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은 경희대학교 시절부터 장신 세터로 많은 감독들의 관심을 받았다. 실력도 출중했다. 이경석 감독이 이끌었던 21세 이하 2019세계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주전 세터로 출전했다. 부상당한 최익제를 대신해 국제대회의 경험치를 쌓은 신승훈은 대학리그로 돌아와 경희대를 진두지휘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2022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세터 황택의의 뒤를 잇는 기대주로 관심이 컸다. 세터로서는 매력적인 195cm의 키를 살린 플레이로 팬들의 눈도장도 확실하게 찍었다. 프로 2년차를 맞아 출전 횟수가 2배로 껑충 뛰어오른 신승훈을 <더스파이크>가 만나보고 왔다.
경희대 시절 이후 <더스파이크>와 1년 반 만의 만남입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많이 떨렸어요(웃음). 사진 촬영 할 때도 너무 긴장해서 표정이 잘 안 나온 것 같은데 보정 잘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배구랑 사진 촬영 중 더 쉬운 건 무엇인가요.
배구가 더 쉬운 것 같아요. 배구는 오래 해왔고 매일 하는 건데 사진 촬영은 자주 하지 않거든요. 할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요. (사진 찍는다고 해서 미용실도 갔다 왔다고 하던데.) 원래 예약이 돼 있었어요(웃음). 근데 우연히 시간이 딱 맞았어요. 사진 찍기 전으로 예약해서 다행이에요.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내용의 인터뷰인지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전에 (양)희준이가 했던 것도 봤어요. 그걸 한다니까 신기한 마음이 들어요.
인터뷰를 앞두고 어떤 마음인가요.
여태까지 배구와 관련한 인터뷰만 했던 것 같은데 배구가 아닌 다른 얘기를 처음 하다 보니까 긴장도 되네요. 최대한 잘 대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예나와 볼링 대결 꼭 이길 거예요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인간 신승훈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공부는 정말 안 했고요. 그냥 운동만 좋아했어요. 배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스포츠만 좋아했던 신승훈’이었던 것 같아요.
배구 말고 좋아하는 운동이 있다면요.
볼링이요. 실제로 볼링 좀 칩니다(웃음). 에버리지가 150점 넘게 나와요. 최고 점수는 202점이에요.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 비예나도 볼링을 잘 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비예나랑 같이 볼링장에 가기로 했어요. 꼭 이겨야죠.
경희대학교에 진학하고 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축제를 즐겨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내가 1학년 때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이어서 축제를 즐길 수 있었어요. (당시 초대 가수는?) 싸이먼 도미닉이랑 우원재, 볼빨간 사춘기, 다비치가 왔었어요. 재밌게 놀았습니다.
만약 체육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에 갈 수 있다면 어떤 학과를 선택고 싶은지.
연기할 수 있는 곳이요(웃음). 꿈꿨던 건 아니고 재밌어 보여서요. 그리고 내가 이런 얘기 하기 그렇지만 연기 좀 합니다. (그럼 배구할 때도 터치됐는데 아닌 척 연기할 때 도움 되겠네요.) 아직 프로에서 그런 경험은 없는데 아마 도움 되지 않을까요(웃음.)
운동만 하느라 일반 학생들과 다르게 많은 걸 못해봤을 것 같아요.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학과 친구들이 MT를 많이 가더라고요. 가면 술을 많이 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술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오히려 못 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초등학생 때 반 친구들과 다 같이 장기자랑으로 팝송을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Jason Mraz – I’m Yours’ 불렀는데 재밌었어요. 그리고 대학교 때 들었던 수업 중에 에어로빅 수업이 있었어요. 동기 친구들은 배구 수업을 들었는데 나 혼자만 에어로빅을 신청한 거예요. 그 수업에서 ‘청하 – 벌써 12시’ 춤을 췄어요(웃음). 또 하필 조원들이 다 여자 친구들이고 나 혼자만 남자라서 내가 센터로 서서 춤을 췄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하와이안 셔츠로 제주도를 장악한 세 남자
MBTI는 무엇인가요.
