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시즌 만에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KB손해보험이 정말 사고를 치긴 칠 모양이다.
이번 시즌 남자부는 현대캐피탈(승점 67)의 독주 체제가 완전히 굳어졌다. 2위 대한항공(승점 47)은 이미 멀찌감치 따돌린 지 오래다. 16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현재, 현대캐피탈은 이제 두 번만 더 이기면 2015-2016시즌 스스로 세운 남자부 역대 한 시즌 최다 18연승과도 타이를 이룬다.
2위 싸움이 치열하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41)이 매서운 속도로 대한항공을 추격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현 페이스대로 계속 승점을 쓸어 담을 경우 5라운드 안에 양 팀의 순위표가 뒤집힐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KB손해보험은 3라운드 이후 지금까지 단 2패(11승)만을 허용했다. 대한항공과 최근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이겼다.
말 그대로 돌풍 행진이다. KB손해보험은 2023-24시즌 단 5승(31패)을 가져오는 데 그치며 창단 첫 최하위(7위)의 수모를 겪었다. 그로부터 불과 한 시즌 만에 봄배구 진출은 물론 우승 경쟁이 가능할 만큼 성장했다. KB손해보험이 이같이 급속도로 체질 개선을 이룬 비결은 선수단 변화에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황택의, 나경복(이상 군복귀), 박상하(자유신분선수), 차영석(트레이드) 등 국가대표급 자원이 대거 영입됐다.
빈틈없는 전력을 갖춘 덕에 이제는 선수들의 눈빛부터 다르다. 2018-19시즌부터 KB손해보험과 함께하고 있는 '캡틴' 정민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100% 있다. 물론 겸손해야 하고 자세를 낮추는 게 맞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시즌 정민수는 주장으로서 팀이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코트에선 애써 파이팅을 외쳤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천군만마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황)택의, (나)경복이에 (박)상하 형과 (차)영석이도 들어왔다. 팀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는데,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잘 나는 거 같다. 택의가 얘기를 많이 하고 팀 색깔을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은 딱 한 팀, 현대캐피탈을 제외하곤 모두 이긴 경험이 있다. 현대캐피탈만 잡으면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 마침 오는 5일 현대캐피탈을 안방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으로 불러들여 시즌 5번째 맞대결을 벌인다. 이겨야 할 명분도 있다. 4라운드에선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의 구단 최다 8연승 행진을 가로막았다. 이제는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의 17연승 도전에 한 방 날려 줄 차례다.
정민수는 "현대캐피탈은 서브와 블로킹이 좋다. 공격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우리도 공격력에서 밀리는 건 아니라서 서브와 리시브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바뀔 것이다.) 사실 현대캐피탈이 리시브가 좋은 팀은 아니다. 누가 리시브를 잘 받느냐에 따라, 좀 더 세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팀이 이길 것 같은 느낌"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캐피탈이 너무 잘하고 있지만 우리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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