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성사된 日 ‘남자국대’ 더비 “성장 신호다”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1 13:16:12
  • -
  • +
  • 인쇄


이탈리아 남자배구 1부리그인 슈퍼리그에서 일본 남자국가대표 더비가 성사됐다. 이시카와 유키, 니시다 유지가 이탈리아 무대에서 코트를 두고 마주 봤다. 이탈리아에서 7시즌째 보내고 있는 이시카와와 올해 새롭게 도전장을 낸 니시다의 흥미진진한 더비에 이탈리아도, 일본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대표팀 막내 다카하시 란도 새로운 여정을 예고했다.

슈퍼리그 ‘선배’ 이시카와 유키
1995년생 이시카와는 192cm 윙스파이커로 2014년 추오대 시절 감독의 권유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이탈리아 1부리그 모데나 소속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출전 기회는 적었지만 이시카와의 인생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모데나에는 프랑스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어빈 은가페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했다. 타 팀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 이시카와는 더 큰 목표를 바라보게 됐다.

 

이후 이시카와는 2016년 다시 이탈리아로 향했다. 라티나에서 두 시즌을 보냈고, 시에나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을 뛰었다. 2019-2020시즌 파도바를 거쳐 2020년부터 밀라노 소속이 됐다.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 장신 선수들 속에서 신체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 그리고 일본에서는 공격과 수비 균형을 갖춘 에이스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달랐다. 윙스파이커가 아니라 리베로로 기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서히 윙스파이커 본래의 포지션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자신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단 체중을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외식을 즐겼던 그는 직접 요리를 하며 식단 관리를 했다. 동시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부딪혔다.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한 이시카와. 올해 2월에는 이탈리아리그 통산 1,300득점을 달성하며 일본인 최초의 기록을 썼다. 3월에는 밀라노 유니폼을 입고 유럽배구연맹(CEV) 챌린지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침내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우승의 맛을 봤다.

 

2021-2022시즌은 이탈리아에서의 7번째 시즌이다. 여전히 일본인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슈퍼리그 ‘선배’ 이시카와를 따라 후배들도 ‘도전’을 외쳤다.

2000년생 일본 신성 니시다 유지는 누구?
니시다는 2000년생으로 187cm 아포짓이다. 파워와 체공력이 좋은 전형적인 아포짓인 니시다에게 2021년은 ‘도전의 해’다. 니시다는 2017년부터 일본 V.리그 JTEKT 스팅스 소속으로 활약했다. 올해 첫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비보 발렌시아를 연고로 둔 발리칼리포에 입단했다. 당시 니시다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게 돼 기쁘다. 여기서 뛸 수 있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이시카와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수준 높은 리그라는 것을 안다. 팀을 정상에 올리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포부를 전한 바 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서브다. 니시다는 2018-2019시즌 일본 V.리그 베스트 서버 수상 이후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월드컵에서도 서브 1위를 차지했다. 2019-2020, 2020-2021시즌에도 일본리그 서브 1위 자리를 지켰다.

 

물론 아포짓은 윙스파이커보다 공격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니시다는 시즌 초반 리그 전체 득점과 서브 부문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독일 국가대표 아포짓인 괴르기 그로저(몬차), 폴란드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윌프레도 레온(페루자), 브라질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리카르도 루카렐리(치비타노바) 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니시다 소속팀은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니시다는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까지 받고 있는 니시다다. 현지 생활 적응도 마쳤다. 니시다는 일본 언론 ‘더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파스타와 피자가 무척 맛있다. 식욕을 억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역사적인 슈퍼리그 최초의 일본인 맞대결
현지시간으로 11월 3일 슈퍼리그 최초로 일본인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시카와의 밀라노, 니시다의 비보 발렌시아가 리그에서 격돌했다. 경기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가제타’도 “일본인 선수 2명이 동시에 1부리그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경기 결과는 밀라노의 3-0(25-20, 31-29, 25-23) 승리였다. 이시카와는 팀원 2명과 나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10점을 올리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니시다는 팀 내 최다 득점인 16점,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선발로 나섰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이시카와와 니시다가 서로의 앞에서 공격을 펼쳤고, 니시다의 서브를 이시카와가 받아 올리곤 했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그랬듯 두 선수는 세터와 빠른 템포의 공격을 선보이며 신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이었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경기 후 이시카와는 “이탈리아에서 일본인 맞대결은 처음이었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즐기면서 경기를 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더 많은 일본 선수들이 해외리그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이시카와는 “일본인 더비가 낯설지 않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대결이 될 수 있다면 일본 배구계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가 올 수 있도록 나부터 레벨을 끌어 올려야 한다”며 힘줘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구 강호 유럽 선수들의 맞대결은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들은 해외리그 진출 장벽 자체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 장벽을 허물고 있는 이시카와와 니시다다.

 

이시카와는 니시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우리보다 크다. 몸 관리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빛을 볼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 생활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정상이다. 보다 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생 대표팀 막내도 이탈리아행
일본 대표팀의 막내로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도 올랐던 2001년생 다카하시 란도 이탈리아 무대를 밟는다. 188cm 윙스파이커 다카하시는 2020년 2월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도쿄올림픽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스포츠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일본 V.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해외 진출을 택했다. 이시카와도 대학 재학 중에 이탈리아로 향했다.

 

다카하시가 뛸 파도바는 이시카와도 뛰었던 1부리그 팀이다. 다카하시는 12월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다카하시는 도쿄올림픽 끝난 뒤 해외 진출 가능성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미키엘레토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난 세계 최고의 리그가 어디인지 생각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고민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신예이자 동갑내기 윙스파이커인 205cm 알레산드로 미키엘레토가 큰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앞서 이시카와는 니시다와의 맞대결 이후 “일본 남자배구의 성장 신호다. 2명이 아니라 3, 4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다카하시까지 3명의 일본 남자배구 국가대표가 슈퍼리그에서 만난다.

일본의 거침없는 도전, 국가 경쟁력도 높인다
배구를 시작한 어린 이시카와의 목표는 국가대표 발탁 그리고 V.리그 무대에 오르는 것이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시카와를 필두로 니시다, 다카하시까지 그의 길을 따르고 있다.

 

일본 V.리그는 사실상 세미프로에 가깝다. 연봉도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적다. 이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V.리그가 아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같은 무대에 올라 스스로 부딪히면서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니시다도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리그다. 물론 전체적으로 높이가 상당하다. 내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기대가 된다”며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경험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시카와도 그랬다. 이탈리아리그에서 뛰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 노릇을 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캡틴’으로 일본 남자배구의 29년 만의 올림픽 토너먼트 진출을 이끌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8년부터 대표팀 부름을 받았던 니시다 그리고 막내 다카하시가 견고한 삼각편대로 활약하며 새 역사를 썼다. 세 명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됐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사진_FIVB, 슈퍼리그 홈페이지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