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결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은 지난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플레이오프(3전 2승제) 현대건설과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정관장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현대건설을 제치고 지난 2011-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진출했다. 그런데 정관장은 현대건설과 3차전에서 위기 순간이 있었다.
팀의 퍼스트, 세컨드 리베로가 모두 코트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주전 리베로 노란이 경기 도중 등과 허리 통증을 호소해 코트를 떠났다. 세컨드 리베로 최효서가 2세트 들어왔는데 그 또한 이날 경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과호흡 증세까지 발생하다보니 정상적인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2세트 10-16으로 끌려가던 상황, 최효서를 빼고 리베로를 재지명했다.
코트 안 동료들과 색상이 디른 리베로 유니폼이 아닌 임시로 준비해 둔 'L'가 새겨진 리베로 조끼를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에게 입혔다. 앞선 1세트 16-19에서 부키리치(세르비아)를 대신해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 출전했던 박혜민은 2세트들어서는 이날 경기를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리베로로 임무가 바뀌었다.
박해민은 깜짝 활약했다. 리시브 효율은 16.67%로 낮았지만 18차례 리시브에 참가하는 가운데 범실은 한 차례에 그쳤고 3차례는 잘 연결했다. 디그도 15회를 기록하는등 경기 도중 급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 잘 적응했다.
박혜민도 소속팀 승리에 쏠쏠하게 힘을 보탠 셈. 고 감독은 "(최)효서를 교체하겠다고 결정한 순간 리베로로 재지명할 선수로 (박)혜민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주저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고 혜민이가 평소에도 워낙 수비와 디그 연습을 많이 했기에 바로 결정했다"고 리베로 교체 당시를 되돌아봤다.
고 감독은 "무엇보다 경기가 최상의 결과로 나와 혜민이를 비롯한 선수들에게도 매우 다행"이라며 "그리고 이강주 코치(사진 14번)에게 정말 고맙다. (이)강주 코치가 평소 혜민을 포함한 선수들에게 수비 연습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 코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코치는 선수 시절 삼성화재,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OK저축은행 등을 거치며 리베로로 코트에 나온 시간이 더 많았다. 삼성화재에선 당시 여오현(현 IBK기업은행 코치)의 현대캐피탈로 FA 이적 후 그자리를 메운 주인공이 이 코치였다. 그는 은퇴 후 삼성화재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고 감독이 삼성화재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정관장으로 올 때 함께 왔다.
박혜민은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원정 1차전에서도 리베로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전제 조건은 있다. 노란과 최효서의 몸 상태와 컨디션 여부에 따라서다. 박혜민은 이런 이유로 이날 원정 유니폼과 함게 리베로 지정 상황에 맞춰 색상이 다른 홈 유니폼도 한 벌 더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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