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 대한항공 VS 하늘을 걷는 현대캐피탈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9 14:00:5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한때 V-리그 남자부에는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가 있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부터 해마다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이들의 경기는 이제 ‘클래식 매치’가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라이벌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2016-2017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 단골손님이 바뀌었다. 신흥강자로 올라선 대한항공과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이 만나는 챔프전 무대도 역시나 뜨겁다. 남자부 새로운 더비의 탄생이다.
 


현대캐피탈 vs 대한항공
새로운 라이벌 매치가 성사되다


두 팀이 처음으로 가장 높은 무대에서 만났던 건 2016-2017시즌이었다. 당시 대한항공은 두 시즌 동안 4위에 머물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다, 2016-2017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했다. 2위를 기록했던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제압하고 올라왔다. 두 팀의 사령탑은 박기원 감독(대한항공)과 최태웅 감독(현대캐피탈)이었다.

대혈투를 벌였다. 1차전에선 대한항공의 셧아웃으로 가볍게 이겼다. 2차전에서도 대한항공이 1, 2세트를 가져오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다가가는 듯 했으나, 배구공은 둥글었다. 3세트부터 현대캐피탈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승리까지 챙기며 원점으로 돌려놨다. 3차전은 대한항공, 4차전은 현대캐피탈이 가져오면서 챔피언트로피를 향한 여정은 5차전까지 이어졌다.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과, 10년 만에 V3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승리의 여신은 현대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4세트, 현대캐피탈이 챔피언쉽포인트를 따낸 24-20에서 신영석이 대한항공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길고 길었던 챔프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두 팀은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현대캐피탈은 10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세번째 별을 달며 눈물을 흘렸지만, 대한항공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상대의 우승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다.

챔피언결정전의 흐름을 바꾼 사람은 2명 문성민과 외국인 선수 대니였다. 특히 대니는 2번이나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투혼은 다른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투지를 이끌어냈다. 최태웅 감독은 2차전 때 부진하던 문성민을 각성시켰고 결국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완벽한 우승을 이끌어 냈다. 최태웅 감독이 지금도 당시 얘기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등 유난히 사연이 많은 그런 챔피언결정전이었다.


다음해, 두 팀은 다시 챔프전에서 만났다. 상황은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기원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상대는 신진식 감독의 삼성화재였다. 대한항공은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팀이 챔프전에 올라갈 확률은 고작 8%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2, 3차전을 연속으로 따내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승리의 주역은 3차전 2세트부터 한선수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황승빈이었다. 그의 패스에 경기의 양상이 달라졌다. 황승빈은 4세트 때 선발세터로 출전해 경기를 끝까지 마쳤다. 30-30에서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의 퀵오픈과 황승빈의 오픈공격으로 대접전이 끝났다. 낮은 확률을 뚫고 대한항공은 회생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1차전 우승팀이 우승할 확률 77%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확률은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현대캐피탈에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튀어나왔다. 주전 세터 노재욱이 허리 부상으로 2차전부터 컨디션이 온전치 못했다. 3, 4차전에는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3차전을 앞두고 코트 적응훈련까지 마친 상황에서 노재욱은 경기 몇 시간 전에 아픈 허리를 잡고 쓰러졌다. 그야말로 현대캐피탈에게는 멘붕이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았던 대한항공은 2~4차전을 모두 셧아웃으로 이기며 정상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 이어 다시 한 번 낮은 확률을 극복했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 2016-2017시즌까지 4번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4번의 준우승에 그친 한도 마침내 풀었다.


서로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번씩 주고 받았다. 확실한 우열을 가르기 위해 2018-2019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팀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책임졌던 가스파리니와 한 번 더 동행을 이어갔고, 한선수와 FA 재계약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현대캐피탈은 달랐다. 비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은 그 해 FA최대어였던 전광인을 한국전력에서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상 선수로 세터 노재욱을 내주고 말았다.

 

유리한 고지에는 대한항공이 먼저 가 있었다.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계양체육관에서 챔프전 상대를 기다렸다. 상대는 또 다시 현대캐피탈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단 2경기만에 제압했다. 파다르-문성민-전광인의 공격 삼각편대가 아가메즈-나경복의 우리카드보다 화력이 앞섰다.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1, 2차전은 치열했다. 두 경기 모두 5세트까지 이어졌고 웃은 팀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전광인은 1차전에서 무려 61%의 엄청난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문성민도 57%의 공격성공률을 찍는 등 현대캐피탈의 공격은 역대급으로 무시무시했다. 현대캐피탈은 공격 트리오 외에 신영석까지 4명의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제압해왔고 그 힘에 대한항공은 무너졌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시리즈 3-0으로 대한항공을 꺾고 가장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KOVO컵 도중 타임아웃 때 최태웅 감독으로부터 “왜 우리 팀에 왔어”라는 질문을 받았던 전광인은 챔피언결정전MVP를 받으며 왜 자신이 현대캐피탈에 왔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최태웅 감독은 팀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유는 세터 이승원 때문이었다. 노재욱이 떠난 뒤 그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던 이승원이 시즌 내내 마음고생을 하고 지적도 받으면서도 끝끝내 우승이라는 인간승리를 한 결과에 감정이 복받쳤다. 우승 인터뷰 때 그는 “승원이가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현대캐피탈의 리빌딩
그 사이 고공비행 이어간 대한항공

