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 같아 기분 좋다.”
시즌 시작 전, 많은 사람들은 현대건설, 흥국생명, GS칼텍스를 2022-2023시즌 3강으로 꼽았다. 그 어디에도 한국도로공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조용하고 묵묵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배구를 하며 시즌을 치렀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에서 흥국생명, 현대건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4위 KGC인삼공사와도 승점을 4점 차로 벌리며 준플레이오프 없이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가진 플레이오프에서 3-1, 3-0으로 2연승을 챙기며 빠르게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에서 흥국생명에 1승 5패로 열세일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챔피언결정전 1, 2차전 역시 3-1, 3-0으로 완패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하고 우승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흥국생명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홈에서 열린 3, 4차전을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대망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렸다.
앞선 1, 2차전에서 패했던 인천에서 한국도로공사는 복수를 꿈꾸며 달려들었고 결국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하며 0%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중심에는 박정아가 있었다. 박정아는 흥국생명 블로커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공격 성공률은 28.17%로 저조했지만, 그의 별명인 클러치박답게 득점이 필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올렸고 총 23점을 올렸다.
박정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 같아 기분 좋다. 솔직히 아직 이긴 게 맞나 싶은데 너무 좋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15일 동안 7경기, 27세트를 치른 박정아의 체력은 5차전 시작할 때부터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1세트 연속 공격할 때부터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팀원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정아는 5세트 14-13에서 본인의 공격으로 경기를 끝내는 짜릿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김)해란 언니가 잡는 줄 알았다. 사실 그 전까지 계속 득점을 못 내줘서 부담이 있었다. 원래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나한테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공이 또 올라와서 책임감을 갖고 했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박정아는 김천에서 열렸던 3차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인천에서는 흥국생명 팬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기죽은 상태로 들어가는 부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많은 한국도로공사 팬들이 인천으로 향해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보냈다. 박정아는 “스트레칭할 때부터 팬들이 소리쳐주셔서 오늘은 기죽지 않았다. 응원을 정말 크게 해주셔서 홈인지 원정인지 헷갈렸다”라며 뜨거웠던 팬들의 응원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박정아는 5번째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끼게 됐다. 5번째 우승이지만 박정아는 이번 시즌이 유독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시즌 건강 관리도 못 했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었다. 그래도 잘 이겨낸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선 4번의 우승할 때는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기대 안 했는데 우승하니까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한 채 자리를 떠난 박정아다.
사진_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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