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김관우는 연령별 대표팀 주전 세터로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고, 천안고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고등학교 2학년 김관우는 남자 U19 대표팀에 발탁돼 30년 만의 세계선수권 동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천안고 3학년, 세터 김관우의 성장은 현재 진행 중이다.
천안고 3학년 세터, 김관우입니다
비와 눈이 동시에 내리는 요란한 날씨 속에 천안고 체육관을 찾았다. 한창 오전 훈련을 이어가던 와중에 낯익은 얼굴의 선수가 네트 제일 가까이에서 토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195cm가 넘어가는 키를 자랑했지만, 인터뷰를 할 땐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천안고등학교 세터 3학년 김관우라고 합니다”라고 자기소개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훈련이나 경기 이후 짧게 인터뷰를 해봤지만, 길게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하게 된 소감을 묻자 “솔직히 아무 느낌 없었는데, 막상 하니깐 떨립니다”라고 털어놨다.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이전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냐는 질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요”라고 답했다. 고등학생다운 답변이었다.
김관우 역시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지난해 전국체전 이후 재활에 매진했기 때문. 김관우는 “무릎 양쪽이 박리성골연골염으로 다 아팠어요. 몸이 좋지 않아서 재활했는데, 재활을 잘 마무리해서 원래 기량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현재 본인 몸 상태를 전했다.
1학년 때부터 얻은 주전의 자리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에서 얻은 값진 경험들
초등학교 때 처음 배구공을 잡았다. 김관우는 “배구는 초등학교 스포츠 클럽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어요”라고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포지션은 원래 공격수였어요.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감독님이 토스를 시키셔서 했고, 그러다 지금까지 세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포지션을 택하게 된 배경도 들려줬다.
대원초, 함안중을 거쳐 천안고에 입학하게 됐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첫 연령별 대표팀에 승선하는 영광을 누렸다.
2022년에 진행된 제14회 아시아유스남자선수권대회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심지어 자신의 생일이었던 8월 20일에는 중국을 상대로 5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대회는 4위로 마쳤다.
김관우는 “주전일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돌아봤지만 아쉬움이 훨씬 더 많았다. “너무 많이 부족했어요. 스스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기 않았기 때문에 후회스러워요. 국가대표로의 마음가짐도 갖추지 못했고, 좋은 경기력도 아니었기에 많이 아쉽고 후회스러웠어요”라고 털어놨다.
값진 경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2년 CBS배에서 고등학교 진학 이후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고,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국체전은 강호 수성고를 꺾고 올라간 정상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김관우도 “금메달이라는 것 자체가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또 강팀인 수성고를 잡았기에 더 값지고 좋았습니다”라고 첫 우승을 기록했을 때를 기쁘게 돌아봤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2023년, 이번엔 세계유스선수권으로 향했다. 아시아유스선수권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형들과 다시 한 팀을 꾸리게 됐다. 김관우는 “U18 대표팀 때부터 맞춰왔던 형들이었어요. 형들이 워낙 잘하는 만큼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계절도 정반대인 아르헨티나 산후안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해 떠났다. 현지에 도착하기 위해 48시간의 비행을 견뎌야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조차 너무 오래 걸려서 정말 힘들었어요. 시차가 12시간이 났는데, 대회 끝나고 적응할 정도로 일정이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어렵게 도착한 아르헨티나에서 U19 대표팀은 예선을 3승1패로 마무리하고 16강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홈 이점을 얻은 아르헨티나였다. 관중들의 상당한 응원을 받았지만 한국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김관우는 “한국에서 연습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워낙 좋았어요. 그래서 그 분위기를 가지고 하니깐 현지 가서도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 관중들 응원 소리도 크고, 서브 때릴 때도 소리를 지르니깐 솔직히 방해가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열심히 하니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돌아봤다.