 

두 팀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는 꾸준히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변수가 계속 생겼다.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6라운드 도중 중단되면서 시즌의 최강자를 가리지 못했다. 2020-2021시즌부터 현대캐피탈은 세대교체를 위해 리빌딩에 돌입했다. 전광인은 군복무를 소화하기 위해 잠시 팀을 비웠다. 그 사이, 최태웅 감독은 신영석을 포함해 황동일,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김명관, 이승준, 2021-2022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대캐피탈이 리빌딩을 위해 잠시 높은 곳에서 내려온 사이, 대한항공의 단독 고공비행은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4년간 팀을 이끈 박기원 감독과 계약을 끝마치고 V-리그 남녀부 최초의 외국인 감독(로베르토 산틸리)을 선택했다.

 

대체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2주 간의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임동혁이 그 자리를 메꾸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합류한 요스바니와 함께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로 단축된 포스트시즌 일정과 더불어 1차전을 내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날개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5차전까지 이어진 일정 끝에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한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와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달성하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의 흐름을 바꾼 것은 배탈이었다. 대한항공의 상대 우리카드는 1, 3차전을 3-0으로 쉽게 이겼다. 2차전은 풀세트 혈투 끝에 내줬지만 선수들의 기세나 흐름으르 봤을 때 우리카드와 신영철 감독의 첫 챔프전 우승을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무려 64%의 높은 공격성공률과 5개의 서브에이스를 잡아냈던 알렉스가 4차전 직전에 배탈을 이유로 경기에 빠졌다. 그 바람에 한숨을 돌린 대한항공은 4차전을 잡고 5차전도 1~3세트 연속 듀스 혈투 끝에 3-1로 이겼다.

 


2021-2022시즌 대한항공은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빠르고 스마트하게’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배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배구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1라운드를 2승 4패(승점5), 6위로 마쳤다. 대한항공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 임동혁 두 명의 아포짓이 함께 나서는 ‘더블 해머’ 시스템을 내세웠지만, 불안한 리시브를 떨쳐내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 정지석이 복귀한 가운데, 대한항공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랜 시간 맞춰온 호흡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코로나19로 남자부만의 포스트시즌이 축소 운영됐던 2021-2022시즌 챔프전은 3판 2선승제로 이뤄졌다.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과 맞대결을 펼친 대한항공은 1승 1패로 3차전까지 이어졌고, 홈에서 벌어진 3차전은 5세트 177분의 최장 시간 혈투 끝에 끝났다. 대한항공은 챔피언트로피와 2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케이타에게 무려 57점을 내준 대한항공은 5세트 9-12에서 기사회생했고 결국 22-21에서 곽승석이 케이타의 백어택을 차단하면서 끝났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로 신음했다. 트라이아웃 당시 보이다르 뷰세비치를 지명했지만 시즌 개막하기도 전에 짐을 싸서 돌아갔다. 대체 선수는 로날드 히메네즈였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첫 선을 보인 히메네즈는 팀에 녹아드는 듯 보였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4경기 41세트에 출전해 181점, 공격 성공률 50.74%의 성적표를 남긴 채 4라운드를 끝으로 현대캐피탈과 동행을 끝냈다. 한 시즌에만 두 번의 교체를 했던 현대캐피탈은 마지막 카드로 V-리그 경험이 많은 펠리페 알톤 반데로를 불렀다. 하지만 펠리페도 기대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은 고통스러운 리빌딩의 시간에 허수봉, 김선호, 박경민, 김명관 등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주면서 경험을 쌓게 했다. 시즌 중반에는 제대한 전광인까지 가세하면서 반등을 노렸지만, 한 번 바닥으로 떨어진 팀을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창단 최다 7연패와 더불어 첫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정반대의 순위표에 자리했다.

 


다시 올라온 현대캐피탈
부동의 1, 2위


2022-2023시즌, 대한항공은 링컨 윌리엄스와 재계약을 결정하면서 지난 시즌 베스트 멤버를 그대로 유지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까지 더해지면서 2022 순천 KOVO컵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리빌딩 3년차에 접어든 현대캐피탈은 2015-2016시즌 최태웅 감독의 ‘업템포 배구’를 함께했던 오레올 카메호(등록명 오레올)와 손을 맞잡았다.


두 팀 모두 시즌 시작부터 1, 2위 밑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1위, 현대캐피탈은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시즌을 이어나갔다. 연결이 더 정확해지고 빨라지면서 수비 이후 반격이 매서워진 대한항공은 오른쪽 링컨과 왼쪽 정지석의 원투펀치가 꾸준히 활약했다. V-리그 2년 차를 맞이한 링컨은 한 층 더 강해진 서브와 공격력을 자랑했고, 정지석은 클러치 상황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대한항공이 양쪽 날개를 자랑한다면, 현대캐피탈은 높은 블로킹에서 강점이 있다. 오레올 카메호-전광인-허수봉으로 이뤄지는 삼각편대는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순위표 상단에서 경쟁하는 두 팀이었지만, 맞대결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1, 2라운드는 대한항공이 셧아웃으로, 3라운드엔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며 우세를 이어갔다. 연이은 패배 속에서도 최태웅 감독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3라운드 이후 그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상대의 취약점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가 보완할 점이 보이고 이제는 승부를 걸 수 있는 부분도 찾았다”라고 했다.


