. 매일 옷을 3~4겹씩 입고 다닌다.

Q. 평소에 쉴 때는 어떻게 지내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따로 있나.
배구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다른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휴식 시간에는 맛있는 것을 먹거나, 기분 좋게 도와주는 음식들을 먹는다. 가끔은 영화를 보면서 안정을 찾는 것 같다. 대부분 통역사랑 간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좀 걸으면서 쇼핑하는 것이 제일 좋긴 하다(웃음).

Q.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IBK기업은행에 합류하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 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
팀에 늦게 합류를 했기 때문에 팀 분위기와 선수들을 제일 먼저 공부했던 것 같다. 팀에 적응하기까지 짧게는 2~3주, 길게는 1~2개월이 걸릴 수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팀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노력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노력을 해서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

Q.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님은 어떤 주문을 하시나.
내 생각에는 감독님이 내 배구 스타일에 대해 터치를 많이 안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경기를 할 때는 조언을 잘 해주신다. 상황마다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배구할 때 큰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Q. 세터는 어느 팀에 가든 그 팀에 맞는 공격 스피드에 맞춰가는 것이 맞지만, 비시즌 내내 호흡을 맞췄던 태국 대표팀과 IBK기업은행에서의 그 스피드도 달라 보이는데.
사람들이 태국팀을 봤을 때 엄청 빠른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볼 수 있는데 원래 그렇게 빠르진 않다. 우리 선수들이 다 같이 움직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이제 공격수 뿐만이 아니라 리베로도 공격수처럼 움직여서 더 빠르게 보이는 것 같다. 근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한국도 빠른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는 빠르고, 어떤 선수는 또 느리기도 하지만 그 선수와의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어떻게 할지를 항상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한다.

Q. 세터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폰푼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설명해준다면.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난 상대방이 예측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플레이가 좋다. 이 세터가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게 하고, 어느 공격수를 제일 많이 이용하는지도 알지 못하게 하는 세터다. 그리고 경기 결과를 보면 아베크롬비 점수가 많아서 그쪽으로 더 많이 토스를 한다고 생각하수도 있는데, 사실은 분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에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냐고 한다면 난 분배가 잘된 플레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공격수들이 최대한 많이 때리고 득점할 수 있게 하는 플레이다.

Q. 한국에서 폰푼 선수를 응원하는 태국 팬들도 많아 보인다.
너무 기쁘다. 태국 팬들이 이렇게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팀을 응원해줘서 너무 고맙고 항상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Q. 태국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 자체가 높아 보이던데.
한국보다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한국 팬들이 엄청 많지만, 태국 배구는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많이 알아 봐주는 것 같다. 이제 태국팀은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하는 플레이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더 알아봐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태국 여자배구가 한국보다 인기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올해 아시아 대회 중에는 폰푼의 고향에서 거리 응원까지 열렸던데.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이후 그렇게 하신다고 들었다. 또 그 시기가 아시안게임을 할 시기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경기를 봤던 것 같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태국 팬들에게 V-리그를 소개해준다면.
기회가 된다면 한국 와서 V-리그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 여행을 하면서 배구도 구경하러 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에 배구가 보고 싶으면 생방송으로도 잘 나오니깐 봤으면 좋겠고, 이제 겨울이 시작됐는데 겨울 좋아하는 분들도 한국에 한번 오면 좋을 것 같다. 태국 분들은 추운 것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구경할 곳도 많고 음식들도 맛있으니 한 번쯤은 왔으면 한다.




“15살 때 그 꿈을 꿨는데 딱 15년이 지나서 오게 됐어요.”

Q. 어떤 계기로 배구를 시작했나.
원래는 배구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번 해봤다. 학교 배구팀을 담당하는 분이, 팀에 합류를 시켜주셨고 계속 연습하고 훈련을 받다가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부모님께 여쭤봤다. 근데 그 시절에는 배구를 인정해주지도 않았고, 미래에 도움이 되거나 돈을 벌 수 있는지 걱정하셨다. 만약에 그때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배구선수의 길을 선택한 이후로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Q.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 무대에 오른다. 태국 시스템은 어떠한가.
태국에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들어갈 수 있는 팀이 있다. 거기서 배우고 훈련도 한다. 계속 하다가 대표팀에 들어가기도 한다.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해도 시즌 때 같이 배구를 하고, 비시즌에는 공부만 한다. 태국은 한국처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드래프트를 하지 않고, 그냥 고등학생 때부터 쭉 이어서 한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랑 좀 다른 것 같다.

Q. 폰푼 선수도 2009년부터 태국의 나콘 논타부리 팀에 소속돼 뛰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태국 리그에 들어가게 됐는데 15, 16살 정도였다. 2, 3번 세터였지만 가끔 주전으로 뛴 적도 있었다. 세 번째 시즌에는 우승도 했다. 그 시기에는 이 팀이 유명한 팀이었다.

