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스바니 선택한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전 변수 창출을 위한 ‘하이 리스크’ 감수한다

김희수 / 기사승인 : 2024-12-31 18: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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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한항공의 선택은 요스바니였다. 목표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대한항공이 일시 대체 외인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와 기존 외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 중 잔여 시즌을 함께 할 선수로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31일자 공시를 통해 해당 내용이 확정됐다.

선택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분명한 선택의 기준은 있다. 바로 대한항공의 궁극적인 목표인 5연속 통합우승을 할 수 있는 열쇠는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썩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2위로 전반기를 마친 대한항공이 통합우승을 논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떻게 해야 선두 현대캐피탈을 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스바니와 막심 중 요스바니를 선택한 것은 요스바니와 함께 해야 현대캐피탈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살펴볼 수 있는 판단의 근거들도 있다. 하나는 막심의 현대캐피탈전 기록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막심은 이번 시즌 총 12경기‧47세트에 출전해 276점(세트 당 5.87점)‧공격 성공률 47.71%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전 2경기-7세트에서 막심은 29점(세트 당 4.14점)‧공격 성공률 40%에 그쳤다.

막심의 좋지 않은 현대캐피탈전 지표들은 더 있다. 공격 범실은 8개로 6개 팀 상대 기록 중 가장 많았고, 막심의 최대 무기 중 하나인 서브 득점도 1개에 그쳤다. 막심의 약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오픈공격 성공률 역시 38.46%로 그 외 5개 팀 상대 기록(40.68%)보다 2% 이상 떨어진다. 여기에 블로킹 어시스트는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수비에서조차도 6개 팀 상대 기록 중 가장 저조한 기록을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을 넘지 못하면 통합우승을 꿈꿀 수 없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선뜻 막심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막심의 나이도 그를 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막심은 1989년생으로, 노장의 축에 속하는 선수다. 순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정규리그 후반기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는 어렵다. 실제로 막심의 공격 성공률은 2라운드 6경기에서 52.23%에 달했지만, 3라운드 6경기에서는 43.75%까지 떨어졌다. 막심의 체력 저하에 상대팀들의 분석까지 더해진 결과로 해석한다면, 4~6라운드에 그의 공격력이 어느 정도로 발휘될지를 마냥 긍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막심은 대단히 준수한 기량을 갖춘 외인이라는 것이다. 만약 요스바니가 빠진 동안 막심이 없었다면 대한항공은 2위 수성조차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막심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계산이 서는 안정성에 있다. 노련미와 기술이 뛰어나고 경기력이나 멘탈의 기복도 크지 않아 매 경기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상수를 제공해줄 수 있다.

반면 요스바니는 경기력이나 멘탈에는 약간의 기복이 있는 선수다. 대신 막심이 갖지 못한 폭발력과 변수 창출 능력을 보유했다. 경기가 다소 어려워지는 것 같은 순간에도 괴물 같은 하이 볼 처리 능력이나 연속 서브를 통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만든다. 지난 2023-24시즌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고 장충에서 치렀던 3라운드 우리카드 원정 경기가 대표적이다. 20-24로 뒤처졌던 1세트를 서브 득점 3개 포함 6연속 서브로 뒤집는 괴력을 발휘했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을 넘어서고 5연속 통합우승을 노린다. 그러나 컵대회 결승을 시작으로 1~3라운드 맞대결까지 내리 4번을 현대캐피탈에 패했다. 이제는 무난한 정공법만으로는 현대캐피탈을 꺾기 쉽지 않다. 다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막심의 상수를 제공하는 능력이 아닌 요스바니의 변수를 창출하는 능력을 선택했다. 이것이야말로 막심의 현대캐피탈전 스탯이나 나이 이상으로 대한항공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요소로 보인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분명 리스크가 따른다. 요스바니의 몸 상태가 100%가 되는 시점은 언제일지, 또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부상의 재발이 두려워서 페이스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조금 더 멀리 본다면 막심이 리그 내 타 팀으로 이적해 대한항공을 공격하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요스바니가 가진 능력을 믿는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뒤, 요스바니와 대한항공이 보여줄 퍼포먼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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