4라운드 맞대결에선 비록 패했지만, 승점(1)을 따냈고 5라운드에선 현대캐피탈이 144분의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드디어 대한항공을 이기는 방법을 찾았고 결과로 증명했다.


대한항공은 5라운드에 어려운 순간들이 닥쳤다. 한선수와 곽승석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베테랑들이 많다보니 가장 체력소모가 심할 시기에 4연패를 당했다. 1위 자리마저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빠르고 강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기 때문에 범실은 항상 따라오는 꼬리표지만,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선 범실만 돋보였다.


이런 대한항공을 지탱해준 것은 두터운 선수층이었다. 한선수 뒤에는 또 다른 베테랑 유광우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고 곽승석이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에는 2년차 정한용이 빈자리를 채워줬다. 시즌 시작부터 깜짝 활약을 펼친 2년 차 미들블로커 김민재가 주춤하자 베테랑 조재영이 공백을 잘 메워줬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시즌 후반을 향해 갈수록 세터 이현승의 안정이라는 숙제가 도드라졌다. 이번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이현승은 데뷔 시즌부터 주전 세터라는 중책을 맡았다. 시즌 초반 이현승이 기회를 잡았을 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높게 평가했던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 부족은 드러났다. 경기 중 중요한 상황이나 부담감이 큰 경기를 마주했을 때는 흔들렸고 김명관과 교체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태웅 감독은 이현승에게 “까불어라”는 주문을 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최태웅 감독은 “점점 압박받을 수밖에 없는 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어린 현승이에게 다 이겨내라고 할 수 없다. 경기에 안 뛰게 할 수도 없다. 그 압박감을 최대한 벗어나고 본인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라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강조했다. 5라운드 중반부터 6라운드 초반까지 두 팀은 1위 자리를 뺏고 뺏기는 접전을 펼쳤다. 그리고 2023년 3월 5일,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했다.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대한항공


정규리그 1위를 넘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승리를 따내야 했다.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는 1위를 향한 고지전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졌다.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을 보려고 많은 배구 팬들이 인천으로 향했다. 대한항공은 “좌석 오픈 몇 분 만에 계양체육관 2,142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했다. 2022-2023시즌 남자부의 두 번째 매진 사례였다. 첫 경기도 4라운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였다.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는 일방적으로 끝났다.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셧아웃으로 제압하며 사실상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링컨이 20점, 정지석이 14점으로 활약했다. 1세트 링컨의 강력한 서브에 현대캐피탈의 리시브가 흔들렸다. 14-10에서 링컨의 서브 때 5연속 득점을 내달린 것이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대한항공이 모든 면에서 압도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오레올이 14점을 올렸지만 랠리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블로커에 막히며 무너지고 말았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경기였다. 관록미 넘치는 베테랑 한선수와 패기의 신예 이현승의 맞대결에서 한선수가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뒤 감독들은 세터를 언급했다.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 베테랑 세터가 있다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경험이 많다 보니 큰 경기에서도 긴장을 안 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세터 이현승이 부담스러워했던 경기였던 것 같다. 이현승이 2~3년만 일찍 왔어도 지금처럼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입시킬 수는 없다. 편안하고 압박감과 부담감을 적게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라며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두 팀의 맞대결 이후에도 승점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3월 10일 KB손해보험을 누르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2경기를 남겨두고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한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현대캐피탈은 큰 암초를 만났다. 캡틴이자 코트 위의 중심인 전광인이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하루 전날 한국전력과의 6라운드 도중 발목 인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병원 검사 결과 우측 발목 내번염좌로 인한 전거비인대, 종비인대 파열을 진단 받았다. 치료 기간은 3~4주. 그 부상 이후 김선호가 남은 경기에 나섰지만,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진 못했다.

챔프전에서 기다리는 대한항공
챔피언 자리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다행히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의 부재 속에 플레이오프를 잘 마무리 했다. 한국전력을 상대로 ‘역대급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상을 향한 관문을 하나 넘어선 현대캐피탈은 ‘역전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벚꽃이 피는 봄에도 배구공을 잡는 두 팀. 대한항공이 기다리고 있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오는 30일 첫 챔프전 무대가 펼쳐진다. 어느 경기나 마찬가지만 두 팀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총력전에서는 배구의 기본인 서브와 리시브가 승패가 자주 갈린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경기에서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도 서브와 리시브였다.

강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어 상대의 중앙 공격을 일단 막고, 우리 팀은 리시브 라인이 버텨서 최대한 많은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배구의 우승은 세터와 미들블로커가 결정한다고 말한다. 대한항공은 3년 연속 통합우승에, 현대캐피탈은 역전 우승으로 V5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정상에 오를 유일한 한 팀은 누가될까.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