8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를 셧아웃으로 제압하며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예선에 이어 다시 만난 이란을 넘지 못하며 결승 진출은 무산됐다. 특히 이란을 상대로 1세트를 가져오는 저력을 보여줬던 만큼 아쉬웠다. 김관우는 두 경기를 돌아보면서 “이탈리아는 경기 전에 위축돼서 들어갔어요. 피지컬조차 우리랑 많이 다르니깐 긴장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우리 플레이를 하다 보니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란도 4강인 만큼 긴장을 한 게 범실이 많아지는 걸로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가 1세트를 딸 수 있었는데, 1세트를 가져왔다고 풀어졌던 것 같아요. 이 느낌을 받아서 다시 마음 다잡고 해봐야겠다는 생각했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3-4위 결정전에서 미국을 만났다. 김관우는 “미국은 생각보다 플레이가 없더라고요(웃음). 미들블로커들이 약해서 속공을 활용하고 시간차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이 잘 맞아 떨어졌고, 상대가 범실을 많이 한 덕분에 3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30년 만에 있었던 일인 만큼 엄청 기쁘고 뿌듯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세계 대회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김관우는 “상대한 선수들 피지컬이랑 높이가 차원이 달랐어요. 수비 위치부터 블로킹, 상대방을 파악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걸 배웠습니다”라고 배운 점과 함께 “상대방이 워낙 서브가 강했기에 리시브가 흔들리는 게 있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단 토스를 예쁘게 올려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과 보완할 부분을 꼽았다.
MBTI는 장난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말을 정말 하지 않는다.” 함안중 시절부터 오랫동안 김관우를 지도한 김종일 감독의 코멘트다. 본인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정의해달라고 묻자, “처음은 차갑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사람입니다. 낯을 많이 가려서 진입 장벽이 높아요. 그래도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장난도 많이 칩니다”라고 했다. MBTI는 ISTP였다. 그러나 “MBTI는 믿지 않아요.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크게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학생 김관우로는 “주변에서 영어를 하는 게 좋다고 많이 말씀해 주셔서 노력은 하고 있어요. 잘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영어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으나 “모의고사 등급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회피했다.
세터 포지션으로 큰 신장을 가지고 있는 김관우는 여전히 키가 자라고 있다고. 장신 세터로 “신장이 다른 세터에 비해 높으니까 전위에서 속공도 더 빠른 타이밍으로 가져갈 수 있어요”라고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세터의 매력으로 “경기를 할 때 공을 제일 많이 만져요. 저의 토스 하나로 경기가 좌지우지 된다는 게 굉장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롤모델은 대한항공 한선수다. 이유로 “한선수 선수님을 존경하고 그 나이에 불구하고 뛰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오래 배구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오랫동안 배구를 하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과 프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시기에서 현재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김관우는 “프로든 대학이든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선수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고 전하면서도 “프로를 가는 게 제일 큰 목표인 만큼 프로에 더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지금 본인이 더 원하는 행선지를 들려줬다.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든 적은 없었다고. “늘 힘들지만, 그만큼 재밌어서 항상 참고 하는 것 같아요”라고 이유를 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2023 CBS배 결승전을 꼽았다. 김관우는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했지만, 그땐 유스 대표팀에 합류하느라 제가 없었어요. 뚜렷한 성적을 못 냈는데, 오랜만에 우승을 해서 더 값졌습니다”라고 이유를 말했다.
올해도 천안고는 남고부 우승 전력으로 평가 받는다. “팀으로 매년 더 발전하고 더 자신감을 가져서 더 끈기 있는 팀이 된 것 같습니다. 일단 올해 여러 팀 전력이 비등비등하다고 생각해서 강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희가 노력한 만큼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배구선수로의 목표는 오랜 시간 배구공을 잡는 거다. “오래 배구하고 싶어요. 성인 대표팀으로 뽑히는 것도 영광이지만, 오래 배구를 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일 좋아하는 배구를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인사도 놓치지 않았다. “감독님이 저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아세요.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옆에서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에 맞게 저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테니 따뜻하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치님도 정말 많이 알려주시고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드려요. 가족들한테도 늘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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