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식”... 컴퓨터 세터 웃게 한 김하경, “웃으면서 배구할래요”

화성/김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1 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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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은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8일 오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이날 상대였던 페퍼저축은행을 3-0으로 누르고 기분 좋은 승리와 함께 6연패를 탈출했다.

IBK기업은행의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그 중심에는 기존 주전 세터였던 천신통(등록명 천신통)의 이탈이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로 영입된 천신통은 시즌 초반부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김하경은 지난 4라운드 흥국생명전부터 그런 천신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고군분투를 펼쳤음에도 결과는 후반부 단 1승. 팀을 이끄는 세터로서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컴퓨터 세터’ 출신인 김호철 감독 역시 꾸준히 김하경을 향한 아쉬움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연패를 끊은 이날은 조금 달랐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날 김하경이 보여준 플레이를 두고 “자식... 잘하다가 한 번씩 하지 말라는 엉뚱한 짓을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 조금만 더 굴곡 없이 해준다면 충분히 세터로서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김하경을 향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물론 경기장에서 화를 내면 안 되지만 (김)하경이니까 화를 낸 거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알아듣는 선수 아닌가. 개인 미팅이나 연습까지 다 했는데도 중요한 순간에 엉뚱한 곳으로 공을 올리니 그동안 화를 낸 거다. 이 부분은 본인이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 순간 토스를 너무 잘 해줬다”며 칭찬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김 감독의 애정 어린 질타의 대상이 된 김하경을 만났다. 이날 승리로 후반기 들어 두 번째 승리를 거둔 김하경은 “연패를 끊어서 너무 좋다. 우리가 하고자 했던 플레이가 다른 경기에 비해서는 잘 나왔던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하경은 이번 시즌을 백업 세터로 준비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주전 세터가 된 상황. 김하경은 “교체였을 때와 주전일 땐 들어가서 하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 확실히 다르게 준비해 오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뭘 더 잘하거나 보여주는 것보다도 하나씩 팀원들과 잘 맞아가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김하경은 이날 여러 차례 코트 위에서 김호철 감독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묻자 김하경은 “감독님을 의식할 때도 있긴 하지만 의식하기보다는 먼저 매를 맞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나도 내가 잘못한 걸 알고 있고 인정하겠으니 조금만 소리 지르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쳐다본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전반기를 마무리한 시점과 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IBK기업은행의 순위는 너무도 달라져 있다. 봄배구를 바라봤던 전반기와는 달리 현재로서는 봄배구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다. 이에 김하경은 “시즌 막바지에 이미 순위가 이렇게 정해진 상황인 만큼 우선적인 목표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웃으면서 배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때로는 기대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법. 하지만 김하경은 그 무게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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