ENTJ요. 근데 잘못 나온 것 같아요. 내가 공감을 잘해줘서 F가 나올 줄 알았는데 T가 나왔어요.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J는 맞아요. 항상 계획하고 다닙니다. 팀 동료들이랑 놀러 갈 때도 나 혼자 계획을 짜요. 한번은 (양)희준이 형, (손)준영이 형과 제주도를 놀러 가기로 했는데 다들 핸드폰만 하고 계획은 내가 다 짰어요.
제주도 여행은 어땠나요.
3박 4일로 갔다 왔는데 내가 계획한 대로 아주 잘 흘러갔어요. 다행히 형들이 잘 따라와 주더라고요. 제주도를 장악해보자는 마음에 세 명이서 하와이안 셔츠 입고 돌아다녔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웃음). 한번은 다 같이 기념 사진을 찍으려고 다른 분한테 사진을 부탁했는데 희준이 형이 센터에 있는 것보다 내가 센터에 있는 게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보고 연예인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내가 키가 크다 보니까 키 큰 여자가 좋아요. 그리고 착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월급을 받던 날, 기억나나요.
엄청 좋았죠. 받자마자 나한테 수고했다고 지갑 선물을 했어요. 지금도 갖고 다니고 평생 간직할 예정입니다.
주변의 제보에 의하면 최근 차를 구매했다고 하던데요.
작년 말에 차를 샀습니다(웃음). 새 차라서 잘 나가고 깨끗해요. 하이브리드라서 조용해요. (추천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면.) 감성적인 남자라 예쁜 곳을 주로 가요. 광교 호수 공원이 좋더라고요.
애착 인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친누나들과 팬분들이 사주신 망나뇽 인형이 있는데 엄청 귀여워요. 그래서 차에도 두고 다닙니다.
망나뇽은 본인의 별명이기도 하죠. 처음 듣고 어땠나요.
그 말을 듣고 바로 찾아봤는데 공룡인데 귀엽더라고요. 좋던데요? 팬분들이 계속 망나뇽이라고 불러주시니까 좋아요. (어렸을 적 불렸던 별명이 있나요.) 둘리요(웃음).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 둘리라고 불렀어요. 지금은 망나뇽이 더 좋아요.
팬들에게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다 기억에 남아요. 팬들이 주신 선물을 따로 모아두는 곳도 있어요. 침대 밑에 물건 넣어둘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받은 선물을 다 넣어놔요. 그래도 그 가운데서 선택하라고 하면 액자와 키링이요. 둘 다 내 사진으로 만들어 주셨는데 예쁘더라고요. 그래도 모든 선물이 정말 다 좋고 기억에 남습니다.
춤과 노래 중 더 자신 있는 것은.
둘 다 가능해요(웃음). 춤이 조금 더 자신 있어요. 사실 둘 다 가능하다는 건 농담이고 춤은 배우면 되잖아요. 근데 노래는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카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가운데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정하면.
카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요. (가장 최근 검색한 검색어는?) 내가 머리 스타일 좀 바꿔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남자 스핀스왈로펌’을 가장 최근에 검색했습니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다음에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배구를 제외하고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축구가 시즌을 시작해서 축구에 가장 관심을 가져요. FC서울과 수원삼성의 맞대결을 ‘슈퍼매치’라고 하거든요. 우리 팀 (손)준영이 형이 수원삼성 팬이어서 나를 데리고 가서 FC서울과 하는 경기를 직관했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 이후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지만 나는 포항 사람이기 때문에 포항 스틸러스의 팬입니다(웃음).
조카 바보 신승훈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요.
지금 있는 돈 다 쓰기요. 비싼 음식도 먹고 사고 싶은 것 다 사면서 모아둔 돈을 다 쓸 것 같아요.
지금부터 평생 한 가지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을 건가요.
