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문제 극복한 협동력과 열정’ 필리핀, 2025 FIVB 남자 세계선수권 개최지로 선정

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3-21 14: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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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필리핀으로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들이 집결한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FIVB 남자배구 세계선수권의 개최지로 필리핀이 선정됐음을 알렸다. 2025년 세계선수권은 9월 12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개최지 선정은 대회의 지속적 성장과 세계적 배구 발전을 주요 기준으로 두고 진행됐다. 아리 그라사 FIVB 회장은 “2025 남자 세계선수권은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고, 나아가 스포츠에 대한 참여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필리핀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 스포츠의 더 밝은 미래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특별한 세계 선수권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최근 대륙 단위 국제대회의 개최 및 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발리볼월드의 CEO 핀 테일러 역시 “필리핀을 2025 남자 세계선수권 개최지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 입증된 국제대회 개최 실적과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필리핀은 뛰어난 대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필리핀의 대회 개최를 축하함과 동시에 선정 이유를 소개했다.

사실 필리핀의 세계선수권 개최 가능성은 FIVB의 발표 이전까지 그리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이야기를 나눈 아시아 배구 전문가 박기원 감독 역시 “필리핀이 대회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선수권의 주기 변경(4년 → 2년)과 출전 팀 증가로 인해 필요한 예산이 커졌는데, 그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회 유치 홍보를 위해 필리핀 사람이 아시아배구연맹(AVC) 회장 출마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성은 여전희 의문”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그러나 필리핀은 이를 해냈다. 이번 세계선수권 유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원동력이 있었다. 먼저 필리핀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계와 스포츠계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대형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기관이 예산을 조정하고, 스포츠 관련 단체와 다양한 협의를 거치며 노력한 결실을 맺은 것. 필리핀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일원이었던 현 필리핀 상원의원 피아 카이타노는 “나는 항상 스포츠가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이번 대회 개최 역시 그러한 기회 중 하나다. FIVB와 발리볼월드가 필리핀을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정계의 일원이자 스포츠계의 일원으로서 이뤄낸 쾌거를 반겼다.

또 하나는 필리핀 사람들의 배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필리핀은 이미 두 차례의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개최 및 진행을 통해 전 세계 배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2022년에는 남자부 2주차 일정이, 2023년에는 남자부 3주차 일정이 필리핀에서 진행됐다. 자국이 대회에 출전한 것이 아님에도 현지의 팬들은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을 향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며 대회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당연히 개최지 선정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필리핀의 세계선수권 개최는 한국과 한국 배구계에도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아무리 세계선수권의 참가국이 32개국으로 확대되며 한국에게도 자력 참가 기회가 생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회 참가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점치기는 힘들다. 또한 남자배구의 인기 역시 나아지고는 있지만 좀 더 확실한 기폭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한국이 세계선수권 혹은 그에 준하는 국제대회를 유치한다면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배구 인기 상승의 계기까지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륙 내 이웃 필리핀이 협동력과 열정으로 세계선수권 개최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배구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극을 받아 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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