Q. 2020년에는 일본 토요타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리그에서는 어떤 것을 얻고 돌아왔나.
여러 해외리그 경험을 하면서 더 성장하고 프로페셔널해진 것 같다. 이제 어떻게 팀에 빨리 적응하고 녹아들지를 알게 됐다. 원래 일본을 정말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하는데 그 시기에는 몸이 지쳐서 그랬는지 적응을 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 정말 힘들었다. 뒤늦게 적응을 하고 맞춰질 때쯤에는 떠날 때라서 아쉬웠다. 그래도 해외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터득하고 왔다. 일본에 갔다 와서 또 다른 나를 만난 것 같다. 더 강해졌다.

Q. 어떤 부분에서 적응하기 어렵다고 느꼈나.
첫 번째로는 언어, 두 번째는 사람들마다 다른 배구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때 일본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세터였던 나는 공격수들을 공부해야 했고, 감독님은 어떤 부분이 필요했는지 알아야 했는데 언어가 안되고 소통이 안되다보니 서로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서 힘들고 어려웠다.

Q. 전반적으로 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도 활발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에는 1명만 갔다가 2명, 그 다음에는 나를 포함해 4명이 갔다. 지금은 7, 8명이 일본에서 뛴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도 태국 스타일은 어떠한지 알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또 태국 선수들이 주저 없이 일본에 많이 가는 이유는 일본에서 재밌게 배구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태국과 일본 대표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봐도 비슷해진 것을 느끼는데?) 이제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2022년에는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올랐다. 루마니아 리그는 어땠나.
난 원래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전혀 무섭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Q. 같은 이유로 한국행을 도전했나.
첫 번째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진짜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IBK기업은행팀에 뽑히고 나서는 내가 봤던 동영상들처럼 재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15살 때 한국에 오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딱 15년이 지나서 한국에 오게 돼 내게 의미가 있다.

Q. 어떻게 보면 이제 FIVB 세계랭킹으로도 태국보다 낮은 한국인데, 한국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난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다. 인도네시아도 랭킹으로만 보면 높은 팀이 아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 간 이유는 그 곳의 배구는 어떤지 알고 싶어서였다. 기회가 올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갔다. 한국도 못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많고 배구에 대한 열정도 많은 것도 맞다. 기회가 있으면 새로운 것들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한국 생활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한국은 인도네시아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인 것처럼 잘 반겨준다. 내가 외국인이지만 외국인처럼 보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나도 나를 외국인처럼 대하는 것이 싫다. 처음에 그렇게 대했다면 적응하기 좀 더 어려웠을 것 같고,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을 것 같다.




FIVB 세계랭킹 13위
태국 국가대표 세터가 되기까지


Q. 태국 여자배구대표팀에는 언제부터 합류했나.
18, 19살쯤 합류했다. 그보다 더 일찍 선배들이랑 훈련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살이었다.

Q. 2014-15, 2015-16시즌 아시아클럽챔피언십 베스트 세터상부터 시작해 2022년 아시아챔피언십, AVC컵 베스트 세터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지금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자리가 잡히니까 큰 걱정을 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더라. 공부와 일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지쳐 있을 때도 있었는데, 가족을 위해서 배구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후로 가족이 자리를 잡고 하니 목표가 사라졌다. 그래서 이제 내가 누구를 위해서 배구를 해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게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배구를 하자,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하자는 생각을 했다.

Q. 태국 국가대표 세터 눗사라 톰콤에 이어 코트 위 지휘자가 됐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이 됐다. 눗사라 선수에 이어서 세터를 해야 했고, 대표팀 주장으로 있어야 해서 부담이 됐다. 눗사라 선수는 누구나 아는 1등 세터이지 않나. 나도 선배처럼 잘해야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주장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태국 여자배구의 숙원인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도 이루고 싶은 의지가 강할 듯한데. 파리올림픽 진출을 위해서라면 2024년 VNL 예선 라운드가 중요해보인다.
올림픽이 마지막 목표는 아니지만 모든 선수들과 팬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에도 결과가 좋든 나쁘든 열심히 하자고 항상 말한다.

Q. 그동안 배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년 동안 못 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일 힘들었다. 지금은 1년에 쉬는 날을 다 합해도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다.

Q.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려고 했나.
내 자신을 속이면서 버텼다. 난 누구도 아니고 그냥 내 할 일만 열심히 하자고 나 스스로에게 얘기를 했다. 그 마인드로 지금까지 버텨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 힘든 시간들을 버텨서 계속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Q. 온전히 한 달이라는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여행을 하면서 쉬고 싶다. 태국에서도 여행을 하고 싶고, 해외 중에는 튀르키예나 캐나다 그리고 유럽도 가고 싶다.

Q. 2023년을 되돌아본다면.
아쉬웠던 점은 없다. 굳이 꼽는다면 내가 왜 내 실수나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정도다. 올해 초에는 안 좋았는데 4~5월쯤에는 이제 대표팀이랑 있었고, 해외에서만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2023년에는 태국에서 180일도 못 있었던 것 같다. 해외에서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Q. 고생한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래 나 스스로에게는 안 좋은 얘기만 했다. 지금까지 좋은 얘기 하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잘했어, 지금까지도 너무 잘했어 같은 얘기를 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고맙고 오늘 이 영상이 앞으로 오는 날들에 다시 되돌아서 볼 수 있는 영상이 될 텐데,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항상 웃고 밝은 모습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Q. 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태국 선수들은 대부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그렇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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