초밥이요. 평소에도 초밥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평생 초밥을 먹겠습니다. 만약 초밥이 안 된다고 하면 파스타를 먹을래요.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있다면.
김치볶음밥과 라면이요. 내가 라면을 진짜 기가 막히게 만들어요. 특히 물 없는 ‘짜파구리’ 같은 건 자신 있어요. 김치볶음밥도 잘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보니 부산 여행을 다녀왔던데.
휴가 때였는데 초, 중, 고까지 같이 나온 포항 형들이 있어요. 포항과 부산은 가까우니까 형들과 1박 2일로 부산에 가서 놀았어요. 거기서 요트를 탔는데 좋던데요(웃음).
인스타그램에 본인을 조카 바보라고 했어요.
이름은 박건우라고 하고 7살이에요. 많이 귀엽기는 한데 이제 슬슬 까불더라고요. 건우가 나를 많이 좋아해요. 아마 내가 많이 사줘서 그런가 봐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사달라는 건 다 사주는 편이거든요. 근데 말을 안 들으면 혼을 많이 내요.
하루를 보내면서 꼭 하는 게 있다면요.
특별한 건 없는데 세수하고 가습기에 항상 물을 채워놔요. 가습기는 항상 틀어둡니다. 건조한 건 아닌데 틀어놓으면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틀어놔요.
팀원 중 누구랑 평소에 같이 다니나요.
(백)광현이 형이요. 쉴 때 광현이 형이랑 맛있는 걸 먹으러 자주 가요. 메뉴는 내가 항상 고르는데 저번에 광현이 형이 “왜 항상 네가 가고 싶은 곳만 가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다음에는 광현이 형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요. 광현이 형이 진짜 착해서 항상 잘 챙겨줘요.
지난 1월호 인터뷰 때 양희준 선수를 만났는데 두 사람이 연락을 가장 자주 한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희준이 형이랑 연락 자주 해요. 특별한 대화라기 보다는 “뭐하냐”, “잘 지내냐”, “보고 싶다”, “얼른 보자” 이런 말을 주로 해요. 얼마 전에 경기장에서 봤는데 많이 홀쭉해졌더라고요. 그래서 힘내라고 말해줬어요.
원정 경기 때 룸메이트는 누구인가요.
아주 착한 (정)민수 형입니다(웃음). 내가 제일 좋아하고 천사 그 자체인 민수 형이요. (룸메이트의 장단점이 있다면.) 민수 형은 항상 편하게 해줘요. 무엇이든 더 챙겨주려고 하기도 하고요. 단점은 민수 형한테 말 안 한 건데 잘때 코를 많이 골아요(웃음). 피곤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해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인간 신승훈의 가장 큰 장단점은.
장점은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이고 단점도 너무 잘 친해지는 거요. 상대방은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만 일방적으로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걸 모르고 친해지려고 다가가면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살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혔을 때죠. 당시 자신은 있었는데 1라운드부터 뽑힐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너무 좋고 떨렸어요. 프로 무대가 꿈이었다 보니까 더 떨렸던 것 같아요.
살면서 힘든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가장 힘들었을 때가 2019세계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 이후였어요. 그때 원래는 (최)익제 형이 주전이었는데 대회 전에 부상을 입어서 내가 주전으로 대신 뛴 거예요. (당시 대표팀은 7위를 차지했다)그런데 경기력에서 드러날 만큼 내가 흔들렸어요. 이후 슬럼프를 겪으면서 힘들었죠. 혼자 극복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다행히 주위에 좋은 형들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어요. 형들이 좋은 말을 해주면서 도와줬어요.
배구선수가 아닌 사람 신승훈의 목표가 있다면.
평범하게 돈 잘 벌고 행복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평소와 다른 인터뷰를 진행해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배구 인터뷰가 아니어서 색다르고 편하게 했습니다.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픈 얘기가 있다면.
항상 사랑하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테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영상. 이가현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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