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믿고 보는 선수가 됐다. 소속팀인 현대캐피탈을 넘어 대한민국 남자 배구 대표팀의 주전 아포짓으로 성장했다. 유니폼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의미를 이젠 잘 알고 있다. 국가대표 허수봉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현대캐피탈 에이스 허수봉
2년 만에 다시 <더스파이크> 인터뷰를 가지게 됐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시 해서 기쁩니다. 인터뷰는 언제나 해도 긴장되네요(웃음).
챔프전이 끝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소집된 만큼 휴가를 많이 보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힘든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이번 휴가가 짧다 보니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건 아쉽네요.
비시즌 동안 생애 첫 FA를 체결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허수봉은 연간 평균 8억 원에 현대캐피탈과 재계약을 마쳤다.)
구단에서 먼저 좋은 대우를 제안해 주셨어요. 현대캐피탈이 모든 부분에서 다른 팀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선수들도 좋고요. 현대캐피탈에 있던 기억이 모두 좋았기에 잔류를 택하게 됐습니다. 받은 만큼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시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V-리그에서 OP라는 위치에 국내 선수가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한 시즌 동안 잘 마무리했습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잘될 때도 있었지만, 안될 때도 있었어요. 어려울 땐 팀원들이 옆에서 도와주면서 경기를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내가 잘될 땐 내가 팀원들을 도와주면서 하고요. 그리고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습니다.
2022-2023시즌 5라운드에서는 데뷔 첫 라운드 MVP가 됐습니다.
라운드 MVP를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내가 혼자 잘해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5라운드 때 5승 1패를 하고 팀 성적이 좋았기에 그중 한 명인 내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입대 전 2018-2019시즌이 마지막 챔피언 결정전이었습니다. 전역 이후 오랜만에 경험한 챔프전은 어땠나요.
2018-2019시즌엔 막내라 형들을 믿고 따랐다면, 이번엔 플레이오프랑 챔프전 경험이 처음인 선수가 많았어요. 그래도 그중에서도 조금이라도 경험을 한 선수였기에, 내가 당황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은 더 힘들어할 것 같아서 경기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기하면서 흔들리는 후배가 있으면 옆에서 많이 도와주면서 같이 풀어나갔어요.
챔프 2차전 이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눈물의 이유가 궁금하네요.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허수봉은 16점,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우리가 많이 못 이기는 게 사실이었지만, 챔프전까지 힘들게 올라갔는데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진다는 게 많이 화가 났어요. 경기 끝나고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죠.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라고 했는데, 어떤 게 아쉬울까요.
가장 아쉬운 건 우승을 하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리그 초반에 기복이 있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낀 것과 배운 점이 있다면.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느꼈죠. 챔프전처럼 큰 경기에선 점수 하나에 승패가 좌우되잖아요 그만큼 공 하나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느꼈고, 범실과 득점 역시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배우게 됐습니다.
팀의 선배인 문성민 선수를 롤모델로 삼으며 성장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허수봉 선수를 롤모델로 삼아 성장한 후배 홍동선의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후배의 성장을 어떻게 봤을까요.
우선 내가 롤모델로 뽑힌 걸 보면서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동선이의 롤모델이 된 만큼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하게 됐죠. 동선이도 잘하는 선수고, 나 역시 동선이에게 배울 점이 당연히 있어요. 훈련 때도 동선이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면 잘 알려주면서 두 명 모두 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토종 아포짓’ 허수봉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또 이렇게 뽑히게 되어 영광이죠. 이번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됐는데, 다른 팀 선수들과 운동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호흡을 잘 맞춰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대표팀 때 달았던 태극마크와 성인 대표팀의 태극마크는 확실히 다르게 느낄 것 같습니다.
청소년 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어요. 어릴 때는 잘 몰랐죠.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뽑힌 것에 자부심을 많이 느끼죠. 한국 배구를 위해서 국제 경기에서 성적이 나면 인기가 더 올라갈 수 있기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남자배구 인기가 올라갈거라 생각하기에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22년 대표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한 국제무대였는데, 잠실에서 챌린저컵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국제 경기를 경험했어요. 팬 여러분이 찾아와 주셔서 선수들이 많은 힘을 얻었어요. 오랜만에 하는 국제 경기고 중요해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한국에 열린 덕분에 팬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AVC컵은 어땠나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열린 AVC컵에서 한국은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태국에서는 배구가 인기 스포츠라고 하더라고요. 태국에서 현지 팬들이 열띤 응원을 해 준 덕분에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는 걸 느꼈고, 이젠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더불어서 우리도 많은 성장이 필요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대회였어요.
국가대표를 통해서 배운 게 있다면.
형들이랑 훈련과 경기를 함께 하면서 배운 게 많죠. 그리고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면서 어떻게 해야 득점을 잘 할 수 있을지 경험을 쌓으면서 여유도 생겼습니다.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가지고
좋은 성적 내보겠습니다”
그럼, 올해 대표팀에서 보완해야 할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다른 나라와 경기하면서 서브가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외국 선수들을 이기려면 기본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비와 연결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하는 걸 배웠고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세대교체와 경험에 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멤버도 많이 어려졌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한)선수 형, (신)영석 형 등 선배들 위주로 경기를 했죠. 이젠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고 꾸준히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함께 국제 경기에서도 성적을 내고요.
선수들이 젊기에 나오는 새로운 분위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밝게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죠. 젊은 선수들이라 체력 하나는 좋습니다(웃음). 훈련할 때 말도 많이 하고 파이팅도 정말 넘쳐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도움을 받는 동생의 위치였다면, 이젠 알려줘야 하는 선배의 위치로 한 단계 더 올라갔습니다. 책임감도 더 많아졌을텐데.
후배들이 많아졌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배들도 있어요.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나이대가 비슷해서 소통하는 게 많아졌어요. 한 명이 주도적으로 리드를 하기 보단,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맞춰 나가면서 단합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함께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지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선배도 있을까요.
같은 팀의 (최)민호 형과 (전)광인 형한테 도움을 많이 얻고 있어요.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습니다. (한)선수, (신)영석, (곽)승석형도 ‘국제 무대에서 형들이 내지 못했지만, 너희들은 좋은 성적을 내주면 좋겠다’라고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같은 포지션인 임동혁 선수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있나요.
동혁이랑 경기에 대해서 많이 나누고 있어요. 동혁이는 타점이랑 힘이 좋고, 나는 빠르게 공을 틀어 때려서 스타일이 달라요. 그만큼 서로 라이벌 의식보단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경기에서 누가 먼저 들어가든 항상 서로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깐 부담 없이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임도헌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뭔가요.
항상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말씀하세요. 다른 나라를 이기려면 수비와 연결 같은 기초적인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올해 AVC 챌린저 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에 아시안게임까지 꾸준히 대표팀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게임도 금메달이고요.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과 함께 간절함이 클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수봉에게 국가대표는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국가대표로 봅혀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해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자부심도 같이 가지고 있고요. 배구선수로 한국 배구의 인기를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좋은 국제대회 성적을 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종 아포짓이라는 타이틀은.
(웃음). 팀원들이 다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태웅 감독님이 어릴 때부터 많은 기회를 주셨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몸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일찍 군에 다녀왔고 지난 시즌엔 오레올 까메호랑 함께 뛰면서 많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계신 분들의 도움 덕이 큽니다.
대표팀에 있는 동안 얻고 싶은 게 있을까요.
우선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좋은 성적 거둬서 기쁜 마음으로 팀에 복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선수들 정말 더운 곳에서 많은 고생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면, 그 힘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유용우 기자, AVC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